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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PTSD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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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n Jun 05. 2021

교통사고로 인한 스트레스장애(PTSD) 투병 34일

투여약 : 자낙스

식사량 : 무


안녕하세요.

글을 쓰면서 느낀건데, 제가 인사를 잘 드린적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인사를 먼저 드려봤습니다.

글을 읽어주시는 분도, 라이킷 해주시는 분도,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저는 오늘 병에 잠식 되기 전 저에 대한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저는 병에 잠식되기 전에도 꽤 많은 스트레스에 노출 되었던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걸 이겨내기 위한 노력들을 무던히도 할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냥 여기저기 화살이 쏟아지고 칼이 난무하는 전쟁터 한가운데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해 살았습니다

일 도 열심히 했고, 여행과 요리를 즐겼으며,

연봉은 세 후 1억정도 되었습니다

쉬운 사업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열심히 일했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경제적으로 넉넉 했고 좋은 차와 괜찮은 주거공간이 있었습니다.

미술 보는걸 좋아해서 매년 스페인으로 여행을 갔습니다.

한달에 최소 두번 많게는 일주일에 두번 정도는 격렬한 운동을 했습니다

건강하고 적당한 근육이 있는 남자 였으며,

한강을 산책하고 달리거나 여행을 전국에서 안다닌 곳이 드물만큼 잘 살았습니다.

스트레스에 많이 노출 되었지만, 그 만큼 강한 에너지를 갖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짓밟혀도 일어나고 또 일어났습니다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여자친구가 있었고

가족이 있었고,

웃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소비를 통제하지 못하고, 공황을 통제하지 못하고

조바심을 내고, 화를 주체하지 못해 혼자 가슴을 치고 있습니다.

여자친구와 헤어졌으며, 가족을 잃었으며 저는 밤이 되면

숨을 쉬지 못해 자해를 할까 자살을 할까 고민하다 겨우 잠이들지만

길어야 3시간 정도 입니다.

업무에는 복귀했지만 소득은 이전의 1/3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일을 해도 이전 보다 훨씬 지칩니다.

공황장애 혹은 ptsd는 모두 기존의 스트레스를 이겨 내던 힘을 완전히 완전히

상실케 합니다.

저는 그 전에도 우울한 날이 있었고 스트레스를 이겨내야 했지만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잘 이겨내지 못합니다

최선을 다하지만 자주 쓰러지고 자주 절망 합니다.

이겨 낼 수 있다고 말하는 건 사치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니..지금 저와 비슷한 아픔을 가지신 분들은, 꼭 알맞은 치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더 남은 능력까지 상실 하시기 전에요.

약을 드시고 용기를 내셨으면 합니다.

매일 죽기 위해 사는 것 같은 이 시간이, 상상 못할 괴로움을 줍니다

그래도..하루 하루 꾸역 꾸역 살아갑니다.

숨을 코에 억지로 밀어넣고 폐부에 들어오는 산소가 독약같아도 들이마십니다.

그러니..우울증 공황장애를 앓고 계신 분들은 커지기 전에 제어할 수 있는 그 때

용기내 병원에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당신 혼자 아프지 않다는 사실이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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