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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PTSD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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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n May 04. 2021

교통사고로 인한 스트레스 장애(PTSD) 투병 1일차

PTSD

2021년 05월 04일 날씨 비


저는 2021년 05월 3일 삼성 서울병원에서 교통사고로 인한 ptsd 진단을 받았습니다. 인지검사와 집중력 검사를 동반했으며, 심각한 외상성 스트레스 장애와 불안 자기중심적 경향이 심화되면서 욕구와 감정을 우선시하며, 심한 우울감, 심장 두근거림, 발한 숨가쁨등의 공황 증세를 느끼고 있습니다. 플레시백(사고장면이 계속해서 떠오르는 일), 악몽을 자주 꾸고 공포및 불안감이 과도하게 발생하며 중립적인 자극에도 쉽게 놀랍니다. 또한 자신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수정할 수 있는 능력이 저하되었고, 사고 전 보다 사용할 수 있는 어휘와 지적 이해력이 낮아졌으며, 대화에 있어서 자주 멈추고 쉽게 흥분하곤 합니다. 물론 사고 이후로 이러한 경향을 자제 하고 억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지만 결국 심화 되었고 약을 처방 받았습니다.


사고 초기에 처방 받은 약은 브린텔릭스 며 지금 현재 처방 받은 약은 자낙스, 아빌리파이, 멀타핀입니다. 이 약을 투약하게 되면 일상생활이 불가능 할 만큼 잠이 오기 때문에 현재 바로 투약 하지는 못했습니다. 하고 있는 개인 사업 스케줄을 대충 정리하고 다음주 즈음에 제주도에 보름 정도 내려가서 약을 투약하려고 합니다.

개인 환경상 가족에게 자세하게 말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요양보호사를 고용하고자 합니다. 사실 많이 두렵습니다. 이 약을 먹은 사람들의 후기나 약사로 부터의 설명을 들으면, 이 약을 먹으면 정말 외부에 어떠한 자극에도 반응 하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하지만 그래도 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지금 현재 식욕이 거의 없거나 혹은 돌아오면 자제 할 수 없을 만큼 폭식을 하지만 먹을 때도 맛을 거의 느끼지 못합니다. 모래를 씹는 느낌인데, 그런데도 멈춰지지 않고 계속 먹곤 합니다.

잠은 4시간 정도 겨우 잠이 들다 불쾌한 기분이 들어 깹니다. 새벽 2시 정도에 잠들어서 6시 경에 깨는데 깨고나면 피가 차가워진 느낌이며 심장이 얼음장 같이 저미곤 합니다.


현재는 브린텔릭스를 먹으며, 산책 운동을 병행하고 최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ptsd 환자는 도박, 성중독, 도벽, 자해, 폭력 과 같은 자극적인 충동 중독에 노출 되기 쉽기 때문에 최대한 스스로 이러한 즉각적인 충동에 놓이는 상황을 자제 하고 있습니다.


저는 키 180cm에 약간 과체중인 30대의 건장한 남자입니다. 풋살과 조깅을 즐겨 하며 헬스도 곧잘 합니다. 그럼에도 ptsd를 이겨내는게 사실 쉽지 않습니다. 사람들 앞에선 괜찮은 척 지내지만 그 동안 혼자서는 많은 고군 분투를 해야 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까짓거 하며 의지로 이겨내려 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다. 전쟁에 참전한 특수부대원들 조차 죽음의 공포는 이겨내도 ptsd는 스스로 이겨내기 힘들다고 합니다.

저는 오늘 부터 제가 투병하는 과정을 일기로 쓰고 혹시 이런 경험으로 인해 고통스러워 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이겨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 용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저 역시도 이런 방법으로 이겨내고자 합니다.


ptsd의 원인은 정말 다양합니다. 실연이나 투자 실패가 될 수도 있고, 저와 비슷한 교통사고나 사랑하는 사람의 사별, 혹은 성폭력이나 학교폭력, 학대로도 발현할 수 있습니다. 어떠한 원인이든 이겨내고 정상적으로 살아가야 하는게 우리 몫이니까, 저는 최선을 다해서 싸워보려고 합니다. 하루 하루 브런치와 인스타에 일기를 쓰고, 투약 과정 또한 적어보려고 합니다. 잠은 얼마나 오는지 식욕은 어떻게 변하는지, 체중은 어떻게 변하는지, 의식상태는 어떻게 되는지 글을 쓸 수 없을 만큼 멍하면 글을 쓸 수 없을 만큼 멍하다 라고 만이라도 쓰려고 합니다.


저의 이겨내는 과정을 보시고 ptsd를 앓고 있음에도 혼자 꾹꾹 참아내는 분에게 참고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의료기관의 도움을 받고 계신 분들 역시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그렇게 잘 이겨내고,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잘 사는게 뭔지 헷갈리는 세상이 되버렸지만, 그래도 이렇게 아프게는 안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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