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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PTSD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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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n Jun 02. 2021

교통사고로 인한 스트레스장애(PTSD) 투병 30일

안녕하세요. 투병을 시작한지 31일 째 에 접어들었습니다.

꽉 찬 한달이 됐네요.

한달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생업이 스톱이 됐고, 감정에 헤어나오지 못했으며

숨을 쉬지 못하는 밤들과 새벽들이 이어졌으며

하루에 20km 씩 걷고 산을 오르고 해도

감정의 고통은 덜해지지 않았습니다.

멀타핀 아빌리 파이 자낙스에서

아고틴과 아빌리 파이를 저녁에만 복용하고, 자낙스는 공황이 심해질때 복용하고 있습니다.

자낙스는 먹으면 정말 효과가 커서 최대한 안먹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식사를 자주 거르다가 패스트 푸드로 해결하는 일이 많아져서 최대한 안하려고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보통의 입맛이 사라져 버린 느낌이랄까요. 밥먹을 때마다 느껴지는

이 특유의 모래 씹는 느낌은 언제 사라질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햄버거를 앞에 두고 마냥 창밖을 바라본 시간도 있었고.

쓸데 없는 행동들도 꽤 많이 했습니다.

가족들 과는 절연 상태로 상황이 악화되었고, 혼자 있는 집에서 약만 먹고 가만히 멍하니 있던 시간들도

많아 졌습니다.

늘 저는 화살이 쏟아지는 전장 한복판에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모든 화살을 다 맞아내면 언젠가는 꽂꽂하게 서 있다가 쓰러져야지 했는데

지금은 피투성이가 된 채 숨만 헐떡이는 느낌입니다.

연예인들은 흔히 공황을 티비에서 이야기 하는데..저는 좀 놀랍습니다

일반인들은 공황에 대해 이야기 하기가 힘듭니다.

일단 공황에 대해 이야기 하는 순간 사람들에게 마치 도움받아야 할 사람이 되는 것 같거든요

일단 저는 그렇습니다.

그런 배려의 존재가 된다는게 너무 싫습니다. 그럴거면 차라리 죽어버리는게 낫지 않을까 할 때가 있습니다. 마치 저의 존재가 마이너스의 존재가 되는 느낌입니다.

지금 임시로 지내는 곳이 꽤 높은 층인데 아침에 눈을 뜨면 침대에서 저 창문으로 바로 떨어지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하지만 그 역시도 제 공황으로 인한 결과가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별로 달갑지 않습니다.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고 조용히 이 고통을 끝낼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어떨까 생각해 봤습니다.

오늘 부고를 들었습니다. 감정의 고통을 못이겨 홀로 산을 나서서 실종이 됐고 결국 돌아가신 채로 발견된..

참...끝까지 피해를 주기 싫어 홀로 어딘가로 들어갔을 그 무게가 절절히 느껴져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분이 고통에서 해방 되던 그 순간 편안하셨길 바랍니다.

영화 신과 함께를 보면 차태현이 지옥문에 들어선 순간, 지옥을 담당하는 사람이 이런 말을 합니다

"쟤는 죽었는데 왜 또 죽고 싶어하는 사람같냐"

죽었는데도 죽고싶어하는 사람이라..만약 천국이나 지옥이 또 있다면 저 역시도 아 또 죽고싶다 할 듯 해요

그 표정이 뭔지 알아서 저 역시도 뜨끔 했습니다.

죽음..요새 늘 생각합니다. 어떻게 죽어야 가장 이쁘게 죽을 수 있을까 ? 이 고통을 끝낼 수 있을까

일단 취미를 하나 만들어 놓으려고 노력하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로 죽음의 유혹을 버텨낼 수 있을만큼의 흥미를 갖게될진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목에 칼 하나를 찬 채로 살아가는 느낌입니다.

이것이 저의 증상입니다.

이 사실들을 나열하는 이유는 어떠한 위로를 바라거나 징징대는 것이 아닌, 제 현재 상태와 감정을 객관적으로 설명함으로, 치료를 오래 늦추게 되었을 경우 그로인해 큰 문제가 생겼을경우(저처럼 사고) 어떤 결과를 얻게 되는지 알려드리는겁니다.

저는 아직 살아있습니다.

그냥..살아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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