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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ryme Mar 13. 2019

물건 못 버리는 사람들의 공통점

물욕과 다른 물건에 대한 애착

※중고 물품으로 한국과 서울의 삶을 들여다보는 무료 전시회 '서울의 빈티지' 입니다. 3월 30일 토요일 연남동 453-29 에서 열립니다. 지난 1월에는 에코백을 소재로 '런던의 에코백', 2월에는 '도쿄의 손수건'을 기획했습니다.

당신이 누구든, 어떤 삶을 살아왔든
이곳에 있는 동안은 행복할 수 있다.
-서울의 빈티지 in 연남
설렘(Spark joy)이 없으면 버리세요


세계적인 정리컨설턴트 곤도 마리에가 정리를 하면서 계속 하는 말이다. 곤도 마리에는 정리의 여왕이면서 미니멀리즘의 상징이다. 강박에 가까웠던 정리벽을 (부업으로 시작해) 직업으로 만들었다. 그가 쓴 책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이 미국에 알려지면서 유명 인사가 됐다.


곤도 마리에의 정리 비법은 독특하다. 우선 물건을 의류, 책, 서류, 소품, 사진 등으로 분류한다. 다음에는 종류별로 우르르 물건을 꺼낸다. 얼마나 많은 물건을 갖고 있는지 체감하기 위해서다.


물건을 들고 설레는지 확인하고 버릴 것과 남길 것을 구분한다. 버릴 물건에는 "고맙다"라는 인사를 한다고 한다. 그동안 물건 덕에 누린 기쁨을 표현하고 물건이 또 다른 쓰임이 있길 바라는 행동이다.

깔끔하게 해두고 살고 싶지만! Photo by Alexandru Acea on Unsplash

몇 년 전부터 한국에서도 미니멀리즘이  트렌드가 됐다. 공간에 물건을 최대한 두지 않는 게 기본이다. 단순해 보이지만 효과는 놀랍다고 한다.


1. 물리적인 공간이 넓어진다.
2. 정리하면서 물건에 담긴 자신만의 꿈을 찾는다. 예를 들어 여행 관련 책을 정리하면서 한두 장 읽다보면 잊고 있던 여행에 대한 꿈을 실행할 수 있다.
3. 공간 뿐 아니라 인간 관계도 '설렘'을 기준으로 정리할 수 있다.
4. 소비를 줄이고 에너지와 관심을 다른 곳에 쏟을 수 있다.

꽤 큰 책장을 2개나 갖고 있지만 책을 꽂을 자리는 늘 부족하다. 캐캐묵은 옛날 만화책을 자꾸 사는 이유는 뭘까. @marryme.kam

하지만 의외로 미니멀리즘을 실행하는 건 어렵다. 각자 이유는 다양하다.


"두면 언젠가 쓸 것 같아."
"되게 비싸게 주고 산거야."
"선물 받은 거라 버리기 좀 그래."


물건을 버리고 또 다시 채우기도 한다. 소비의 이유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필요해서 산다, 추억을 되새기고자 산다, 뭔가를 산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

물욕이라는 한 단어로 정리하기 어려운
물건에 담긴 시간에 대한 애착이 아닐까.


짐으로 꽉 찬 우리집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소중한 시간이 담긴
하지만 이제는 필요 없어진 물건을
누군가 소중하게 써준다면
조금은 기쁘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또 이런 생각도 들었다.


물건을 살 사람도
누군가에게 사랑받던 물건이라면
중고라는 왠지 모를 찜찜함 대신
기쁘게 쓸 수 있지 않을까?

이번에는 물건에 담긴 시간을 전시한다. 여러 사람들이 쓰던 물건을 내놓고, 그 물건에 담긴 사연을 알려주는 콘셉트다.


전시회에서는 물건의 성장배경을 소개할 계획이다. 처음 이 물건을 샀던 이유, 물건이 내게 줬던 행복, 이제는 필요 없어진 이유, 꼭 필요한 사람에게로 가 다시 쓰임을 받게 되길 바라는 마음 같은 것들을 담는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곤도 마리에의 '설렘' 확인법과 물건에 대한 작별 인사와 비슷하다.


전시회에서 물건을 살 수도 있다. 그래서! 시간이 담긴 물건을 가진 분이라면 댓글 또는 메일(madforsomething2019@gmail.com)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 현장에서 여러 관람객과 만나실 수 있는 기회예요!

@marryme.kam

10년차 직장인 A. 이탈리아에서 온 원단 무늬에 반했다. 아까워서 오히려 모셔만 뒀다. 사두고 한 번도 입어보지 못했다. 어느새 생긴 직장 생활의 훈장, 뱃살 때문이다. 평소 무채색 옷을 즐겨 입는 사람이 입으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단정하게 또 모범적으로만 살아온 누군가에게 화려한 패턴이 일상의 활력소가 되길.

@marryme.kam

이제 엄마를 이해하기 시작한 딸 B. 아주 어릴 때 엄마는 어느 가게에 진열된 냄비를 한참 바라봤다. 투명하지만 갈색빛이 나는 냄비, 엄마는 그걸 비전 냄비라고 부른 것 같다. 언젠가 갈색빛 찻잔을 보는 순간 엄마의 꿈이 생각나서 덥썩 사버렸다. 프랑스 브랜드 Vereco(베레코)에서 나온 찻잔이었다.

@marryme.kam

베레코는 요즘 인기 있는 프랑스 그릇 브랜드 듀라렉스와 통합하면서 더 이상 쓰지 않는 이름이 됐다. 그래서 오히려 빈티지에서만 구할 수 있는 존재가 됐다. 어쩌다 가끔이 아닌, 매일 가까이 두고 차를 마시는 사람에게로 가길.

최근 발견한 책. 전시회 콘셉트를 잘 나타내는 제목이라 너무 탐났다. @marryme.kam

전시를 준비하면서 내 욕심 때문에, 무관심 때문에 제대로 역할을 못하는 물건을 많이 발견했다. 그러려니 짐작했지만 실제로 확인하니 정말 많았다. 이래서 곤도 마리에가 물건을 우르르 쏟아놓고 정리를 시작하라고 한 모양이다.


지금 이 순간, 이 물건이 필요한 사람에게로 간다면 나 스스로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얼마나 좋은 일일까.

내게 맞는 제품을 찾으려다 보니 늘어난 베개. 이 중 몇 개는 전혀 안 쓴다. @marryme.kam

나는 당장 미니멀리즘을 실행하긴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또는 조금 자세히 찾아야 보이는 물건을 하나씩 필요한 곳으로 보내려고 한다. 최근 빠져든 중고거래 앱이 있어 새 주인을 찾아주기 한결 편할 것 같다.


전시회 전까지 1. 잠들어 있는 물건을 깨워 다시 일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1~2회 정도 소개하고 2. 누군가 전시회에 내놓고 싶은 물건이 있는지 수소문(!) 할 계획입니다.


시간이 담긴 물건을 가진 분이라면 댓글 또는 메일(madforsomething2019@gmail.com)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 사연과 물건을 전시할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여러 관람객과 만나실 수 있는 기회예요!


'런던의 에코백' 전시회 이야기 
'도쿄의 손수건' 전시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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