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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ppyprg Dec 08. 2015

아들과 함께 놀이공원을 찾다.

언젠가 나에게도 추운 겨울 손을 맞잡을 수 있는 형제가 있었다.

내 양손에 꾹 쥐고 있던 200원과 300원을 더하면 모두 얼마냐는 형의 물음에

한참을 고민한 끝에, 이백삼백원이 된다던 내  터무니없는 대답에도

오백 원이라고 한다며 가르쳐주던 형.

형이 학교를 갈 때면 "술 많이 먹지 말고 와"라고  터무니없는 소리를 해도

동생에게 자신의 우유를  가져다주던 형.

그런 형을 난 참 잘 따랐던 것 같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그때의 나보다 작은 아이들의 아빠로서

놀이공원을 찾았다.

휘황 찬란한 군장대 퍼레이드를 보는 아들의 모습에 

갑자기 그때쯤의 내가 생각나고 어릴 적 채우지 못한 마음들을 

아들의 모습에서 채워나가는 나를 발견했다.

멈춰 있던 내 안의 어떤 태엽이, 이것을 원동력으로 조금씩 더 움직여 나가는 것 같다.


문득 다시 떠오른 어릴 적 형님에 대한 생각들..

내 눈앞에 펼쳐진 이 좋은 광경들을 함께 나누지 못하고 

병마와 싸우다 떠난 그의 모습이 떠올랐기에 

가슴 한 구석이 너무도 아파왔다.


그땐 너무 어릴 때라 몰랐다.

기도원이라 불리던 차가운 골방에서 형과 마주 했을 때

말라가던 그의 손을 잡고 정말 사랑한다고 몇 번이고 더 이야기해주었어야 했다는 사실을..

.. 이런 내 마음을 아내와 공유하고 싶다가도 또 바보 같아 보일까..

말을 꺼내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덤덤히 말을 꺼내었다.

그때 내 마음이 그랬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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