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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레쏭 Nov 10. 2024

아마존 순서 파괴

Prologue. 아마존인이 된다는 것

얼마 전, 나는 아마존 AWS의 스타트업 행사에 초대되었다. 반나절 동안 진행된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과 인사정책, 조직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워크숍에도 참여할 기회를 가졌다. 긴 시간 때문에 부담스러운 마음으로 참여했지만, 결론은 한 마디로 "정말 오길 잘했다!"라고 생각하게 됐다. 행사 내내 아마존의 놀라운 문화와 철학에 두 번이나 깊은 인상을 받았다.


첫 번째는, 아마존이 28년 된 글로벌 대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스타트업처럼 유연하고 혁신적으로 일한다는 점이었다. 두 번째는 행사에 참여한 아마존 직원들이 핵심가치를 기준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렇게 거대한 기업이 어떻게 이런 정신을 지켜올 수 있었을까? 내 경험상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 궁금증이 더 커졌다.



궁금증을 풀기 위해 행사에 초대해 준 지인에게 아마존을 잘 알 기 위해서는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물었다. 그는 2권의 책을 추천했다. 순서파괴와 베조스의 주주서한이다. 순서파괴 (Working Backwards), 이 책의 제목부터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거꾸로 일하기'라는 의미의 제목은 단순히 행동 우선주의를 의미하는 걸까, 아니면 특별한 프로세스를 말하는 걸까?



아마존인 되기 Being Amazonian

책의 1부는 아마존의 원칙에 대해 이야기한다. 제프 베이조스가 없어도 흔들리지 않는 아마존의 시스템은 확고한 원칙 덕분이다. 그 시작은 1995년, 서른을 갓 넘긴 베이조스가 인터넷 상거래로 책을 팔기 시작하면서였다. 이후 4년 만에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이 되었고, 2000년에는 우주여행을 위한 Blue Origin을 창립하기에 이르렀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아마존이 어떻게 혁신과 성과를 이뤄낸 것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베이조스는 자신의 성공 비결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마존이 다른 회사들과 다른 점은 특별한 문제보다 우리가 항상 독특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있다. 이러한 요소들이 모여 'Being Amazonian'이라는 사고방식, 일하는 방식이 형성된다."


살아있는 원칙 | Leadership Principle

초창기에는 제프 베이조스가 곧 리더십의 상징이었지만, 조직이 커지면서 이 리더십 원칙은 하나의 메커니즘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그 첫 번째 원칙은 '고객에 대한 집착'이다. 아마존의 리더는 고객의 신뢰를 최우선으로 삼고, 필요할 때 경쟁자가 아닌 고객에게 초점을 맞춘다. 단순하지만 이 원칙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현실에서 더 실감된다고 한다. 특히 눈앞의 경쟁에 흔들리지 않고 고객에 집중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리더십 원칙들이 유지되는 가장 심플하면서 강력한 메커니즘은 이 원칙에 부합하는 사람이 리더가 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원칙이 실제로 행동이 되는 걸 보여주는 것만큼 강력한 검증은 없다. 처음에 5개의 원칙으로 시작해서 현재는 16개가 되었다고 한다. 


최근에 추가된 원칙 2가지

세계 최고의 고용주가 되기 (Strive to be Earth’s Best Employer)

성공과 규모가 가져오는 책임 (Success and Scale Bring Broad Responsibility)


출처: https://www.amazon.jobs/content/en/our-workplace/leadership-principles


Amazon Leadership Principles

순서 파괴 | Working Backwards

아마존식 일하는 방식의 핵심은 '회사'가 아니라 '고객'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이 원칙은 아마존의 제1 리더십 원칙, 즉 고객에 대한 집착에서 출발한다. 아마존은 제품 개발 시 고객의 시선에서 출발하여,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먼저 설계한 뒤 이에 맞춘 제품을 개발한다. 이를 통해 고객 만족을 극대화하고 시장을 선도하는 방법을 배웠다.


5가지 질문하기

거꾸로 일 하기에 시작하기 전에 제품/서비스 기획자는 5가지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한다.


첫째, 고객은 누구인가? (Who is the customer?)

신규 제품/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고객을 정의한다. 주의할 점은, 추상적인 고객을 설정하는 것이 아닌 구체적이고 논리적이며 수치화된 근거를 바탕으로 신규 제품/서비스의 예상 고객을 정의한다.


둘째, 고객이 겪고 있는 문제 혹은 기회는 무엇인가? (What is the customer problem or opportunity?)

기존의 자사 및 경쟁사의 제품/서비스가 해소하지 못한, 혹은 아직 시장에 제품/서비스가 존재하지 않아 해소하지 못한 고객의 페인 포인트를 파악하고, 해당 제품/서비스에 대한 자사의 진입 기회가 있는지 탐색하는 것이다.


셋째, 고객이 얻는 가장 중요한 혜택은 무엇인가? (What is the most important customer benefit?)

신규 제품/서비스를 통해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혜택이 무엇인지 정의한다. 신규 제품/서비스가 제공하는 핵심 가치와 함께 기존 제품/서비스 대비 경쟁력 및 차별점으로 어필할 수 있는 내용으로 작성해야 한다.


넷째, 고객에게 필요한 것 또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How do you know what customers needs or wants?)

고객들이 신규 제품/서비스를 정말 필요로 하는지 검증한다. 시장 리서치 보고서 분석, 고객 대상 설문조사, 인터뷰 등 정량적/정성적 분석을 통해 신규 제품/서비스가 정말 고객이 원하는 것이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다섯째, 고객 경험은 어떻게 표현되는가? (What does the customer experience look like?)

제품/서비스의 선택부터 구매, 배송, 사용, A/S에 이르기까지의 고객의 전체 경험을 그린다. 신규 제품/서비스와 고객이 접하는 모든 터치 포인트(Touch  Point)에서 고객은 어떤 니즈를 갖고 있을지, 어떤 경험을 기대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만족시킬 수 있는 고객 경험을 설계한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고 나면 미래 시점의 보도자료와 FAQ를 작성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파워포인트가 아닌 6장 이내의 문서로 작성해야 한다. 아마존 사람들은 이를 6 Pager라고 부른다. 워크숍 현장에서 실습을 해 보았는데 생각보다 잘 써내려 가지지 않았다. 실습 주제도 지금 운영하고 있는 서비스로 했는데요. 내러티브가 있는 글로 쓰려고 하니 뇌가 버벅거림을 느꼈다. 그래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이 이해할 수 이는 글로 쓴다는 건 얼마나 깊게 고민하고 섬세하게 기획하고 확신이 있어야 하는지 느꼈다.


워크숍을 다녀오고 순서파괴 책을 읽으니 아마존의 혁신과 고객 중심 사고를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아마존의 원칙들이 앞으로 나에게도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 기대된다.


일의 시작을 일의 끝에서 하는 그들의 혁신을 지금부터 찬찬히 배워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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