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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희 Dec 04. 2024

그랬을 거야



불꽃이 보고 싶다
마당 귀퉁이에 화덕이 있었지
거기 엄마 계시던 친정집
온갖 것 다 태우셨지
북북 찢은 두꺼운 종이 상자들
쓸모없이 옹이 진 제법
굵은 통나무가 있었고
음식 쓰레기와
비닐봉지까지

부지깽이로 가만가만
더 잘 타라고 공기 층을 만들며 뒤적이던 엄마
나는 옆에 쪼그리고 앉아
삶을 어떻게 태워야 할지
화끈화끈한 얼굴로
불꽃에 묻고 물었지만
불길만 높이 솟았던

그래
마당 있는 집이면 좋겠어
작더라도 거기에
밤새 눈 쌓이면 쓸어 낼
빗자루와 큰 삽이 한편에 있고
그리고
화덕을 만들고 싶어
한 번씩 불 피우고
불꽃을 보면서 내 안의
쓰레기 같은 울분
서글픔을 태우는 거야

엄마도 그랬을 거야
집안의 온갖 쓰레기 걷어
태웠듯 쌓이고 쌓인
누군가를 향한 설움과 분노를
불꽃과 함께 훌훌 재로 날렸겠지

결국
엄마 따라
화장터로 가야 할 시간은
다가오는데
너는 꼭 천년만년 살 것처럼
세상 일을 떠드는구나
노벨상이 어떻고
이재명이 어떻고
윤석열이 어떻고
한동훈이 어떻고
김여사가 어떻고
테슬라가 어떻고

태워질 것들
언제쯤 마당 있는 집에서
오래된 성냥불을 그어볼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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