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2. 직책은 관리자를 만들고 사람들이 리더를 만든다.
당신이 위대한 관리자라면, 부하 직원들이 당신을 리더로 만들 것입니다. 그들이 당신을 리더로 만드는 것이지, 스스로 리더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흔한 착각
직급이 올라가거나 일한 연차가 쌓이면 쉽게 하는 착각이 있다. '오래 일 했으니까 리더지!' 또는 '직급이 높으니까 리더지!'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존재가 있다. 바로 '팔로워'다. 따르는 사람이 없는 이끄는 사람이 존재할까? 그래서 맡게 되는 직책에 따라 관리자는 될 수 있지만 리더는 되기 어렵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관리자가 되면 리더가 되는 줄 안다. 이건 정말 너무나 큰 착각이다.
2001년 구글, 당시 가장 혁신적이고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에서는 관리자에 대한 새로운 실험이 있었다. 두 창업자의 급진적인 아이디어로 관리 직책을 없애고 모든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담당 최고임원에게 직접 보고를 하는 체계를 만든 것이다. 그들은 이걸 '디스오그(Disorg)'라고 불렀다. 이 아이디어는 래리와 세르게이의 것이다. 둘 다 구글을 창업하기 전까지 회사에 취직한 경험이 없었다. 그들은 대학교 연구실과 같은 자유로운 환경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서 관리자 없이 빠르게 움직이는 엔지니어링 부서를 운영하는 시험이 시작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래리가 빌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빌이 "관리자를 두는 것이 좋겠어"라고 말했다. 래리는 이 말에 꽤 난처해했다. 왜냐하면 본인이 관리자를 없앤 결정에 매우 만족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주장은 팽팽했고 빌이 엔지니어들에게 직접 물어보자고 제안했다. 빌, 래리, 세르게이는 복도를 걸어 다니다 만난 두 명의 엔지니어에게 물었다.
"당신은 관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까?"
"네, 필요합니다."
"왜죠?"
"보고 배울 수 있는 사람이나 어색한 사이를 좁혀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요."
몇 명의 엔지니어들과 대화를 했는데 답변은 계속 비슷했다. 보고 배울 수 있고 의사결정을 잘하는 관리자라면, 엔지니어들은 그러한 사람과 일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냥 관리자가 아니다. '배울 수 있고, 의사결정을 잘하는'이란 조건이 중요하다. 바로 리더다. 이 점에서는 빌이 옳았다. 그렇지만 창업자들을 설득하는 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구글의 엔지니어 부서는 1년이 넘도록 디스오그 실험을 계속했다. 그리고 마침에 2002년 말 실험은 공식적으로 종료되었고 관리자가 투입되었다. 이는 향후 구글이 관리자의 필요성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다년에 걸쳐 진행한 'Project Oxygen'의 시초가 되었을 것이다.
위대한 관리지와 리더
빌은 리더십이란 탁월한 경영관리의 진화물이라고 했다. "당신이 성공하려면 어떻게 사람들을 불러 모아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독재자가 되어서는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하나씩 알려줄 수도 없죠. 바로 당신과 함께 한배에 탔다는 느낌, 그럼으로써 자신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음을 확인시켜 주세요. 잘 듣고 집중하세요. 이것이 바로 위대한 관리자가 하는 일입니다."
빌이 강조했던 말 "당신이 위대한 관리자라면 부하 직원들이 당신을 리더로 만들 것입니다. 그들이 당신을 리더로 만드는 것이지, 당신 스스로 리더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이 의미를 애플과 클라리스에서 함께 일 했던 도나 두빈스키에게서 배웠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종종 리더십을 카리스마로 착각하곤 한다. 진정한 리더십은 겸손과 이타심을 부하 직원들에게 보여줄 때 나올 수 있다.
사람이 먼저다.
빌은 사람을 경영의 가장 우선순위로 여겼던 사람이다. 그래서 '사람이 먼저다 It's the people'이라는 경영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고 자본의 힘이 막강해져도 결국 그 힘을 만드는 것은 사람이기에 나는 그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전 직장 삼성의 핵심가치 중에도 인재 제일(people first)이란 게 있다. 이는 '기업은 사람이다'라는 뜻으로 인재를 소중히 여기고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 야 한다는 의미다. 물론 빌의 철학과는 조금 다르지만 기업의 핵심이 사람이라는 점에서 통한다. 나도 일을 하거나 인생에서 중요한 일을 결정하는 기준은 '사람'이다.
이는 경영뿐만 아니라 스포츠에서도 통한다. 미국 풋볼 선수인 로니 로트는 빌캠벨, 빌 월시(풋볼계의 빌 캠벨) 모두와 운동을 했고 이런 말을 전했다.
"위대한 코치는 밤에도 당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 방법을 고민하느라 항상 깨어 있다. 그들은 당신이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즐긴다. 코치는 붓질을 정확하게 해야 하는 예술가와 같다. 그들은 관계에 색을 입힌다. 대부분의 사람은 어떻게 다른 사람을 낫게 만들 것인가를 생각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다. 하지만 바로 이것이 코치가 하는 일이다. 빌 캠벨도 이런 코치였다. 다만 다른 분야에서 일했을 뿐이다."
당신이 지금 만약 조직을 책임지고 있는 관리자라면 이 질문들에 답을 할 수 있었야 한다. 이 질문들에 대답할 수 없거나 그렇지 않다는 답이 나온다면, 직책은 있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리더는 아닐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 얼마나 다른 사람의 성장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가?"
"그들에게 충분히 성장할 기회를 만들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리더몬 진화중
그럼 나는 지금 어느 정도 수준에 있을까? 스타트업에서 일 하기 시작했을 때는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 들었다. 다뤄보지 않은 업무용 솔루션들 때문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 업무 영역, 수준 등 모든 게 큰 조직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사무실 공기도 다르게 느꼈던 건 기분 탓일까? 솔직히 첫 6개월은 이끌어야 하는 구성원도 없었다. 나 혼자 일을 주고 내가 나를 끄는 1 인팀 체제였. 그리고 팀원이 한 명 생겼을 때는 같이 실무를 하느라 실무자와 리더가 내 안에서 떡이 되었다. 내가 누군가의 성장을 고민하기에는 아직 나도 이 바닥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여러 생각들이 팝업처럼 떠올랐다.
'나 지금 여기 왜 여기에 있지?'
'나라는 사람을 이 회사에서 가장 잘 쓰는 방법이 뭘까?'
'내가 일을 많이 하는 게 답일까?'라는 생각들 말이다.
스타트업에서 10x를 해야 한다면 나의 일하는 방법도 성과를 내는 방법어도 완전히 달라져야 했다. 그때 빌 캠벨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러면 어떻게 했을까? 30대 후반에 스포츠 코치를 그만두고 비즈니스 세계에 왔을 때 그도 모든 게 낯설고 어설펐을 텐데 그는 무엇에 집중하고 성과를 냈을까? 그건 '사람'이었다. 그리고 나만의 결론에 이르렀다. 회사의 목표에 맞게 사람을 움직일 줄 알고, 회사와 함께 그 사람도 키울 줄 알고, 사람들과 함께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 그것이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걸 말이다. 1 인팀이었던 나는 지금 50명이 넘는 팀원 그리고 파트너들과 함께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 방법은 하나다. 포켓몬처럼 리더로 진화해야 한다. 사람들의 성장을 고민하면서 실행하면서 말이다.
함께 커야 멀리 높게 갈 수 있다.
나도, 너도, 회사도
Thank you, Bi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