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월문 이룰성 Aug 13. 2021

과연 1인 가구가 최선의 선택인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생에 있어서 과거의 특정 시기를 상기해보면 '아, 그때는 내가 정말 외로웠던 때였지.', '그때는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행복했던 때였어.', '그때는 정말 재밌었는데.', '그때는 내가 어떻게 그렇게 살았나 몰라.' 하는 등의 혼잣말이 나온다. 아마도, 5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시기를 되돌아보면 '특히나 더 외로웠던 때였지.'하고 중얼거리고 있을 내가 보이는 듯하다. 

 1인 가구로 살아간 지 6년이 되어서야 '과연 1인 가구로 살아가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코로나19 시대가 도래하기 전에도 밤 7~8시면 동네 전체가 어둠 속에서 이른 잠을 청하는 시골에 있는 멀쩡한 집을 놔두고 직장 때문도 아닌, 다른 무엇 때문도 아닌 오직 내 방식대로 자유롭게 혼자 살아보고 싶어서 보증금과 생활비를 모았다. 그리고 '바다가 있으며 사람이 많은 가까운 도시'만을 생각하고는 굳이 연고 없는 타 지역에서 6년을 살았다. 이것은 오로지 나의 의지였고 나의 선택에 의한 삶이었기에 이 경험을 통한 득과 실을 말하고자 할 때면 '잃은 것보다 얻은 게 더 많습니다.'하고 합리화하며 좋게 포장해서 말하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있겠지만, 정말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 말이 나에게만은 사실이라서 참 다행이라고, 참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상대적인 것이지만 20대의 나이에 1인 가구로 살아갔어야만 느낄 수 있는 소중하고 특별한, 삶의 큼지막한 맥을 짚어 이 시기를 살펴본다 해도 아주 인상 깊은 시절이었기에, '후회되지 않는다'라고 고백할 수 있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의문이 들기 시작함과 동시에 현재의 나이에, 내 수준의, 내 역량 안에서 1인 가구로 살아가며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많은 경험들을 만족할만한 양만큼 느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쉽게 말하자면 '드디어 질려버린 것'이다. 이젠 더 이상 하루 종일 한마디도 안 하고, 거의 웃지도 않으며 살기도 싫고, 더 이상 혼자 골방에 틀어박혀 살기도 싫고, 끼니를 대충 때우고 싶지도 않고, 반찬 가게나 인터넷에 파는 반찬이 아닌 엄마표 반찬이 먹고 싶고, 어쩌면 얼마 안 남아있을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는 시간을 내팽게쳐두고 혼자 지내기보다 그저 옆에 같이 있어주고 싶고, 얼굴을 마주 보며 대화하고 싶고, 가족의 잔소리도 들으면서 티격태격하며 웃으며 지내고 싶다. 


 1인 가구로 살아가기를 스스로 선택해서 살아가시는 분들이 수없이 많다. 결국은 나 혼자 행복하기 위해서 혼자 사는 것이 아닌,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혼자 사는 것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러니 지금 혼자 살아가는 많은 분들에게 말하고 싶다. '외로우시겠지만 너무 낙담하지 맙시다. 우리는 보다 더 행복하기 위해, 효도하기 위해, 서로 더 알아가고 사랑하기 위해 잠깐 떨어져 있는 것이라고요.'

 각자 떨어져 살아보니, 늘 옆에 있던 존재가 멀어져 보니, 같이 있는 것 자체가 얼마나 귀한 시간인 것인가 조금씩 알게 되는 듯하다. 어쩌면 나는 이렇게 혼자 살아봤어야만 가족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깨우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내가 혼자 지내보지 않았다면 아직까지도 내가 가족을 얼마나 좋아하고 사랑했나, 이렇게 뼈저리게 느끼진 못했을 것이다. 늦게라도 알아서 다행인 것일까. 지금부터라도 연락 한 번 더하고, 전화 한 통 더 걸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방구석 원룸 백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