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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PTSD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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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n May 17. 2021

교통사고로 인한 스트레스 장애(PTSD) 투병 16일

투여약 : 무

식사량 : 돼지불백 그 이후 무


오늘은 올레길 17코스를 걸었습니다 총 길이 18km 였는데 조금 

힘들긴 했습니다. 그래도 포기할 생각은 들지 않아 걸어 냈습니다.

어제 만난 일행과 코스가 같아 같이 걸었는데.

4주째 숙소 없이 그때 그때 게스트 하우스 잡거나 캠핑하는 친구의 짐을

들어봤습니다.

들고 3키로 정도 걸었는데 저는 못할 것 같았습니다.

라틴인가 로마 속담에 그런 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의 신발을 신고 걸어보기 전엔 그 사람에 대해 말하지 말라" 그 속담이 생각나는 무게였습니다.

이 무게를 지고도 참 잘 따라와줬군 하는 생각이 들어 조금 미안해지기도 했습니다.

약의 부작용인지, 하루에 15-17키로를 평균적으로 걷고 식사량은 1000칼로리 미만인데

살이 빠지지 않습니다. 식사량을 더 줄이거나 아예 무로 가야 할까 고민중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걷거나 하는데는 아직 지장은 없습니다

가는 길에 어떤 강아지가 어디선가 크게 멍멍 하고 짖길래 빨리 가라는건줄 알고 황급히 가고 있는데

뒤를 돌아보니 쫒아오고 있던 강아지였습니다. 마치 우리를 부른 느낌이었습니다. 불렀으니 쓰다듬고

이뻐해주고 한참 아이들과 눈마주치고 왔습니다.

이호테우 해변과 바닷길을 한참 걸어 시내까지 완주 했습니다.

일단 공황은 많이 사라졌지만 우울감과 자괴감은 여전합니다.

약은 오늘 투여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잠도 잘 잤고, 체중에 대한 부담이 상당히 심합니다.

못난 몸이 되가는 것 같아 두렵습니다.


제 글의 목적은 투병일기를 통해 누군가 같은 경험을 하는 분이 있다면

참고와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혹시 제 글이 너무 의존적이 되거나 위로를 구걸하는 뉘앙스를

풍긴다면 따끔하게 지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멘탈에 문제가 사람들에게 폐가 되거나 꼴 사나운 모습을 보이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한참이나 바다를 바라보는 어떤 노 신사를 지나가다 보게 되었습니다.

문득 그의 얼굴에 깊은 수심이 있어..나이가 차도 바다를 보는 이의 감정은 비슷하구나 하고

살짝 주제넘은 생각을 해 봤습니다.

오늘도 바다가 절 부르는 하루 였습니다.

바다가 절 부를 때 마다 들어오면 편해질거라고 하는데..정말 그럴까요

아직은 더 싸워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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