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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ee Feb 03. 2024

다시 볼 수 없는 젊은 그 사람

30대가 된 이후로는 문자를 자주 받는다. 카드 결제내역 문자, 광고문자, 결혼 소식 문자, 그리고 부고 문자. 

그 중에 가장 적게 들렸으면 하는 것은 누군가의 부고 소식이다.


오늘 아침 '부고 알림'이라는 앞머리로 시작하는 문자 하나를 받았다. 아침에 일로 정신 없던 나는 지인의 부모님상이거나 조부모상일거라 예상하며 문자를 30분 뒤에 확인하기로 했다. 일을 끝내고 다시 휴대폰을 들어 확인한 순간, 나는 덜컥 심장이 내려앉았다. 다리에 소름이 오소소 돋아 솟아 오른 살갗에 바지 옷감이 닿아 그 질감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대학원 연구실 선배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개인정보유출로 인한 피싱문자이길 바랐지만, 연구실 지인들에게 톡을 해보니 피싱이 아니었고 다들 황망해하고 있었다. 


졸업한 지 시간이 많이 흘러서 그런지 선배의 최근 소식을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나마 나는 작년 가을에 있었던 홈커밍데이에 가기 위해 라이딩이 필요한지 물었던 선배의 친절한 문자가 우리 중 가장 최신의 마지막 연락이었다. 늦게라도 홈커밍에 가겠다는 선배는 그날 참석하지 않았다. 나는 선배에게 바쁜 일이 있었거나 늦은 밤 장거리 운전이 부담스러웠을거라 추측하고 자초지종을 묻지는 않았다. 그렇게 선배와 나의 연락은 홈커밍에서 보자는 답이 마지막이 되었다. 그날 사정을 물어볼 걸 그랬을까. 이후에 통화라도 하면서 안부를 물을 걸 그랬을까. 갑작스러운 소식에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다. 자조적인 농담을 던지며 수줍게 웃었던 선배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장례식장에서 연구실 선배들과 만나 함께 조문을 드렸다. 대학원 같은 연구실 사람들이라고 소개를 드리자 어머님께서는 가장 행복해했고 빛났을 때의 추억을 함께한 분들이라며 고마워하셨다. 그리고 그 때의 아들의 모습을 기억해달라고 작은 부탁을 하시며 울먹이셨다. 참았던 눈물이 터져나왔다.


지병이 있었다는 어머님의 말씀 뿐, 자세한 사정을 아는 이는 없었다. 사정을 아는 이 하나 없이 선배는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까, 하고 마음이 서글퍼졌다. 


선배가 아픈 곳 없이 잘 지내면 좋겠어요. 그곳에서.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랄게요.

다시 볼 수 없는 그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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