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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인간다움

와이파이처럼 스며든 기술, 인간다움을 되묻다

by 크레쏭

#AI와 Wifi


나는 기술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기계도 마찬가지다.

내가 손대는 기계는 종종 고장이 나고, 다루는 것도 익숙하지 않다. 일명, 기계치다. 그런 내가 전자회사에서 18년을 일했다. 지금도 그건 참 신기한 일이다.


휴대폰도 한번 사면 5~6년은 쓴다. 새로운 모델이 나와도 별 감흥 없다.

그런 내가 요즘 AI 공부를 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지인이 AI 교육 과정을 듣는데 같이 스터디를 하기로 했다.


왜?

AI는 ‘몰라도 되는 것’이 아니라 ‘알아야 하는 것’이라는, 본능적인 감각 때문이었다.


과거엔 AI가 소수 과학자들의 전유물 같았다.

개나 고양이를 구분하는 인공지능이라니, 그게 내 일상과 무슨 상관이 있었을까.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특히 LLM, 거대언어모델이 등장한 이후 AI는 단숨에 우리 삶 한가운데로 들어왔다.


이제 AI는 ‘첨단 기술’이 아니다.

누구나 알고, 다룰 수 있어야 하는 일상 도구다.


어떤 사람은 말했다.

“곧 AI는 공기처럼, 와이파이처럼, 보이지 않게 우리 곁에 있을 것이다.”


정말 그런 세상이 오고 있다.

AI는 이제 공기다.


#Human vs Machine


ChatGPT의 등장은 우리 모두에게 충격이었다.

나도 그랬다. 처음엔 너무 신기해서 온갖 질문을 해봤다.


어려운 수학 문제, 복잡한 철학 질문도 던져봤다.

초기에는 엉뚱한 답도 많았지만, 지금은 정말 많이 달라졌다.

짧은 시간 안에 AI는 눈부시게 발전했다.


그렇다면, 인간보다 더 똑똑해질 수 있을까?


사실 인간과 AI는 오래전부터 경쟁해왔다.

그리고 몇 번의 결정적인 대결이, 사람들의 인식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1997년, 세계 체스 챔피언이었던 가리 카스파로프는

IBM의 슈퍼컴퓨터 딥 블루(Deep Blue)와 맞붙는다.

그는 인간 대표로서 맞섰지만, 결국 패배했다. 당시엔 큰 충격이었다.

‘기계가 인간을 이길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실감하게 된 사건이었다.


그로부터 약 20년 후, 2016년

세계 바둑랭킹 최정상에 있던 이세돌 9단이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와 대결했다.

바둑은 체스보다 경우의 수가 훨씬 많은 복잡한 게임이라

기계는 도저히 인간을 이기지 못할 거라 믿었던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결과는 1승 4패

이세돌이 단 한 판을 이기긴 했지만, 알파고의 전반적인 실력은 인간을 능가했다.

그날 이후, 우리는 더 이상 “AI는 인간을 따라오지 못한다”는 말을 쉽게 할 수 없게 됐다.


Color-enhanced: Human vs Machine Capability Over Time.png


위 그래프는 인간과 기계의 능력(capability)이 시간(time)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준다.
인간은 일정 시점 이후 점점 완만한 성장 곡선을 그리는 반면, 기계는 폭발적인 속도로 발전하며 결국 인간과 교차하는 지점을 만들어낸다. 그 이후, 인간과 기계는 함께 혹은 기계가 우위에 있는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게 된다.우리는 지금, 그 교차점 근처에 와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묻게 된다.

‘AI가 더 똑똑해진다면, 인간만의 가치는 무엇인가?’



#유토피아 vs 디스토피아


AI는 오랫동안 SF 영화의 단골 소재였다.

그리고 그 영화 속 AI는 대체로 인간의 적이었다.


기술 발전이 결국 인류의 종말을 부른다는 상상

밝고 따뜻한 미래를 그린 영화는 많지 않다.


정말 우리는 미래를 그렇게 비관하고 있는 걸까?


나는 이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그래도 우리는 유토피아를 꿈꿔야 한다.”


혹시 디스토피아로 향하고 있더라도

끝까지, 인간다운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게 바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니까.

그리고 그 노력이야말로, 인류의 생존을 위한 마지막 희망 아닐까?


#인간만의 가치란 무엇일까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사유’하는 존재라는 점이었다.

그런데 AI가 사유하게 된다면, 그도 인간과 같은 존엄성을 갖게 되는 걸까?


그렇다면 AI도 인간일까?


이 질문엔 쉽게 답하기 어렵다.

실제로, 인간만의 영역이라 믿었던 일들이 이제 AI에게 조금씩 넘겨지고 있다.


노동, 창작, 사고.

AI가 이 모든 걸 흉내 낸다면 정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건 뭐가 남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바로 떠오르는 답은 없었다.


그러다 문득 한 장면이 떠올랐다.

드라마 <도깨비> 속, 은탁이라는 인물.


그녀는 유치원 차량이 사고 날 걸 예감하고,

자신의 차로 막아 아이들을 구한다.


그 선택이 죽음을 의미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리고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

“희생, 그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맞다.


인간만이 인간다운 순간은,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고,

옳은 걸 위해 목소리를 내고,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가장 인간다운 건,

결국 ‘다른 인간을 위하는 마음’ 아닐까?

#AI를 공부하며, 인간을 다시 묻다


아이러니하게도,

AI를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인간다움’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기계가 인간을 닮아갈수록

우리는 ‘진짜 인간다움’을 지켜야 한다.


기술의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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