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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약사 정혜진 Mar 03. 2017

새 학기가 시작되니 배가 아프다고?

#새학기증후군 #소아기능성복통

3월이 되었다.   

긴 겨울이 끝나고 새 생명이 움트는 봄기운이 만연한 3월. 대부분의 사람들도 3월과 함께 새로운 출발을 시작한다. 지난 주말에는 초등학생인 두 아이의 가방과 실내화 등을 깨끗이 세탁하고 새 학년 맞이 준비를 하였다. 겨울방학에 이어 봄방학을 집에서 빈둥거리느라 지루했는지 학교에 가는 아이들 뒷모습이 살짝 들떠 보였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비교적 학생수가 적어 같은 반이 아니어도 서로서로 잘 알고 친숙한 편이다. 그래서 그나마 아이들이 수월하게 학기초를 잘 넘겨왔던 거 같다.   

사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며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해가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보면 환경이 바뀌었을 때 느끼는 아이들의 감정에 대해 잘 나온다. 11세 사춘기 소녀 라일리는 어릴 적부터 성장해온 편안하고 정든 미네소타를 떠나 낯설고 삭막한 도시로 옮겨오게 되는데 환경이 바뀌면서 여러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계기판이 파괴되고 성격 섬이 무너지고 결국 자아가 타격을 받아 내면의 감정 본부는 회색빛으로 생명을 잃어가는 모습이 나온다. 영화를 보면서 ‘아이들에게 전학이라는 문제도 쉽게 보아선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한 기억이 난다.  

 

초등학생의 30% 이상이 경험한다는 새 학기 증후군은 방학을 마치고 아이들이 새로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두통이나 복통 등 이상 증상을 호소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아이들은 어른처럼 감정을 잘 표현하거나 해소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방식으로 표출되기 쉽다.  

우리 집 첫째는 거실에서 소곤소곤 나누는 이야기에도 어느샌가 나타나 끼어들기도 하고 유독 소리에 민감한 즉 환경에 민감한 성격이다. 물론 엄마의 잔소리는 반복 재생을 해도 감감무소식인 전형적인 아들 귀(?)를 갖고 있다. 어쨌든 지나고 보니 새 학기마다 아이가 예민했었고 다소 신경질적인 부분에 대해 태도를 탓하며 정작 아이의 마음을 제대로 읽어주지 못한 부분이 있었던 거 같다. 첫째를 둔 엄마들은 누구나 그렇듯 서툴다.  

새 학기 증후군의 가장 큰 원인은 스트레스이고 이유 없이 배가 아프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원인을 설명할 수 없는 복통을 ‘소아 기능성 복통’이라고 하는데 주로 배꼽 주위로 통증을 호소한다. 소화기계는 유독 스트레스에 민감하다. 신경을 바짝 쓰거나 기분이 언짢은 상태로 식사를 하게 되면 영락없이 복통이나 소화불량을 호소하게 된다.   

장은 1억 개 이상의 신경세포 다발을 가지고 있으며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95% 정도 존재한다. 섭취하는 음식, 감정에 따라 호르몬이나 소화효소, 신경전달물질 등이 조절되므로 장은 제2의 뇌라 불린다.   

장에 95% 정도 존재하는 세로토닌은 소화기능에 다양한 영향을 주는데 과도한 긴장, 심리적 스트레스 등이 가해지면 세로토닌 농도가 올라가게 된다. 이것이 지나치면 설사나 복통, 복부 팽만감 같은 증상을 보이게 된다. 또 통증에 과민하게 반응하게 만들어 마치 꾀병처럼 보이게도 한다.   

아이들은 성인보다 스트레스 환경에 취약하다. 자신이 왜 스트레스받고 힘든지도 잘 모를뿐더러 알더라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 집에도 학교도 학원도 새로운 반에 들어가 적응해야 하는 두 초등학생이 있다.  

엄마가 무심해도 별 탈이 없을 정도로 알아서 잘 지내 늘 고마운 마음이지만 오늘은 다시 한번 새 학기는 힘들기 마련인데 어떠한지 묻고 새 학년에 올라가 씩씩하게 스스로 생활을 잘 챙겨 기특하고 엉덩이 팡팡해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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