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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충환 Aug 03. 2016

비디오와 유년시절

하루는 그랬습니다. 어렸을적 제가 너무나도 보고싶어했던 애니메이션이 있었는데, 그게 그렇게나 비디오샵에 입고가 안되더라구요. 결국 아저씨를 졸라졸라서 겨우겨우 저는 히트한 애니메이션을 나중에야 접하게 되었고, 그게 <라이온 킹> 이었습니다. 


또, 제 인생 처음으로 연달아 봤던 영화는 90년대 후반에 리마스터되었던 <스타워즈> 오리지널 트릴로지였습니다. 비디오를 빌려서 그냥 주말 하루 종일 나가지도않고 TV에 눈을 못뗐죠.

그때는 스포일러가 뭔지도 몰랐습니다. 

얼마 전 일본의 한 VCR제조사가 더이상 VCR의 생산을 중단할거라고 발표하면서, 사실상 끝난 VHS 시장이 완전히 역사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비디오가 DVD가 되고, DVD는 또다시 블루레이가 되고, 디지털 다운로드가 성행하게되면서 우리가 영화를 소장하는 방식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저는 어렸을적부터 영화를 접했었는데, 아마 영화를 좋아하던 부모님 영향이 제일 컸을겁니다. 처음 극장가서 본 영화가 아마 <쥬라기 공원>으로 기억합니다. 극장이라는 공간말고도, 보통 집에는 "비디오"를 볼수있는 재생기가 한개쯤은 있었습니다. 그리고 동네마다 한두개씩은 비디오가게가 있었고, 그 비디오 가게에는 흔히 "출시일"을 기재해놓은 전단지가 붙어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신프로가 한 2천원쯤하고, 구프로가 천오백원쯤 했더랩니다. 

비디오 가게의 성향마다 다르지만, 출시된 순서대로 하는곳도, 장르별로 정렬해놓은곳도 있었죠.


한번은 어느 비디오가게에서 마이클 J 폭스의 <백 투 더 퓨쳐>가 있는지 궁금해서 일하는 아저씨한테 물어봤습니다. 아마 저처럼 영화좋아하는 사람이었는지, 마이클 J 폭스의 출연작에 대해서 매우 해박했죠.

그 아저씨는 <코 끝에 걸린 사나이> 나 목소리 출연했다던 <머나먼 여정> 같은것도 추천해줬지만, 그가 결국 추천해준 영화는..

피터 잭슨이 연출한 프라이트너였습니다. 이걸 제가 초등학생때 봤는데, 아직까지도 손꼽는 명작이라고 봐요.


이야기가 샜는데, 제가 느꼈던 비디오의 매력은 집에서 손쉽게 영화를 볼수있다는거였습니다.


물론 VHS가 한계가 있기에, 오래된 비디오는 열화되기도 하고, 화면비율도 이상한 영화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대작, 그리고 최근작이라고 볼수있었던 <진주만>이나 <타이타닉> 같은 영화들은 화면 비율이 와이드라서 꽉 차지않는 기억이 나요. 정확하진 않지만 와이드 비율 유지하려고 레터박스가 있는 비디오영화가 몇개 있었습니다. 게다가 길이도 길이라서, 긴 영화는 비디오가 상/하로 나뉘어졌죠. 위에 언급한 두 영화도 두개짜리였습니다. 일반적으로 2시간이 넘는다면 상/하로 나뉘어진 비디오를 빌렸었어야됐어요.


제 유년시절에 영화가 들어왔던것은, 분명 VHS가 대중화되고, 그래서 비디오가게가 많았기 때문일겁니다.

2000년대들어서 DVD가 들어서면서, 사람들은 보다 좋은 화질을 보여주고 음질을 들려주는 작고 강한 매체에 매료되었습니다. 다 보고 감지않아도, 빨리 돌리지않아도 파트 선택이 가능했죠. 지금은 DVD도 지난 매체지만, "매트릭스" 같은 타이틀에서 VHS와 DVD의 차이점을 쉽게 간파되었죠. DVD가 대중화되면서, VHS 시장은 사실상 그렇게 사라져갔습니다. 


어쩌면 지금 DVD/블루레이를 모으는 사람들은 비디오를 빌리는게 아니고 갖고싶어하던 사람들의 소유욕이 반영된 결과물일지도 모르겠네요. 


VHS라는 매체는 사실 그립지는 않지만, 비디오가게를 거의 주에 두세번씩 기웃거리면서, 거꾸로 뒤집혀있는 비디오는 언제 돌아오냐고 예약전화번호를 남겨놓고, 실수로 연체해서 돈 몇백원씩 날리고, 아저씨랑도 싸워보고, 문득 그러다가 폐점한 비디오 가게에서 떨이로 파는 비디오를 "득템"해서 기분좋기도 하고, 새삼 울적하기도 했던 그때가 그리운걸지도 모르겠네요.


글을 마치면서, 저와 비슷한 추억이 있으신 분이라면 <리와인드 디스 : 비디오 테잎의 역습>을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저는 부천영화제때 봤었는데, 뭉클한 다큐멘터리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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