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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Oct 07. 2020

어도비(Adobe), 물고기를 삼키다

소프트웨어 디지털 구독 모델 전환의 교과서가 된 어도비 

2011년 11월, 어도비는 크리에이티브 제품군(Creative Suite) 소프트웨어 판매를 중단하고 디지털 구독 모델로 비즈니스를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2011년 어도비의 크리에이티브 소프트웨어 사업은 34억 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렸고, 그 중 97퍼센트가 매출 총이익이었다. 사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었고, 겉으로는 별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어도비의 사업이 성장한 것은 가격을 인상했기 때문일 뿐이었다. 사용자수가 증가하지 않는 현상이 몇 년간 지속됐다. 어도비는 몇 년간 평균 가격 인상을 통해, 수익 성장을 유지하고 있었다. 즉, 직접 가격을 인상하거나 사용자가 더 높은 상위 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게다가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디지털 퍼블리싱(digital publishing)의 폭발적인 증가세가 어도비를 더욱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고객들이 다양한 브라우저와 앱을 통해 콘텐츠를 생성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어도비가 기존에 제공하던 18-24개월의 업데이트가 고객의 요구에 비해 너무 느려지게 된 것이다. 


어도비는 여전히 전통적인 인쇄물 퍼블리싱에 대해 독점적인 지배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변화하는 디지털 퍼블리싱 환경은 낯선 것이었다. 어도비는 이미 구축한 안락한 시장에 안주할 것인지, 두 가지 - 인쇄물과 디지털 - 시장을 모두 장악하기 위한 모험을 할 것인지 결정해야 했다.

2011년 어도비가 결정한 것은 두 번째였다. 지속적인 혁신과 디지털 서비스, 이를 가능하게 할 사용자 기반을 증가시키기 위한 저렴한 월별 구독 서비스로의 전환이었다. 


지금은 구독이 IT 업계 비즈니스 모델의 상식이 됐다. 그러나 어도비가 위 결정을 한 2011년에는 기존 소프트웨어 회사 중에서 구독 모델로 전환하는 데 성공한 모델이 없었다. 그때만해도 디지털 구독 비즈니스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이 기존 시장의 파이를 조금씩 가져오기 위해 시도하는 것이었다. 


구독 서비스로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면 마진이 낮아지지 않을까? 선불 결제가 없어짐에 따라 회사의 이익이 줄어들지 않을까? 어도비는 이사회와 투자자들의 이러한 질문에 답을 해야 했다. 

"수익이 빨리 줄수록 우리 회사나 투자자의 상황이 더 좋아질 겁니다. 수백만 명의 사람이 다달이 우리에게 돈을 지불하는 건 수익의 관점에서 매우 매력적이기 때문입니다." 어도비의 CFO 마크 개릿(Mark Garret)은 2011년 11월, 수십명의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회사 수익을 최대한 빨리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말했다. 


마크 개릿이 예고했듯이 전통적 소프트웨어 기업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구독 모델로 전환할 때 수익이 급감하는 현상이 동반된다. <서비스형 테크놀로지 전술 : 수익성 좋은 구독 사업을 키우는 법>이라는 책에서는 이를 "물고기 삼키기"라고 부른다. 수익 곡선이 다시 올라가기 전에 운영비 곡선 아래로 내려가기 때문이다. 


"물고기는 전통적인 기업들이 자신들의 수익원을 자산 구매 모델에서 구독 모델로 바꾸기 시작할 때 벌어지는 일이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대규모 선금거래 수익이 선불 결제 없는 반복적 구독 수익으로 대체됨에 따라 몇분기 연속으로 총수익이 줄어드는 경험을 하게 된다. 회사는 수익 감소와 동시에, 수익성 높은 '모든것의 서비스화(everything as a service, XaaS)'에 필요한 여러 가지 새로운 기능과 조직에 투자해야 한다. 차트 왼쪽처럼 수익이 비용보다 많은 전통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체계가 수익을 초과하는 격동의 기간으로 대체된다." 



당연하게도 경영진 대부분은 이런 그래프를 좋아하지 않는다. 가능하면 피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2011년에 어도비 경영진은 커다란 물고기를 삼켜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이 결정을 하고 나서 어도비는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했다.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는 과거보다 훨씬 많은 재무 정보를 제공했다. 향후 가입자와 연간 반복적 매출(annual recurring revenue, ARR)이 자신들의 새로운 목표 기준이 된다는 사실도 끊임없이 알렸다. 

커다란 조직 변화와 함께 새로운 일을 하게 된 직원들에 대한 교육도 병행했다. 개발팀은 1년에 한 번씩 하던 기능 업데이트를 매달 하게되었고, 재무팀은 갑자기 한 달에 300-400만 건에 달하는 청구서를 발행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도비는 직원들을 위해 자기 계발 동영상을 제작하는 등 마인드셋을 바꾸기 위한 서포트를 진행했다. 

고객들에게는 구독 모델로의 전환을 결정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디지털 구독을 홍보하는 한편, 기존 영구 라이센스 모델 형식으로 크리에이티브 제품군을 출시해 1년간 병행 판매했다. 해마다 어도비 소프트웨어의 기능을 알리는 어도비맥스(Adobe MAX) 컨퍼런스에서는 고객의 우려를 듣고, 회사의 선택을 설명하고, 여기에서 얻게 될 이익에 대해 설득했다. 5만명 이상의 고객을 직접 만나 홍보하기도 했다.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Adobe Creative Cloud)는 3년만에 거의 100퍼센트 구독 모델로 전환됐다. 이 사례는 이제 경영대학원에서 모범 사례로 가르칠 정도다. 어도비는 마이크로소프트 등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이 길을 따라가는 데 교과서적인 본보기를 만들었다.

어도비가 물고기 삼키기를 결정한 2011년 11월, 주식 거래 가격은 약 25달러 선이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2020년 10월 어도비의 주식은 499달러 이상의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소비의 형태가 소유에서 경험으로 변화하고 있다. 


일견 추상적인 이 문장의 의미를 어도비는 빠르게 읽어냈다. 고객들은 '어도비 크리에이티브'라는 제품을 소유하고 싶은것이 아니다. 고객들은 '사진과 영상을 아름답게 편집할 수 있는 기능', '원하는 기능이 필요할 때 빠르게 제공되는 소프트웨어'를 원한다. 

이에 부응하는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어도비는 구독 모델을 채택했다. 어도비가 선택한 것은 단순한 판매 방법의 변화가 아니었다. '상품'을 파는 비즈니스에서 '서비스'를 파는 비즈니스로 업의 변경을 단행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결정은 현대 비즈니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중요한 순간이 되었다. 




구독과 좋아요의 경제학 - 플랫폼을 뛰어넘는 궁극의 비즈니스 솔루션 / 티엔 추오, 게이브 와이저트 지음

위 책을 읽고 일부분을 발췌 및 요약한 후 생각을 덧붙여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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