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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PTSD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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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n May 05. 2021

교통사고로 인한 스트레스 장애(PTSD) 투병 3일차

PTSD

5월 5일 날씨 맑음

투여 약 : 브린텔릭스 1정

식사량 : 아침 : 무  점심 : 무  저녁 : 무

증상 : 목이 뻣뻣해짐, 현실성이 사라짐, 이와 이 사이가 부딪힘, 자살 및 자해욕구 증가, 절망감과 좌절감, 운전 및 기초 조작 능력 저하


브린텔릭스를 저녁에 먹어야 한다기에 어제 저녁에 먹고 잠이들었습니다. 약 때문인지 잠이 드는 것은 어렵지 않았는데, 잠에서 깨고 난 다음부터는 지옥에서 눈 뜬 느낌이었습니다. 단순히 멍 했다면 괴롭고, 숨을 쉬기 힘든 공황이 기본 옵션이었으며, 이와 이 사이가 스트레스로 부딪혔습니다. 목이 뻣뻣해 지고 통증이 올라오기 시작했으며 귀 뒤에 불쾌한 고통이 찾아왔습니다.

오늘은 정말이지 최악의 날이었습니다. 

고통이 견딜 수 없이 찾아오고 그럼에도 이겨보려고 운전을 해서 출근을 하려고 했지만, 갑자기 현실성이 사라지면서 내 앞에 차가 정말 차인지, 지나가는 사람이 정말 사람인지 흐릿해졌습니다. 내 차가 도로를 벗어나고 있다는 걸 깨닫고는 다시 돌아와서 일단 누웠습니다. 약을 복용할 까 하다가 일단 복용은 규칙적으로 하는게 좋을 것 같아 버텼습니다.


점점 뇌가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런 저런 좋지 않은 수단을 생각해 내는게 느껴집니다.

오늘 느꼈던 시도는, 망상과 해리 였습니다. 제가 원하는 모습의 망상이 떠오르려고 하거나, 제가 저를 부인하는 해리성 생각이 떠오르는 것이 마치 뇌가 꺼내는 고통을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느껴졌습니다.

다행히 아직 스스로 그러한 욕구를 제어할 능력이 있었기에 빨리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다만 머리가 뿌옇게 되는 브레인 포그와, 현실성이 사라지는 기분이 계속 되고 불쾌감과 적대감 그리고 분노를 비롯해 너무나 다양한 네거티브한 감정들이 물속에 잠기듯 저를 푹 잠기게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투병을 시작하면서 오늘 같은 날은 정말 처음이었습니다. 거의 이 정도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살면서 몇번이나 있었는지 꼽기 힘들 정도 였습니다. 제가 투병을 시작하면서 정해놓은 기준이 있었는데 거의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제가 정해 놓은 원칙 몇 가지는 이렇습니다

1. 투병으로 인해 주위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것(실패)

2. 투병으로 인한 급격한 신체변화를 하지 않을 것(성공)

3. 투병으로 인한 충동적 행동 및 과잉 행동 자제(절반의 성공)

4. 괜찮은 척 하기(실패)

5. 자살 및 자해욕구에 대한 제어 (성공)


저는 결국 오늘 정말 너무 실망스러울 만큼 실망스러운 결과를 낳았습니다. 

혼자 이겨내지 못했고, 바보같이 행동했습니다.

그럼에도 다시 이겨내려고 합니다. 지금 일찍 일기를 쓰는 이유는 조금 있으면 더 멍해질 것 같아서 입니다.

오늘은 고통스러운 날이었습니다. 마치 암 환자에게 고통이 찾아온 그런 날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과잉행동을 하거나 충동적 행동을 하지 않았고, 아주 심각하게 벗어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혼자 이겨내야 한다는 의지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안타깝지만..실망스러운 하루였습니다. 감정을 객관적으로 모니터링 하는 연습을 하고 있는데(자기연민을 배제한) 오늘제가 느낀 감정은 외로움, 소외감, 서운함, 원망, 고통 절망, 자살 및 자해 욕구 증가 였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괴로울지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저를 괴롭히는 특정한 생각들이 자꾸 떠오르긴 합니다. 그럼에도 이겨내보려 합니다. 오늘은 이 싸움에서 약간 후퇴 했지만, 다시 준비해서 올라가보겠습니다.

저는 상황이 정말 독특합니다. 그래서 인지 ptsd에 더 취약한지도 모릅니다. 만약 비슷한 증상을 느끼시는 분이 있다면, 제발 가족이나 소중한 사람에게 도움을 받으세요. 제가 오늘 깨달은건 혼자서는 조금 불가능 하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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