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민규 Dec 20. 2020

이렇게 끝낼 순 없어

2020년을 돌아보다

좀처럼 '연말 분위기'를 찾기가 어렵다. 바깥 사정이야 그렇다 치고, 개인적으로도 무엇이 마무리되어야 하고, 무엇을 마무리 지어야 할 지 도통 알 수 없는 연말이다. 어영부영하다가는 야속하게 시간만 지날 것이고, 비슷한 기분으로 2021년의 시작을 맞이하게 될 것만 같다. 무엇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 지 모르지만, 마음을 다잡으려 한 해를 정리해본다. 


1. 출간, 그리고

작년 이 맘 때,  《회사 말고 내 콘텐츠》를 출간했다. 이북(ebook)으로만 세 편을 내고, 처음으로 낸 종이책이라 감흥이 남달랐다. 베스트셀러가 된 것도 아니고 폭발적인 호응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홍보나 마케팅이 없이 입소문으로 의미 있는 제안을 많이 받게 됐다. 독자분들이 많은 후기를 남겨주시기도 했다. 그 덕에 작년 12월, 그리고 1월, 2월까지는 하루에 세 네건의 미팅과 만남, 북토크가 이어졌다. 시간이 걸렸지만 2쇄를 찍게 되기도 했다. 

대구에서 열린 브링크(BRINK) 북토크
패스트파이브 북토크, YES24 홍대점 북토크
allius 북토크, 《회사 말고 내 콘텐츠》오디오북 녹음


책을 읽고서 모여주신 분들의 깊이 있는 질문을 받으면서, 책은 독자를 만나는 바로 그 순간에 진정한 여정이 시작된다는 것을 배웠다. 대화를 통해 새롭게 의미가 생성되는 순간을 함께하는 건 정말 순도 높은 즐거움이었다. 다행히도 북토크를 통해 만난 몇몇 분들과는 느슨하게 연결되어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그렇게 2월 중순에 접어들 무렵, 바이러스의 침공이 시작되고 예정되어있던 북토크/강의 일정이 모두 보류/취소되기 시작했다. 




2. '콘텐츠 코치'의 여정

 《나를 믿고 일한다는 것》의 우미영 저자는 김미경tv에 출연해서 '스스로를 추천하는 법' 이야기를 한다. 스스로 80%정도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된다면, 손을 들고 자신이 적임자임을 어필하라는 것이다. 부족분은 그 일에 착수하고서 성장하면서 채워간다고 본 것이다. 


우미영 저자를 처음 만났을 때 내 상태가 딱 그랬다. 내가 '콘텐츠 코치'라고 하는 생소한 역할을 자임하고 세상에 나선 때였다.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스스로 80% 만큼으로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좀 더 용기를 내서 나 자신을 추천해야 했다. 저자는 그가 살아온 방식 그대로 '콘텐츠 코치'에게 기회를 주었고, 나는 저자가 기획하려는 콘텐츠를 도울 기회를 얻게 된다. 

뛰어난 출판인 분들과 바짝 붙어 일을 하면서 많이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저자와 오랜 시간 함께 하면서 배운 것들이 정말 많고, 시간을 들여 풀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저자에게 배운 단 한 가지만을 꼽자면, '서로에게서 기회를 발견하고 함께 성장하라' 는 것이다.





3. 기획위원으로 일하다

 《회사 말고 내 콘텐츠》의 독자로 연이 생긴 출판사의 대표님께서 기획위원 자리를 제안해주셨다. 돌아보면, 올 해 큰 영향을 받은 주신 분이다. 감사하게도  '콘텐츠 코치' 말고, '콘텐츠 기획자'로 가능성을 많이 봐주셔서 출판 세계의 일과 내 역할에 대해 숙고하면서 콘텐츠 기획을 아쉬움 없이 해볼 수 있었다. 그 열매들은 맺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2021년에는 많이 소개할 수 있을 것 같다. 


여름 날의 기획회의


함께 하는 '프렌즈' 분들과 좋은 공간에서 꽤 많은 대화를 나눴다. 배운 것들이 많고, 앞으로 더 배워야 할 것들이 많다. 




4. 엔터&영상 창작자


어느 독자분과 연이 생겼고, 그 인연 덕분에 JYP본사에 가게 된 일이 있다. 엔터 산업에 대해서 힐끔거리면서 활자 콘텐츠로 이어질 수 있는 것들은 없는지 따져볼 수 있었다. 엔터 산업은 아무래도 이미 총력을 기울이는 영역이 있다보니, 활자 콘텐츠로 확장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였다. 박진영 씨에게 내 책과 편지도 건넬 기회가 있었는데, 회신은 없었다. ( 《회사 말고 내 콘텐츠》에는 '미쓰에이'에 대한 은근한 디스가 포함되어 있다)


그 밖에도, 다양한 콘텐츠 창작자들과 느슨하게 교류를 할 기회가 많았다. 창작자의 특성 상, 무리 짓거나 커뮤니티를 결성하기란 쉽지 않다. 시간이 주어지면, 창작에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에 각자의 작업과 창작물을 서로 곁눈질로 응원하면서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받는 편이다. 늘 마음에 빚처럼 갖고 있는 것은 그들의 창작물을 나름의 방식으로 즐기고 있는데, 이를 소개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 내년에는 좀 더 적극적으로 소개하려고 애써 봐야겠다. 





5. 북클럽

바이러스 탓에 몇 개월 간 보류가 되었지만, 두 곳에서 북클럽을 맡아 진행하게 되었다. 예년같으면 평소에도 이런 모임을 개인적으로 하는 편인데, 올 해는 이 두 곳에서 나눈 대화가 거의 전부였다. 그만큼 애정을 갖고 북클럽에 참여하신 분들과 좋은 시간을 보냈다. 


그런가 하면, 트레바리에서는 김성준 교수님이 클럽장으로 계신 모임에 참여를 해서 '전략적 사고'와 관련한 이야기를 많이 나눈 게 기억에 많이 남아있다. 마지막 날에 소개받은 피츠제럴드의 문구가 오랫동안 남아있다. 


"The test of a first-rate intelligence is the ability to hold two opposing ideas in mind at the same time and still retain the ability to function. One should, for example, be able to see that things are hopeless yet be determined to make them otherwise."  --F. Scott Fitzgerald


패스트파이브 북클럽, 메모레 북클럽





6. 세바시

<내 미래를 책임지는 나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이라는 주제로 세바시X창의세미나S 강연을 진행했다. 세바시 팀이 일하시는 모습 자체에서도 배울 것들이 많았고, 원고를 쓰면서도 성장이 컸다. 


강연 진행 때는, 적막한 가운데 카메라만 보면서 하게 됐는데 큐시트를 전혀 볼 수가 없었다. 자연스럽게 한 장씩 넘기면서 힐끔거리면서 진행하려 했지만, 자꾸 시선이 이동하면 산만해보일 것 같았다. 결국 한 두장 넘겨보다가 큐시트를 손잡이 삼고 외운대로 진행하게 됐다. 다행히 자연스러웠다는 피드백이 많았지만, 앞으로 청중이 아닌 카메라를 상대해야 하는 경우가 많을 텐데 큰 경험이 됐다. 




8. 탈고

 《회사 말고 내 콘텐츠》를 쓰던 2019년 8,9월 무렵부터 그 다음 책에 대한 단서를 만나게 됐다. 그 이후로 계속 아이디어를 인큐베이팅을 했고, 올 8월에서 12월 초까지 원고를 썼다. 


<창작법, 창작물, 창작자> 이 세 가지 축에 대한 이야기로 지난 4년 간 체득한 것들을 쉽게 풀어내려고 애썼다.  이 책은 '계절'이 중요한 상징이기도 한데, 어서 만나보고 싶다. 2021년 3월 언저리에 출간될 듯 하다.


여기에 기록하지 않은 것까지 감안한다면, 콘텐츠와 함께 불태운 한 해였다. '작가'로 '콘텐츠 코치'로 '콘텐츠 기획자'로 내년에 뿌릴 씨앗과 거둘 열매를 상상해보게 된다. 

내년도 올 해와 마찬가지로

Think hard. Write tight.



서민규

- 책 《콘텐츠 가드닝》 ,  《회사 말고 내 콘텐츠》  저자

- 콘텐츠 기획자, 콘텐츠 코치


커리어의 궤도를 이탈하고 콘텐츠를 자전축으로 삼고 있는 창작자. 창작 경험이 개인의 변화와 성장을 가져다 준다는 믿음 아래 콘텐츠 코치로 일하고 있다. 더 많은 이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창작을 경험하고 콘텐츠를 기를 수 있도록 교육과 코칭을 통해 돕고 있다. 


all about 서민규 

인스타그램페이스북

'창작자로 일하기' 뉴스레터

프로그램 소개

작가의 이전글 《회사 말고 내 콘텐츠》북콘서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