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PTSD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un May 14. 2021

교통사고로 인한 스트레스 장애(PTSD) 투병 13일

투여 약 : 자낙스, 멀타핀, 아빌리파이

걸은 거리 :14km

식사 : 제육 정식 한 끼, 그 외에는 무


오늘은 영등포에서 다시 김포공항을 통해 제주도로 왔습니다.

영등포에서 김포공항까지 걸어봤습니다.

그냥 걸었습니다

딱히 이유는 없었어요. 몸의 고통으로 마음의 고통을 억누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멀긴 정말 멀었습니다

그냥 걸으면서 내내 한 가지 생각과 싸워야 했습니다

"죽어야 한다"와 "죽지 않아도 살 수 있을까"

걷는 내내 같은 생각을 하며 걷고 또 걸었습니다

신기하게 쉬고 싶은 생각도,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발이 아프고 몸이 뻣뻣해지고 해도 어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냥 걸었습니다

영등포 -> 당산 -> 목동 -> 염창 -> 마곡 -> 김포 공항까지..

그냥 묵묵히 걸었습니다.

바닷속으로 들어가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정말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면 어떻게 정리를 해야 하나

차분히 생각하면서 그냥 걸었습니다

저는 아마 내일도 모레도 비가 와도 걷고 또 걸을 것 같습니다

걷다 보면.. 답이 나올지 안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공황 증세는 조금 줄었, 숨쉬기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부정적 감정은 압도하지만 어느 정도 조절이 가능합니다

다시 제주도로 왔습니다. 걷다 쓰러질 때까지 걸어볼까 합니다.

어떻게 되든 간에 지금 마음 보단 덜 아프겠죠.

누추하고 어리석은 생각을 담은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교통사고로 인한 스트레스 장애(PTSD) 투병 11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