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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틸틸 Aug 19. 2018

알록달록 Hoi An

Good Morning Vietnam - May2018


3년 전, 호이안의 정취가 몹시 좋았다. 메인이었던 다낭은 바다색이 예쁘지 않은 달이기도 했다. 그렇게 패키지에 탑승한 시큰둥한 날들이었다. 기대했던 하롱베이는 지루했고, 배 안에서는 아쉬운 해산물이 펼쳐졌고 꼬마들이 흥정을 걸어왔다. 어른들은 노래방으로 풍경을 대체했다. 난 왜 패키지로 베트남에 온 걸까, 버스에 실려 꾸벅꾸벅 졸기만 했다. 그럼에도 내가 이 나라에 와서 설레었고 다시 꼭 오리라 했던 유일한 곳, 바로 호이안이다.


다낭 공항에 내려, 호이안으로 가기 위해 일출을 기다린다. 안마 의자의 손맛은 이리 좋은 건지 온몸이 착착 감긴다. 쌀국수를 먹고 하이랜드 커피의 카페 쓰어다를 마셔도 시간은 아직이다. 다시 안마의자에 누워 공항 천장의 생김새를 감상한다. 돈을 넣어 연장을 하고 또 연장을 하다 생각하길, 택시비 아끼려다 안마 기계로 다 흡수시키면 무엇이 손해일까 계산해본다.


바로 티켓을 구매할 수 있을지 알았다. 룰이 바뀌어서 무조건 24시간 전에는 예약을 해야 호이안 익스프레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고마운 직원분의 배려로, 인터넷 예약가보다 저렴하게 바로 티켓을 구매했고 호텔까지 편안히 도착했다. 탑승 정류장까지 안내를 받았는데, 임산부였다. 땡볕 아래 미안함과 고마움이 뒤섞인다. 호이안의 숙소는 올드타운과 안방 비치까지 셔틀을 제공한다. 알차게 이용했다.


한바탕 푹 자고 일어나 올드타운으로 향한다. 그때의 모습 그대로 여전히 예쁘다. 호이안 로스터리에서 코코넛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특유의 향과 맛이 가득하다. 이 동네는 시선을 어디에 두어도 좋았다. 어느 배경이나 특별했고, 그 안에 담기는 모든 장면이 그림 같았다. 낮에도 좋은데 밤에는 더 근사해진다. 작은 골목 안으로 바람이 불어온다. 더위도 식힐 겸, 다른 세상인듯한 노란 벽을 짚어본다. 인생 사진 건져서 나의 포토존으로 임명한다. 엄마가 제일 드시고 싶어 한 장소로 이동한다. 이번 여행은 모녀 여행이고, 어떤 장소들은 엄마가 찾아보셨다. 'Home Hoian' 엄마가 찾고, 엄마가 제일 만족 한 장소.





브레이크 타임에 예약을 하고 저녁 오픈에 맞춰 입장했더니, 풍경이 좋은 곳으로 앉을 수 있었다. 모닝글로리, 해산물 볶음밥 등을 주문했다. 4개의 도시 , 매 끼니에 모닝글로리를 먹었는데 이 곳이 가장 깔끔하고 담백했으며 풍미가 좋았다. 저녁을 먹는 동안, 어둠이 내려앉았다.





화려함이 더 가득 해지는 밤의 호이안을 보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이 올드타운으로 모여든다. 아마 매일 이런 풍경일 것이다. 시끌벅적해서 축제 같지만 보통의 호이안이었다. 투본강과 재래시장을 둘러보고, 야시장에 가서 망고를 흥정한다. 한국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서로의 정보를 제공한다. 엄마는 앞서 구매하신 분들보다 더 잘 산 것 같다고 묵직한 망고를 내게 건넨다. 아직 더 보고픈 것들이 많고, 올드타운에 길게 머무르고 싶은데 망고의 무게는 숙소로 돌아가기를 재촉한다. 내 인생의 목표 중 하나가, 물릴 만큼 망고 먹어보기였는데,,, 드디어 소원을 성취하는 밤이기도 했다. 여행 내내 망고를 지금껏 살아오면서 먹어온 망고보다 많이 먹어보았는데, 배가 너무 차서 신물이 살짝 넘어오기도 했지만 질리지는 않았다. 물리지 않지만 물릴 만큼 먹어본 망고는 절대 질릴 수 없는 과일이었다.






잘 자고 일어났다. 나는 그랬는데, 내 아이폰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직 할부 7개월이 남은 내 아이폰 7은 반응이 없다. 떨어뜨리지도 부딪히지도 물에 닿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아직 여행이 10일이나 남았는데, 지금 시련을 이렇게 안겨주나... 화가 나고 어이가 없으며 괘씸했다. 내 폰에 저장된 각종 정보와 앞으로 아이폰 감성으로 찍고 싶었던 베트남의 모습들은 영영 이별이다. 근처 AS센터를 찾아보니, 괜찮은 리뷰들에 오픈 시간까지 희망을 가진다. 오늘의 일정은 다시 리셋이며, 그래도 고칠 수 있기를 바라며 들어섰다. 자리에 앉아 아이폰의 상태에 대한 답변을 기다린다. 쉽지 않겠지만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내일 오전 11시에 오라는 답을 들었다. 희망이 생긴 것 같아, 콩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투본강의 일상들을 구경한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서 안방 비치행 버스를 탔다. 개인적으로는 미케 비치보다 바닷물이 진해 청량해 보였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바다색이라 정확한 비교는 어렵다. 시원한 바람 덕에 뜨거운 모래를 밟기에 나쁘지 않았다. 익스트림을 즐기는 사람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오랜만에 바다 모래를 맨발로 밟아본다. 다리에 오고 가는 물결에 근심을 조금을 덜어낸다. 너무나 유명한 소울 키친은 한국사람들이 거의 점령 중이다. 그래도 우리들은 서로 자리를 빨리 순환시켜 주는 것 같다. 우리들 간의 배려라 생각된다. 오늘도 메뉴는 해산물 볶음밥과 모닝글로리 그리고 밍밍한 맥주. 어제와 비교해서 많이 아쉬웠지만, 자리가 다했다 싶었다. 바다는 언제 봐도 어떻게 보아도, 자체로 참 좋다. 역시 바다는 바다다.





밤, 올드타운에 왔다. 오늘도 이 곳의 열기는 대단하다. 한참을 거닐다 복잡하지 않은 곳을 찾아 적당히 한적한 곳으로 들어선다. 250원의 맥주와 모닝글로리로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는다. 동네 아이들이 아직은 잘 생각이 없는지, 여기저기 뛰어 다니며 어울리는 모습들에 웃음이 난다. 어릴 때의 내가 잠시 떠올랐다 잊힌다.



조식을 먹고, 내 휴대폰을 찾으러 올드타운으로 다시 향했다. 맘 졸이며 갔는데, 아직 고쳐보고 있다고 2시에 다시 오라고 한다. 근처 주스 전문점에서 한국어로 적힌 예쁜 메뉴판을 받았다. 에어컨이 시원하게 가동 중이다. 아이폰 때문에 삐질삐질 흐르던 땀과 분노를 시원하게 식혀준다. 유명 분짜 세트를 먹으러 올드타운을 헤맨다. 한낮의 올드타운은 태양이 강렬하지만, 한적함이 썩 맘에 든다. 오랜만에 먹는 풍부한 분짜 맛에 든든해진다. 그리고 2시, 난 코마 폰을 받았다. 그냥 처음부터 고칠 시도를 하지 말걸 그랬다. 시간이 아까웠다. 언제나 여행은 변수지만, 무언가에 얽매여서 방해받게 되는 이런 상황은 참 싫다. 엄마폰으로도 충분했는데, 아이폰 감성 사진 이 7글자에 발목 잡힌 거다.





도시를 떠나기까지는 여유가 있어, 공원 같은 리조트의 정원으로 들어섰다. 사이공 커피 화이트 두 잔을 주문하니, 선풍기가 앞으로 등장한다. 새들이 지저귀고, 나른한 오후 햇살이 나무 그늘 사이로 내려온다. 평화로운 오후다. 졸음을 물리려 하지만, 쉽지는 않다. 그냥 들어온 곳인데 참 만족스러운 곳이다. 단돈 3천 원에 이 모든 탁월한 옵션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언제 또 올 수 있을까 싶은 마음으로 올드타운의 더위를 감당한다. 투본강도 다시 보고, 예쁜 상점가들도 둘러본다. 그늘 아래에서 지나가는 씨클로와 그 안에서 자신의 여행을 누리는 사람들의 표정도 마주한다. 호이안 로스터리에서 카페 쓰어다를 주문해 천천히 방법에 따라 한 모금씩 삼킨다. 연유는 정말 사랑이다. 엄마는 오로지 하나인 폰을 들고 거리를 담으러 나섰다. 그냥 나는 커다란 창 밖에서 펼쳐지는 흥정을 구경하고, 누군가들의 배경인물이 되어주기도 한다. 그늘이 점점 길어지고, 또 다른 도시로 향해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3대 반미 중 하나를 포장해서, 신투어리스트 버스를 타고 미처 가보지 못한 호이안의 밤의 풍경들을 스쳐 보낸다.




추천하고 싶은, 호이안.

- Hoi an roastery (coffee)

- Home Hoi an (restaurant)

- ACB 은행 (환전)

- Hoi an express(<-> airport)

- The Juicery Hoi an (bever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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