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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틸틸 Aug 21. 2018

한량처럼 Mui Ne

Good Morning Vietnam - May2018


 푹 자고 일어났더니, 비가 왔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조식을 든든히 챙기고 너무나 친절한 로사카의 직원들과 작별을 나눈다. 모든 리뷰를 다 신뢰할 수 없지만, 이 곳에 대한 리뷰는 다 비슷한 것 같다. 이번에도 슬리핑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어제 표를 예약할 때는 세상 친절한 직원이 있었는데, 오늘 표를 바꾸러 간 신투어리스트는 진짜 가관이었다. 호이안에서도 기분 좋게 이용했던 신투어리스트였는데, 아침부터 봉변당한 거 생각하면 화가 아직도 솟구친다. 백에 붙일 택만 받고, 막상 탈 수 있는 티켓으로 교환을 받지 못했다. 버스 승하차를 담당하는 직원이 바꾸지 않은 내 표를 보더니 가서 바꿔 올 것을 일러준다. 다시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 표로 바꿔달라고 했더니, 그냥 이걸로 타라고 한다. 밖에 직원이 바꿔 와야 하고, 나 분명히 호이안에서 올 때도 티켓으로 바꿨다고 했더니 성질을 잔뜩 부리면서 아주 큰 소리로 밖에 저 남자가 저렇게 잘 아는 것 같으면 그 사람을 따라가란다. 모 이런 미친... 게 다 있나.. 싶다. 그러더니 오늘 프린터가 고장 났다나 모라나. 우선은 내가 너무 민망해서 다시 씩씩 거리며 밖으로 나왔다. 나는 순간 대처 능력이 탁월한 편이 아니다. 그렇다고 같이 열 받아서 싸우지도 못한다. 프린터가 고장 났다는데, 그럼 오늘은 표를 교환하지 않아도 되는 건가 혼자 열을 삭히다 (아마 혼자였으면 싸웠을지도 모르겠다), 옆에 계시던 베트남 분이 말을 건넨다. 무슨 일인지 묻길래 표를 교환해 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분은 분명 고장 난 프린터로 인쇄를 받은 표를 들고 있었다. 나와 신투어리스트 사무실 안으로 같이 들어갔다. 그랬더니 이 미친 직원이 찍소리 안 하더니 표로 바꿔준다. 지금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다. 지금도 그날 아침을 생각하니, 분노 게이지가 너무도 올라가서 지금이라도 컴플레인을 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그냥 꾹 누르기로 한다. 베트남 분이 그냥 나를 다독인다. 내가 그분 입장이라도, 사실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는 어려울 것도 같다.


일층으로 발을 쭉 뻗고 누웠다. 지나치는 풍경들에 분노를 조금씩 나눠 보낸다. 점점 남쪽으로 내려간다. 버스를 타면 가보지 못한 곳들을 이렇게 눈으로라도 실컷 볼 수 있기 때문에 버스를 타는 일은 언제나 좋은데 아침부터 감정 소모를 너무 했더니 축축 쳐지고 만다. 베트남은 도시마다 특색이 확연히 다른 것 같다.


무이네에 다녀온 친구가 한량처럼 지내기 좋다고 했다. 꼭 봐야 할 곳 한 군데만 일러줬다. 버스 창 밖으로 이 지역에 유명한 레드 샌듄, 화이트 샌듄이 아주 짧은 간격으로 펼쳐진다. 물론 그 명소가 지금 내 눈앞에 지나간 곳들은 아니지만 별 차이 없이 하얀 모래 빨간 모래가 연이어 보인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다.


나트랑에서 숙소 때문에 느낀 두려움을 걱정하며 숙소에 도착했다.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었다. 무엇보다 수영장이 정말 좋았다. 리조트용 수영복을 하나 샀는데 드디어 입어보는구나. 점심을 먹으러 가장 가까운 곳의 음식점들을 검색한다. 무이네의 태양도 강렬해서, 10분 이상 걷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인 듯하다. 너무 잘 알려진 Mr.crab 에서 해산물 볶음밥, 조개, 새우 그리고 모닝글로리를 주문했다. 바다 근처로 앉았더니 파도가 바로 의자까지 밀려오는 듯하다. 바다는 쓰레기가 제법 떠 다녔고, 이 쪽은 수영을 즐길 수 있는 비치는 아니었던 것 같다. 음식이 나왔다. 맛은 무난했고, 물가는 무이네가 압도적으로 제일 싼 것 같다. 이쪽 해산물 거리는 워낙 바가지도 심해서 흥정이 필수라고 하는데, 그럼에도 무이네의 물가는 정말 저렴한 것 같다. 돌이켜 생각하면 무이네는 그냥 물가만 좋았던 곳이다.




커피 한잔이 너무 마시고 싶어서, 미리 찾아놓은 곳의 거리를 확인한다. 무이네에는 베트남의 유명 커피 브랜드가 있지는 않았다. 어느 음식점에서든 커피를 파니까, 커피 자체를 마시는 일은 어렵지 않지만 그래도 커피 전문점에서 마시고 싶었다. Katie's coffee house는 10분 정도의 위치였으나, 도착까지는 20분 어쩌면 체감상으로는 30분도 더 걸린 것 같았다. 하지만 문을 연 순간 확연한 온도차와 쾌적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3 테이블 정도 손님이 있었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중 한 테이블에 앉아 계시던 아우라 있던 외국인은 사장님 겸 유명한 바리스타였다는 거. 인테리어 느낌은 미국식 홈메이드 커피전문점 같은 친근함이 있고 아기자기하다. 콘센트 시설도 잘 되어 있어서 충전 열심히 했다. 직원들도 친절하고 발랄하고 귀여운 학생들 같았다. 카페 스어다 2잔과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주문했는데, 커피맛이 참 좋았다. 멀리서 방문해 원두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만큼 인기도 좋은 곳이었다. 무튼 커피는 성공. 태양이 아까보다는 열기를 잃어, 무이네의 거리를 구경해보기로 했다.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숙소에 돌아오기 전 동네 마사지 샵에 들어가 심심한 마사지를 받았고, 내일 아침 지프 투어를 예약했다. 마사지샵은 가정집의 일부에 침대를 놓고 마사지를 받는 형태였는데, 아마 혼자였다면 받을 엄두를 내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집을 선택한 건 5살짜리 이 집 셋째가 앞마당을 쓸고 있는 모습이 기특해서였다.




낮잠을 충분히 자고 밤 다시 해산물 거리로 나왔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오히려 사람이 많은 곳에 가격이 훨씬 비쌌다. 어차피 맛은 거기서 거기일 텐데, 다들 한국어 패치 붙여서 어찌 그리 능숙하게 흥정을 하는지, 그렇게 왔다 갔다 하다 그냥 아무도 없는 곳에 들어가기로 했다. 랍스터 가격은 아까 북적이던 곳보다 훨씬 저렴했다. 랍스터와 공심채를 주문해서 맛있게 먹으며 밤바다를 구경하고 있었다. 밍밍한 맥주도 맛있게 느껴지고 정말 한량 같은 기분 만끽 중이었는데, 난생처음 느끼는 기분이 급작스레 스쳤다. 무이네에서는 쉽게 볼 수 있다는 들쥐인지 물쥐인지.. 바다에서 급 나와 식당을 가로지르며 내 다리와 푹 접촉하며 지나갔다. 이 촉감은 잊히지 않는다... 정신이 번뜩 깨면서, 제발 고양이이길 바랬다. 야생 쥐를 눈으로 보기만 했지 쥐와 접촉할 수 있다는 건 태어나서 한 번도 상상해본 적도 없는 일이다. 이번 여행에서 잊히지 않는 두 번째 이슈였다. 술도 깨고 식욕도 깨고 물티슈로 다리를 벅벅 문질러댔지만 쥐 크기가 작지 않았는지 종아리 위까지 찌릿한 기운이 남는다. 나 이 음식점 마음에 들었는데 눈물을 흘리며 추가 주문을 하지 못하고 일어났다.


내가 묵는 숙소는 계속 북적였는데, 막상 거리는 굉장히 한가로웠다. 5월 말 무이네는 성수기는 아니었던 것 같다. 이번엔 5개 국어 패치를 부착한 과일가게 언니네서, 망고를 한 보따리 샀다. 이 곳은 심지어 다 손질도 해주신다. 아까 쥐 덕분에 내 술기운 다 날려 보냄이 아쉬워 캔 맥주와 망고로 다시 알딸딸을 소환 중이다. 알코올이 슬슬 올라와도 다리에 촉감은 계속 온몸을 휘감는다. 숙소 수영장은 힙한 음악에 맞춰 젊은 웨스턴들이 점령 중이다. 내 리조트용 수영복은 아직도 개시를 못하고 있다.




보통 무이네 지프 투어는 일출을 보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우리는 느긋하게 10시에 지프차를 만나기로 했다. 지프차가 올라가는 길이 쉽지 않다고 해서 아무래도 엄마가 피곤하실 것 같아 친구가 추천한 요정의 샘물과 피싱 빌리지만 가기로 했다. 우선은 피싱 빌리지에 내려준다. 동그란 배가 떠다니는 모양이 참 귀엽다. 조리해서 먹을 곳이 있다면 이 곳에서 구매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한국 분들께서 구매를 하시고 음식을 기다리고 계셨다. 여기서는 조리도 다 해주는 곳이었다. 가격은 랍스터 4마리에 5천 원 그리고 조리 비용 2500원, 총 7500원에 치즈가 가미된 랍스터를 먹을 수 있다. 투어 때문에 망설이고 있었는데, 미리 주문해 놓은 음식을 먼저 먹으라고 해주셔서 빠르게 흡입하고 투어차량에 탈 수 있었다. 너무 감사합니다. 피싱 빌리지 와서 이렇게 먹으면 2만 원이면 배 터지게 랍스터를 먹을 수 있다. 피싱 빌리지는 엄청난 곳이었다.




요정의 샘물로 지프차는 날라서 도착했다. 도로의 상태가 좋은 편이 아닌데, 스피드를 즐기지 못하는 나는 손잡이를 너무 꽉 잡느라 팔이 너무 아팠다. 입구를 잘 못 들어가면 입장료를 내야 하니깐 조심하라고 일러준다. 이 곳은 무료인 곳인데.. 말이다. 정말 편하게 되어 있는 입구로 들어가려 하니 돈을 달라고 한다. 다시 돌아서 거친 계단으로 내려가니 부드러운 진흙이 발을 포근하게 감싼다. 느낌이 너무 좋았다. 어제 쥐와의 충돌은 이 곳에서 정화하고 가기로 한다. 걸으면 걸을수록 놀라울 정도의 부드러움에 계속 걸음을 재촉한다. 한 편에서는 개들도 진흙 욕을 즐기고 있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좋은 건 다 똑같다. 머리 위로 쏟아지는 태양에도 아랑곳없이 계속 걸었다. 그늘은 소들이 점령 중이다. 과일 주스 한 잔 마시려고 카페로 들어섰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주스를 마실 수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커피는 마실 수 있다고 해서, 카페 스어다 두 잔으로 피곤을 물린다. 이 곳은 작은 동물원으로 작은 공간에 진짜 동물들이 있었다. 커피 값은 한 잔에 1000원씩, 어디나 연유로 달콤한 베트남 커피. 이 공간에서 더위를 식히고 오늘 아니 무이네의 모든 관광은 종료하기로 했다.




숙소로 돌아와 리조트용 수영복을 드디어 개시해본다. 수영 너무 오랜만이다. 나 수영 좀 한다는 친구들이 온갖 폼을 다 잡고 다이빙을 한다. 살짝 부럽고 멋있었다. 수영까지 하고 나니, 무이네에서는 정말 할 일이 너무도 없다는 걸 새삼스레 느낀다. 낮잠을 자도 시간이 아직이다. 마지막 여행지 호치민에 가서는 어디를 갈지 무엇을 먹을지 검색을 하다 보니 그럭저럭 해가 기울었다. 바로 근처 식당에 가서 한결같은 메뉴인 모닝글로리와 해산물 볶음밥을 주문하고 소화도 할 겸 오늘은 위쪽으로 쭉 올라가 보기로 한다. 오늘도 한국어로 흥정들이 쏟아져 들려온다. 하지만 바닷가 근처 식당은 어제의 충격으로 도저히 갈 수가 없다. 오늘도 능숙한 다언어를 구사하는 언니네서 망고와 망고스틴 그리고 이 과일을 샀다. 엄마가 주문하셨는데 과일 무식자는 이름이 기억이 안 난다. 가게 앞 간이 테이블에 앉아서 과일을 먹으며 간간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물론 그들도 우리를 구경하다 과일을 사서 가던 길을 가거나, 아니면 이 공간에서 같이 먹는다. 어느새 3 테이블이 되었다. 호치민에서는 망고를 못 먹었으니, 베트남 여행에서 마지막 망고를 먹는 밤을 이렇게 보내고 있다.





추천하고 싶은, 무이네.

- Katie's coffee house (coffee)

- Fairy spring (see)

- Fishing harbour (eat)

- 해산물 거리의 과일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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