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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vvvvvibra Jun 28. 2019

안목해변에서 만난 다른 이야기들.

강릉을 취재합니다.

하루 동안 서울을 벗어나 강릉에서 카메라를 들었다. 나는 이 곳에서도 사람들과 영영 모를 그들의 이야기를 찾았고, 담았다. 


절친 수영이와 함께해서 더욱 좋았다. 수영이도 사진을 좋아한다. 다만, 나와는 명백히 다른 이유로 좋아한다. 나는 이야기가 있는 사진을 좋아하고, 찍는다. 보도사진이 대표적이다. 수영이는 정형화된 구조물과 구도, 대비, 선과 같은 정적인 사진을 좋아한다. 


나는 집중하는 너를 찍는 반면, 너는 움직이지 않는 것들을 찍지

정적인 사진을 좋아하면서, 정적인 포즈는 어설픈 친구다. 그러나 자연스러울 때 나타나는 행동의 선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위의 사진처럼 무엇에 집중할 때는 더더욱.

나는 보지 못하는 것들을 수영이는 참 잘 본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여도, 이렇게 서로 다르다.

수영이는 스스로 인간 이하 삶의 패턴을 살고 있다 말할 만큼 피곤한 대학원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친구의 입에서 불평불만이 나온 적은 없다. 옆에서 지켜보았을 때 간절함이 나에게 까지 전해질 정도로 원하던 대학원이었으니까. "이게 사람 사는 거지" 라며 바닷바람을 맞던 수영이는 한동안 찾지 않았던 정적인 사진들을 원 없이 찍었다.


사람이 어쩜 이렇게 다르다. 둘 다 야구를 좋아하지만 수영이는 SK 와이번스, 워싱턴 내셔널스를 좋아한다. 나는 한화 이글스, LA 다저스(류현진 지분 99.9%)를 좋아한다. 둘 다 음악을 좋아하지만 이 친구는 대중가요는 거의 듣지 않으며 나는 재지팩트로 대표되는 부드러운 힙합을 좋아한다. 둘 다 커피를 좋아하지만 취향은 다르다. 이상형도, 삶을 대하는 태도도 전혀 다르다. 가까울 수 있어도 다름이 같아질 수는 없다. 그러나 다름을 알기에 서로 존중한다. 


안목해변에서 만난 무지개

무지개도 만났다. 이 친구들이 만들어낸 무지개는 지금까지 봐온 무지개 중에서 제일 예쁘고, 밝았다. 얼굴이 나오지 않게 꽤나 멀리서 찍었는데, 이들의 웃음소리는 무척이나 가깝게 들렸다. 


함께 만들어내는 저 웃음이 오래가길 바랐다. 저 기억과 저 무지개는 평생 지워지지 않을 테니, 돌아갈 수 없는 그리움이 아닌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그리움이길 바랐다. 관계를 유지하기에는 삶은 생각보다 벅차니까. 


사진의 왼쪽 바깥에는 아이의 엄마가 앉아있다. 아이는 밀려오고, 쓸려가는 파도에 물장구치며 틈틈이 엄마를 봤다. 엄마는 "이제 나와" 말하면서도 아이를 억지로 데려오진 않았다.


유년시절의 나는 어머니의 주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스스로 울타리를 정해놓고, 그 밖으로 나가버리면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해졌다. 어머니는 나의 그런 점이 너무 편했다고 한다. 제어하지 않아도 자신의 곁에 머무는 어린 아들이 매우 고마웠다고 한다. 저 아이를 찍으며 그날의 나도 찍은듯하다.



수영이의 카메라

수영이의 오래된 펜탁스 카메라. 이 카메라에는 정형화된 구조물과 구도, 선, 또렷한 대비를 가진 사진들이 담겨 있다. 


아마도 낚시꾼의 자전거가 아닐까

사진을 찍는 이유는 명확하지만, 가끔 이런 사진이 나올 때가 있다.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지만 아직은 모르겠는 그런 사진이다. 자문자답 하자면, 요즘 읽고 있는 김훈의 '자전거 여행' 때문이 아닐까. 그 안에 나오는 문장 하나하나를 사랑하게 되는 지경까지 이르렀으니까. 확신은 서지 않는다. 조금 더 기억을 더듬고, 생각에 꼬리를 물어봐야겠다. 


나의 사진은 언제나 영영 모를 타인의 이야기를 찾고, 담는다. 누구든 내 사진으로 인해 하나의 이야기를 발견하거나 혹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아내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언제 어느 곳을 가더라도 평생 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진가, 보도사진가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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