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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PTSD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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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n May 30. 2021

교통사고로 인한 스트레스장애(PTSD) 투병 28일

투여 약 : 브린텔릭스

식사량 : 무

안녕하세요 오늘은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병의 증세는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공황장애를 느끼면서 가장 두려운 순간은, 공황이 오기 직전의 상황입니다

심장이 조금씩 긴장하기 시작하고 과호흡의 순간이 찾아오고, 조금씩 

질식해 가는 느낌이 들 떄입니다.

마치 매 맞기 전이 더 두렵다고 운전을 하거나 일상을 살아갈 때

그 순간이 오는 시간이 다가오면 정말 두렵습니다.

저는 공황이라는 것을 꽤 오래전부터 앓고 있었는데, 사실 그게 공황인지도 몰랐던 것 같아요

제주에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준비를 하면서 제 공황을 버리기 위해 몇 가지 정리해야할 

개인적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금요일 날 김포로 돌아왔고, 어제 모든 정리가 끝났습니다.

가장 두려워 하던 것으로 부터 그냥 맞닥뜨리기로 했어요.

덕분에 공황은 더 심해졌고, 제 스트레스는 사실 이겨내기 힘든 상황에 있습니다

그래도...어쩌겠어요 살아야지..라고 생각하면 더 못살겠더라구요.

저는 하루 하루 내일 죽으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 살아가다 보니 오히려 살아지는 느낌입니다.

아무리 아파도, 뭐 어차피 이 고통 다 죽으면 그만 인데 하는 생각으로요

공황이 오는 이유, PTSD를 앓게 되는 이유는 정말 다양합니다.

저는 사이비 종교를 믿는 부모 밑에서 자랐고, 그 영향을 안받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하나하나 벗어나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쓸쓸함이 그 노력을 채워가고 있네요.

교통사고로 인해 애써 제어하던 능력들이 다 사라진 느낌입니다

여기서 PTSD가 각 사람별로 작용하는 영향력이 다르 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기존의 자신이 가진 스트레스의 총량에 따라서(물론 절대적인 기준은 아닙니다) 마치 면역력 처럼

하나의 사고가 방아쇠가 되어 기존의 스트레스를 모두 터트려 버리게 될 수 있다는거죠.

저는 교통사고 전에 제가 가진 스트레스를 매우 잘 제어하던 편이었습니다.

공황이 있어도 어느정도 이겨낼 힘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고로 얼굴이 일그러지고, 사고의 기억들이 계속 떠오를 때마다 기존의 스트레스들까지 한꺼번에 

해일처럼 저를 덮치는 느낌입니다.

제주에서의 시간은 모든 짐으로 부터 어느정도는 벗어난 시간이었고, 제가 앞으로 맞닥뜨려야 할 쓸쓸함에 대한 예방주사를 맞은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효과가 있는것 같진 않네요.

적극적 자살의 위험은 보이지 않는 환자인 저는 다만 소극적자살? 혹은 갑자기 닥치는 위험에 대한 저항도는 상당히 낮은 편입니다. 뭐 쉽게 말하면 덜컹거리는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높은 곳에 안전장치 없이 올라가도

두렵지는 않아요.

다만 떨어져서 죽지 않을 만큼의 높이는 두렵습니다. 고통의 총량이 더 해질테니까요.

저는 그냥.....한번에 죽을 수 있는 곳이면 전혀 두려움을 느끼지 않습니다.

아직까지 죽어야 겠다 그런 생각은 못하겠어요. 다만..제발 죽었으면 좋겠다 하고 간절히 바래보긴 합니다

홀로 라면을 끓여먹으면서도 어떻게든 이쁘게 있어보이게 끓여먹어보고싶은 저 자신을 보면서

아직은 살고싶어하는 것인가. 혹은 여기서라도 만족감을 얻으려 하는 것인가 조금 헷갈렸습니다.

쓸데없는 말들이 길었네요.

멀타핀과 아빌리파이, 자낙스는 너무 무서운 약입니다. 

그 약을 먹고 나서 느낀 증상은 저녁에 먹었을 경우 찾아오는 무서운 졸음과 굉장한 식욕

졸면서도 먹게 됩니다.

그리고 다음날 늦은 오후(PM4시경) 까지도 이어지는 몽롱함입니다.

일상을 살아갈 수가 없더라고요.

저는 숨쉬기 힘들어도 일상을 살아보려 합니다.

그러다..뭐..죽게되면 죽겠죠

이 일기는 밝고 아름다운 글들이 가득하지 않을 겁니다. 18분이나 구독해주시는데 민망하고 감사하고 죄송할 따름입니다.

제가 혼자 가는 이 어두운 길을 가감 없이 적고 제가 느끼는 불쾌함과 두려움 공황에 대해서 하나하나 적을 예정입니다. 꾸며진 글들 보다는 팩트가 더 도움이 될 듯 해서요

저는 아마 패잔병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같은 증상을 겪으시는 분이 계시다면 잘 이겨내실 수 있게 얼마나 고통스럽고 얼마나 견뎌야 하는지는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패잔병이되더라도 척후가 되어드릴테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 공황이나 PTSD를 앓고 계신 분들은 부디 이 정보를 통해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우리..그래도 살아서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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