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월문 이룰성 Aug 06. 2021

방구석 원룸 백수

 나는 엄연히 따지자면, 말 그대로 '방구석 원룸 백수'다. 이런 단어의 조합들을 입 밖으로 낼 때면 보통 긍정적이기보다 부정적인 경향을 띄곤 한다. 


 '한심하다.'라는 생각부터 드는 단어의 조합일까? 많은 사람들이 1차원적으로 그리 생각할지 모른다. '나'와 상관없는, 모르는 사람이 '방구석 원룸 백수'인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되면 표현은 안 할지 모르나, 사회와 동떨어진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겠거니, 조금 딱하기도 하고 어서 취업했으면 좋겠고, 무슨 일이라도 했으면 좋겠고, 무슨 사정이 있겠거니, 월세는 어떻게 낼까 궁금해하기도 하며, 부모의 도움으로 월세나 식비를 감당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기도 하며, '일을 안 하고 백수 상태로 원룸에 사는데 그리 돈이 많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며, '나도 일 안 하고 백수하고 싶다.' 고 말하거나, 지금 나이가 몇 살이길래 일을 안 할까 궁금하기도 하며, 당신이 백수든 아니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 있냐며 무관심한 사람도 많고, '자의로 백수가 된 건지, 타의로 백수가 된 건지, 왜 백수로 살고 있는지' 그 사연이 궁금해지는 때도 있고, '나도 그럴 때가 있었지' 하며 과거로 잠깐 추억 여행을 다녀오기도 한다. 


 어느 때가 살아가기가 쉬웠겠었냐만, 코로나19로 인한 빠르게 변화된 삶에 '일 할 의사와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하지 않는 청년', '딱히 이유 없이 일을 안 하는 청년'이 가장 많은 때가 바로 지금 현재인 줄로 알고 있다.  


 누구나 자신이, 국가가, 인간이 쉽게 그 상황을 통제할 수 없는 이런 특별하고 안타까운 상황에서 발생하는 분노와 스트레스, 슬픔, 외로움, 억울함을, 무료함을, 자신의 나태와 안일함을, 죄 없음을, 무고함을, 황량함을 특정한 매체나 특정한 어떤 존재에게라도 표출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상황과 잘못을 '내 탓'이라 생각하고 모든 멸시의 감정이 묻은 화살촉을 자신을 향해 겨누고, 그러다 쏴 버리고, 상처 입으며 동굴을 스스로 파고 들어가 피신하여 나에게도 비칠 한줄기 빛이 있으려니, 아주 작은 희망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나 다른 입장, 다양한 입장과 환경 속에서 함께 힘들어하고 있는 지금 현시점에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많은 분들이 공통적으로 바라는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코로나로 인해 불황을 맞은 사람이 수도 없이 많은 반면, 코로나로 인해 호황을 맞은 사람도 꽤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호황을 맞은 사람들일지언정, 이 사태가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나는 어찌 되었든 코로나19라는 사태를 통하여 평범한 일상이었다면 하지 못했을 더 많은 경험을 하고 '나'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하게 됐고, 알게 되었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내가 나를 지켜보는 그 자체만으로 흥미로웠다. 피할 수 없는 어떠한 큰 것이 내 인생에 파도치며 스며올 때, 그것이 좋은 것이든 좋지 않은 것이든 그 고유한 시간을 통해서 느끼고 얻어가는 많은 감정, 경험들은 그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사람이라 힘들다고, 짜증 난다고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며 하소연하고 싶고, 누군가의 탓이라고, 누구 때문에 사태가 악화되었다고 비난도 하고 싶을 때가 많지만, 잠시 잠깐의 분풀이일 뿐, 내 안에 느껴지는 진정한 현 상황의 결핍은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는, 그저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나아질 생각만 하자는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이다. 


 '방구석 원룸 백수'가 느끼기에도 우리나라 국민들은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며 너무나, 끈질기게도 잘 살아가 주시고 있구나, 생각이 된다. 그 자체로 위로가 된다. 자신의 '힘듦'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가슴에 응어리가 지며 눈물이 고일만큼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고된 환경에 적응하며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감동이 된다. 나는 아무래도 대한민국에 사는 한 명의 1인 가구 청년이기에, 또래 청년들에게 아무래도 더 관심이 가고 애정이 있다. 지금 각자의 환경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의 마음에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뜨거운 불씨가 살아있음을 보고 느낀다. '백수라서', '일을 하지 않아서', '잘할 줄 아는 게 없어서', '내가 뭘 좋아하고 뭘 하고 싶어 하는지 몰라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몰라서', '사회에 아무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서' 등의 많은 고민과 걱정을 하고 있는 1인 가구 청년들에게 말하고 싶다. 


 "살아가느라 너무 수고가 많고, 살아가 주셔서 고맙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정말 기분 좋게 웃을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