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파타고니아 50년, 그들이 배운 것들
10월의 책은 ⌜파타고니아 인사이드, The Future of the Responsible Company⌟다. 이 책은 10년 전에 나온 ⌜The Responsible Company⌟의 개정판이다. 파타고니아가 그리는 책임경영 기업의 미래에 대해서 자신들의 배움을 바탕으로 안내한다. 기업의 최우선목표가 이익추구이 아닌 책임이라는 것을 세상에 증명하고 있는 파타고니아의 안에는 어떤 생각과 가치들이 있는지 그리고 그들은 어떻게 실행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나와 같이 책장을 넘겨 보자!
우리에게 허락된 가장 중요한 권리는 책임질 권리다.
_제럴드 아모스
내가 파타고니아를 처음 알게 된 건 월가 교복으로 유명한 조끼 때문이었다. 도대체 어떤 조끼길래 월가의 교복이라고 불리는 걸까?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렇게 유명하다면, 하나쯤은 입어야 하나?'라고 다소 세속적인 생각을 했다. 그렇게 검색을 시작했다. 그리고 아주 특이한 회사 파타고니아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 회사를 창업한 이본 쉬나드라는 사람을 알게 된 후 그들의 자연에 대한 자신들이 믿는 가치를 실현하는 추진력에 대한 엄청난 힘을 발견했다. 그리고 잠시나마 그냥 유명한 조끼 하나를 입어볼까라고 생각한 나의 얄팍함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이본 쉬나드 | Yvon Chouinard
암벽 등반가, 서퍼, 환경운동가이자 파타고니아 인코페이티드와 파타고니아 프로비전의 설립가이다. 등반, 서핑, 플라이 낚시에 심취해 야생에서 살다시피 한 그 시대 제법 놀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가 처음부터 자연을 보호하거나 훼손을 막기 위해 파타고니아를 설립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단 한 번도 사업가가 되기를 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심각한 자연 훼손에 대한 문제의식은 있었지만 그 의식이 창업까지로는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다 자신이 만든 제품이 자연을 훼손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비즈니스를 선택하게 되었다.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비즈니스를 선택한 것이다.
파타고니아 | Patagonia
파타고니아를 설립한 것은 이본쉬나드가 한 하나의 실험이었다고 말한다. 자신이 하는 일이 환경 문제의 일부임을 깨닫고 기존의 산업 관행을 바꾸기 위해 사업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페트병으로 만든 플리스 재킷, 100% 유기농 면 의류 제작, 평생 수선 보증, 매년 매출 1% 기부 등 그의 이런 비즈니스 실험은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었다. 월가의 교복이 될 만큼 말이다. 2008년 월가에 비즈니스 캐주얼 바람이 불면서 자유로움과 젊음의 상징인 파타고니아 조끼를 너도나도 입기 시작했다. 이 조끼가 유명해진 건 그다음 파타고니아의 조치 때문이다. 파타고니아는 월가에 조끼를 팔지 않기로 결정했다. 자신들은 환경보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회사인데 월가는 돈 불리기에 진심이기 때문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월가나 IT 기업에서 파타고니아 제품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환경 보호에 기여하고 있음을 증명해야 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액션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환경 보호는 파타고니아에게는 마케팅이나 스토리텔링이 아니라 기업 존재 이유라는 게 확실해졌다.
우리는 최고를 만들지만 환경을 해쳐서는 안 된다.
환경 보호를 위해 우리 비즈니스를 활용해야 한다.
의미 있는 일이란 일을 사랑하는 것뿐 아니라 세상에 기여하는 일이다.
_이본 쉬나드,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파타고니아가 배운 것
파타고니아가 40년에 걸쳐 배운 기업의 책임에 관한 내용을 담은 책이 The Responsible Company다. 그로부터 10년이 흘러, 이 책은 더 진화된 개정판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생태적, 사회적, 재정적 측면에서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은 현재의 기업 모델에 도전장을 내밀고, 앞으로 기업이 지녀야 할 책임이 무엇인지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본 쉬나드는 파타고니아가 100년 후를 내다보고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으며, 모든 기업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의 기업 경영 표준은 1960년대 밀턴 프리드먼이 주창한 주주 우선주의, 즉 기업의 유일한 목적은 이익 극대화라는 사고방식에 기반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이 정신이 유효할까?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에게 파타고니아는 살아 있는 증거가 된다. 특히 지난 10년간 고무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젊은 세대는 이제 사회와 환경, 그리고 직원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서 일하기를 원하고, 경영학도들은 무책임한 사업 관행이 더 이상 재정적으로 유리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 책은 이본 쉬나드와 빈센트 스탠리 (파타고니아의 철학담당임원 Director of Philosophy)에 의해 쓰였다. 회사에 철학을 담당하는 임원이라니! 이것도 참 파타고니아스럽다. 그만큼 그들이 이루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다. 그들이 지난 50년간 해 오는 비즈니스 실험의 배움들이 무엇인지 잘 정리되어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서문에 있는 문장에서부터 나의 고민을 해결해 줄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게 된다.
파타고니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 책이
비즈니스 관행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물론 우리와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각자의 일터에서 자신을 속이지 않는 솔직한 태도로
최선을 다해 기쁘게 일하고자 하는 모두를 위한 책이다.
내가 배우고 싶은 것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비즈니스를 통해 미션을 달성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와 자본이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라,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서 활용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다. 이 생각이 이상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우리는 이미 자본주의의 부작용으로 인해 많은 문제를 겪고 있다. 환경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자연재해, 부의 격차, 세대 간 갈등, 마약과 폭력 같은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자본을 축적하고 외형만을 키우는 비즈니스를 지속한다면, 우리에게는 더 이상 미래가 없을지도 모른다. 나는 나의 아이, 내 아이의 친구들이 살아갈 미래가 자본의 탐욕으로 망가지지 않도록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책임을 다하지 않는 건 미래를 빌려 쓰는 어른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그래서 파타고니아의 그 성공법을 배우고 싶다. 어떻게 비즈니스를 자신들이 생각하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활용했는지 말이다. 나는 발달장애 아이들의 발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회사에 다닌다. 그리고 비즈니스라는 장치를 이용해서 그 문제를 아주 제대로 해결해 보고 싶다. 누군가는 NGO나 재단으로도 충분히 착한 일을 할 수 있지 않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지속 가능하고 자립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를 활용해야 한다고 믿는다. 비즈니스는 자본의 힘을 통해 더 넓은 사회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가 풀고 있는 문제는 아이들의 '잘 자라날 권리'를 지키는 일이다.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 어떤 이유로는 누군가에게 당연하지 않은 일이 될 수 있다. 나는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이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많은 아이들이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발달 문제로 인해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개인이 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발달장애는 완치되는 병이 아니라, 평생 함께해야 하는 삶의 한 부분이다. 그렇기에 이 문제를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하며, 발달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그 시스템의 일부분으로서, 우리 같은 기업도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파타고니아의 인사이드로 들어가 볼까?
두근 거리는 마음을 붙잡고 책장을 넘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