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3. 신뢰를 쌓아라
"그에게 세계란 서로의 강점과 약점을 보고 신뢰하면서 목표를 향해 함께 달려가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네트워죠."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삶에서도 신뢰라는 것은 중요한 가치다. 한 논문에서는 '신뢰는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를 바탕으로 자신의 취약점을 받아들이려는 의지'라고 정의한다. 학문적인 표현을 좀 더 쉽게 풀어서 설명하면 신뢰의 본질은 나의 약한 모습을 보여주어도 안전하다는 것임을 말한다.
위대한 코치 빌에게 신뢰는 정확히 어떤 의미였을까? 그에게 신뢰란 여러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보인다. 신뢰한 자신이 한 말은 꼭 지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당신이 빌에게 무엇을 하겠다고 말을 하면 당신은 반드시 그 말을 지켜야 한다. 이는 빌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었다. 빌이 하는 말은 언제든지 믿어도 됐다.
충성심
신뢰는 충성심을 의미하기도 한다. 서로에게, 가족에게, 친구에게, 동료에게, 회사에게 모두 적용이 된다. 1985년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떠날 때 빌은 그를 지키기 위해 회사에 대항한 몇 안 되는 임원이었다. 스티브는 빌의 충성심을 잊지 않았다. 빌의 이런 행동은 훗날 스티브 잡스와 빌의 우정과 동료애의 기반이 되었다.
진실성
빌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솔직했으며 다른 사람들도 솔직하기를 기대했다. 또한 능력을 갖추는 것을 동시에 의미하기도 한다. 약속한 바를 이룰 수 있는 재능과 기술, 힘과 부지런함이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신뢰 말이다.
신중함
"빌은 매우 빠르게 다른 사람들과 신뢰를 쌓았어요. 친밀하고 편안한 관계를 맺어 상대방에게 안전감을 주는 것은 그에게 있어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이런 것은 비즈니스 코칭에서 기본 중의 기본이죠."
신뢰는 신중함을 의미한다. 에릭이 구글 CEO였을 때의 일이다. 동료 중 한 명이 심각한 병에 걸렸지만 에릭이나 동료에게는 알리지 않고 빌에게만 말했다. 빌은 이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에릭은 자신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언짢아하기는커녕 빌이 그처럼 믿음직하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빌은 팀원들이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는 멘토이자 친구였다. 제자의 모든 것을 알아야 하면서도 사생활을 지켜주는 사람이어야 하는 코치에게 이 덕목은 매우 중요하다.
신뢰는 팀에서 '심리적 안전감'을 만드는 핵심적인 요소다. 구글이 높은 성과를 내는 팀을 내부적으로 분석한 결과, 심리적 안전감이 가장 큰 요소라는 것이 밝혀졌다. 신뢰가 이처럼 중요하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만 비즈니스 세계에서 이를 실행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럼 빌은 어떻게 이를 현실로 만들었을까?
'신뢰'를 현실로 만드는 코칭 방법
첫째, 코칭할 만한 사람들을 코칭해라! The coachable
코칭의 효과를 최대로 얻기 위해서는 코칭을 받는 사람이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빌은 코칭 제자를 선택할 때 직책이나 사회적 지위가 아니라 사람의 됨됨이를 본다. 코칭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은 솔직하고 겸손하다. 인내심이 강하고, 열심히 일할 의지가 있으며, 꾸준하게 학습한다.
둘째, 적극적으로 들어라! Active Listening
빌은 코칭할 때 단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태도로 상대방의 말에 경청한다. 핸드폰이나 이메일을 보지도 않고, 시계도 보지 않으며, 주의력이 떨어질 때 창문 밖을 쳐다보는 일도 없다. 그는 언제나 상대의 말을 듣고 있다. 빌은 적극적으로 경청하면서 질문을 많이 한다. 벤 호로위츠는 이렇게 말했다.
"빌은 절대로 저에게 무엇을 하라고 말하지 않았어요. 대신 질문을 더 많이 했죠. 질문하면서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려고 했어요."
셋째, 사실만을 말한라!
빌은 늘 솔직했고 순간순간 필요한 피드백을 해줬다. 그의 피드백은 언제나 업무 중심적이었으며 항상 웃음과 포옹으로 이어졌다. 그의 웃음과 포옹은 거친 피드백이 낸 상처를 보듬어 주는 효과를 냈다. 재미있는 사실은 빌의 솔직함이 종종 인정사정없이 보이기는 해도 듣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든다는 것이다. 누군가 당신 때문에 망했다는 말을 한다면 분명 기분이 나빠야 한다. 하지만 빌이 그런 말을 하면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왜? 솔직함에 애정이 더해지면 이렇게 되는 것이다! 빌이 우리를 이토록 거칠게 다뤘던 이유는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였다고 모두들 생각했다. 비노드 코슬라의 말이다. "사람들은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죠. 하지만 빌은 자신의 생각을 모두 털어놨어요. 빌의 거친 피드백에서 실망할 수 있겠지만, 결국 이들은 잘해보려는 의지로 가득 차게 됩니다. 매우 특별한 재능이죠."
넷째, '무엇'이 아닌 '왜'를 말해라!
빌은 질문하고 듣기를 마치고, 상대를 호되게 혼낸 다음에는 보통 무엇을 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관리자란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주입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를 말하지 말고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를 말해줘야 한다. 빌은 사람들에게 맥락을 알려주라고 했다. 일의 맥락을 이해하면 자신의 업무를 맥락에 대입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파악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야 사람들이 스스로 움직인다.
다섯째, 용기의 전도사가 되어라!
빌은 관리자의 역할이 자신의 팀이 좀 더 용감하게 행동할 수 있게끔 업무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용기를 갖는 건 어렵다. 사람들은 실패의 두려움에 사로잡혀 리스크를 지는 것을 무서워한다. 빌은 사람들이 자신의 한계를 돌파할 수 있도록 뒤에서 밀어주는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PayNearMe의 창업자이자 고 코퍼레이션에서 빌과 함께 일한 대니 셰이더는 이렇게 말했다. "빌과의 미팅에서 제가 가장 크게 배운 점은 용기였어요. 미팅이 끝나고 나올 때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는 저 스스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은 일들까지 저를 믿어줬어요." 꾸준하게 격려하는 것, 에너지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 되는 것은 효과적인 코칭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사람들이 스스로를 믿는 것보다 더 믿어주는 것, 그들이 더 용감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코치의 역할이다.
여섯째, 정체성을 드러내라!
빌은 실리콘밸리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그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지 않다. 실리콘밸리에서는 기술자이든지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경영대학원을 나오든지 해야 한다. 빌은 둘 다 아니었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정면에 드러내는 사람이었다. 빌은 자신이 코치하는 사람들에게도 자신의 정체성을 당당하게 드러내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것이 곧 자신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스로에게 솔직하고 회사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온전하게 드러낼 수 있을 때 가장 효율적이게 된다고 말이다.
빌의 이러한 코칭은 놀라운 조직 환경을 만들어냈다. 이베이 전 CEO 존 도나호는 말했다.
"그가 우리에게 준 조언이나 통찰력이 중요한 게 아니에요. 빌과 함께 있으면 그냥 눈을 감아도 그의 존재를 더 정확하게 느낄 수 있었죠. 듣는 것보다 느끼는 것이 더 컸어요."
Thanks to Google
구글 덕분에 심리적 안전감이 팀의 생산성을 높이는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조직을 만드는지는 잘 모르고 있다. 분명한 건 실력이 좋은 사람을 모아서 팀을 이룬다고 해서, 신뢰로운 사람들만 모아서 팀을 만든다고 해서 '신뢰로운 조직'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어떤 방법이 그런 팀을 만드는 것일까? 이번 챕터는 이러한 나의 의문에 대한 빌의 방법을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놀라운 사람, 빌과 함께 한 사람들의 증언들을 보면서 감탄했다. '어떻게 이런 사람이 있지?' 존재만으로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용기를 북돋는 사람. 그런 그의 능력은 타고났을 수도 있지만 오랜 시간 동안 진심으로 한 고민과 경험 끝에 그의 직관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누구보다도 코칭을 받는 상대방의 '성장'에 진심이었다.
그렇다. 코칭의 핵심은 누군가를 성장시키는 일이다. 그걸 가장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은 엄청난 지식이나 스킬이 아니다. 코치는 지금 마주하고 있는 상대의 성장을 진심으로 바라고 솔직하게 피드백할 수 있어야 한다. 나의 피드백은 누구보다 냉철해야 하지만 동시에 뜨거운 애정을 담아야 한다.. 그래야 나의 피드백이 상대의 머리가 아닌 가슴에 닿을 수 있다. 그래야 그 사람의 성장하고 싶은 열정에 불을 붙일 수 있다. 스스로 자신을 태울 수 있는 사람을 만드는 일, 그것이 코칭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