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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카 Jan 05. 2016

#3. 언젠가 잊히는 것들에 대해서(1)

하언니가 도착했다

이튿날 새벽, 수다 식당에서 즐거운 식사를 마치고 돌아와 씻고 자리에 누운 지도 한참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따르르릉. 갑자기 방의 전화벨이 울렸다. 깜짝이야! 가물가물 잠이 들었던 나와 최언니는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뭐지? 잠이 덜 깨 멍했던 것도 잠시, 재빨리 일어나 두근두근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헬로, 시드니? …는 당연히 아니고, 카운터 직원이 물었다. 여기 아래에 네 친구가 왔다는데, 맞니? 전화기를 내려놓고 말했다. 언니, 왔대! 나도 최언니도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문을 열었다. 카운터 앞에 익히 아는 얼굴이 서 있었다. 언니 여기야! 손을 붕붕 흔들자 아래서 반가운 미소가 돌아왔다.


이쯤에서 여행 시작 전, 0번쯤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내가 방콕 여행에 합류할까 말까 고민하던 와중 최언니는 다른 사람에게 방콕 여행 의사를 타진했었다. 나와도, 최언니 자신과도 친한 친구 하언니에게. 휴가를 내기 힘들었던 하언니가 고민하던 도중 내가 합류했고, 소식을 들은 하언니도 에라 모르겠다 그래 가자! 하고 비행기를 예약했단다. 


우리는 친구답게 비슷한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는데 여행에 대한 가치관도 꽤 닮았다. 지금 못 가면 언제 가겠냐며, 기회가 되면 일상을 떠날 날을 호시탐탐 노리곤 한다. 그렇다, 하언니는 휴가를 낼 수가 없어 금요일 밤에 출국해 월요일 새벽 귀국해야만 하는데도 불구하고 날아온 참이었다. 토요일 새벽부터 일요일 늦은 밤까지 이틀을 꽉꽉 채워 즐기겠다고. 참으로 대단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토요일 새벽 세 시가 좀 안 된 시각, 하언니가 도착했다.


비행은 힘든 일이다. 평소 앉아서 움직이는 활동 반경의 반의 반의 반의 반 정도 되는 자그마한 공간에 갇혀 꼼짝 않고 시체인 척하고 있어야 한다. 같은 자세로 앉아 있기에 발은 퉁퉁 붓고, 건조한 기내에서 피부는 건기의 사막처럼 쩍쩍 마른다. 의자는 또 어떻고! 꼿꼿이 서 있는 의자는 등받이라기보다 칸막이에 가까워서 나처럼 허리가 약한 사람은 끙끙대며 이 자세가 나을까 저 자세가 나을까 무용한 뒤척임을 반복하게 된다. 뿐만 아니다. 기내식은 대체로 삶은 고무나 불린 보드지 같고, 이게 음식인지 아니면 허기진 나를 고문하기 위해 만들어진 신종 고문 도구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다. 


하지만 하언니는 그 고생을 감수하고도 방콕으로 날아왔다! 단지 이틀의 휴가를 우리와 함께 즐기기 위해서. 우리가 아니었다면 이런 무리한 일정을 감수하지 않았을 것임을 알기에 최언니와 나의 기쁨은 당연한 것이었다. 오랜만에, 그것도 방콕에서 만났다며 우리는 즐겁게 꺅꺅거렸다.


하언니는 녹초가 돼 있었다. 비행이 고되기도 했고, 뭣보다 퇴근하자마자 짐을 들고 날아온 참이기에 당연했다. 이미 시간은 새벽 세 시를 넘어 네 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한국 현지 시간으로는 여섯 시가 좀 못 된 시각이었으므로 따지자면 언니는 밤을 꼬박 샌 셈이었다. 하언니는 과로를 이기지 못하고 침대에 말 그대로 잘 빤 빨래처럼 널려 있었는데, 놀랍게도 쉬지 않고 취한 것처럼 주절주절 한담을 늘어놓았다. 이 기이한 여행 일정에 부모님이 놀란 이야기부터 최언니의 블로그 포스팅―당시 최언니는 좋아하는 뮤지컬 배우와 만났다가 엉겁결에 말실수를 한 이야기를 포스팅해뒀었고, 그건 우리 사이 꽤 뜨거운 화젯거리였다. 최언니의 명예와 사회적 지위를 위해 배우가 누구인지, 무슨 일이었는지에 대해선 함구하기로 한다―에 대한 이야기까지. 하언니는 고개를 갸웃갸웃 기울이며 포스팅에 쓰인 최언니 말투를 그대로 따라했는데, 그야말로 오자마자 우리를 녹다운시켰대도 과언이 아니다. 우린 옆방 사람들이 깰까 숨죽여 웃느라 배가 다 땅길 지경이었다. 아니, 나만 그랬나? 확실한 것은 나는 기절할 듯 웃었다는 거다. 생각해 보니 최언니는 허공에 발을 내지르며 성질을 냈던 것도 같다. 하지만 펜대를 잡은 것이 나이니 모두 즐거웠던 걸로 치자.


여튼 다음날부터 이틀은 하언니의 꽉 찬 휴가를 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녀야 했으므로 우리는 숙면을 취하기로 했다. 나란히 선 세 개의 침대에서 우리는 잠이 들기 직전까지 숨죽여 웃으며 세 명이 처음으로 함께하는 즐거운 휴가를 시작했다.




열 시, 전날 새벽에 잠든 것 치고는 이른 시각에 기상했다. 언니들이 씻는 사이 나는 그날의 일정에 대해 숙고했다. 물론 다른 게 아니었다. 맛집! 이번 여행의 투어 코디네이터이자 현지 가이드이며 맛집 안내자였던 나는 이틀의 휴가 동안 하언니에게 방콕의 온갖 미식을 선보여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나는 3식 5간(3번의 식사와 5번의 간식)을 목표로 달리겠다고 선포했고, 언니들은 과연 그것이 사람의 위로 가능한 일인가 약간 회의적인 상태였다. 나는 아랑곳 않고 하언니에게 무엇을 맛보여야 할지 고민했는데, 고심 끝에 고른 첫 날의 첫 번째 아침 식사는 어제처럼 갈비 국수였다. 특별히 방콕에 처음 방문한 하언니를 위해 다시 선택된 메뉴였다.


하언니는 갈비 국수를 한 입 먹고 어제의 최언니처럼 몽롱한 표정이 되었다. 야, 이거 진짜 맛있다! 하언니는 고개를 주억거리더니 쉬지 않고 국수를 들이켰다. 뭐, 나이쏘이의 갈비 국수가 먹다 쉬어 갈 만한 양이 아니긴 하지만 말했다시피 그와 별개로 정말 한국인의 입맛에 최적화된 음식이기도 하다. 양이 적으니 애피타이저처럼 먹어. 내가 말했지만 하언니는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저 심정을 십분 이해한다고, 나와 최언니는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었다. 나이쏘이는 그럴 만한 맛이다. 후룩후룩, 오른손엔 젓가락을, 왼손엔 숟가락을 들고 하언니는 오롯이 행복한 취식 활동에만 집중했다. 


내 휴대폰에는 이때의 하언니를 찍은 사진이 있는데, 그야말로 함박웃음이란 걸 사람 얼굴에 그려놓으면 이렇겠구나 싶은 표정이다. 하언니의 인권을 고려해 공개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최언니와 나는 어제 한 번 먹었으므로 우아하고 여유롭게 브런치를 즐겼다… 고 말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거짓말은 하지 않겠다. 우리도 하언니와 다를 바 없이 갈비 국수에 몰두했다. 아, 맛있다! 갈비 국수는 정말 아름다운 음식이다, 눈물이 나올 정도로. 흑흑.


우리는 관광을 위해, 아니 두 번째 식사와 간식을 위해 씨암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씨암에는 씨암 파라곤과 씨암 센터라는 커다란 쇼핑몰이 있다. 씨암 센터 최상층에는 푸드 코트와 방콕에서 유명한 몇 가지 맛집의 분점이 위치해 있으니 일정 때문에 여러 군데로 옮겨다닐 수 없다면 여기서 식사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리는 쏨땀누아와 쁘띠 오드리에서 식사와 디저트를 한 번에 해결할 생각이었다.


씨암센터의 쏨땀누아 외부 전경. Copyright 2015, 최언니. All Rights Reserved.


처음 들어간 쏨땀누아(Somtam Nua)는 태국의 동북부 지역인 이싼 음식으로 유명한 쏨땀과 각종 요리를 함께 먹을 수 있는 곳이다. 흔히들 이싼 지역을 우리나라의 전라도에 비교한다. 그만큼 맛있는 요리로 유명하단 뜻이겠지. 그중에서도 쏨땀은 태국 전역, 나아가 관광객들까지 즐길 정도로 대중화된 음식으로, 특히 쏨땀누아에서는 카이텃과 찰밥에 쏨땀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우리는 아침 겸 점심으로 쏨땀누아에서 가장 인기 있다는 메뉴를 먹기로 했다. 찰밥과 까이텃, 그리고 돼지고기 볶음이다. 비닐에 담겨 나온 찰밥을 대나무 그릇에 담으려는 하언니를 말리기도 하고, 옆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먼저 나온 얼음물을 보며 우리가 주문하지 않은 이 얼음이 과연 무료일까 아닐까를 추측하기도 하다 보니―정답은 유료였다―음식이 나왔다.


외국에 나가면 놀랍도록 인기가 많다 싶은 한국 음식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본촌치킨이다. 태국에서 본촌치킨의 인기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 단 한 번도 가게에 웨이팅이 없는 것을 보지 못했을 정도고, 특히 씨암점은 개점 후 30여 분 이내로 매장이 꽉꽉 찬다. 나도 교촌치킨 류의 간장 치킨을 좋아하므로 그 맛에 환호하는 태국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할 것은 없지만, 특히 태국에서 본촌치킨이 인기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간장 치킨이 까이텃과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쏨땀과 카이텃. Copyright 2015, 최언니. All Rights Reserved.


우리는 까이텃을 한 입 베어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교촌치킨 같네. 옆에서 최언니가 말했다. 응, 그래서 여기 본촌치킨이 인기가 많은 것 같아. 이것도 맛있고 그것도 맛있잖아. 역시 치킨 사랑은 만국공통인 듯.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잡담을 나누는 우리 옆에서 하언니는 말도 없이 조용히 치킨을 뜯고 있었다. 아, 치킨은 저렇게 먹어야 해. 우리도 무소용한 잡담은 그만두고 음식에 열중했다.


까이텃은 우리가 먹는 한국산 후라이드 치킨보다 바짝 튀겨 낸 닭 요리로 쫄깃하고 톡톡한 식감이 돋보인다. 나는 한 입 베어 물면 입가에 기름이 잔뜩 묻는, 소위 한국식 시장 치킨부터 기름을 제거한 구운 치킨까지 모두 가리지 않고 잘 먹는 편인데 까이텃은 튀긴 치킨 치고는 덜 기름지고 담백한 맛이라 부담이 없다. 식감 역시 늘큰하다기보다 쫄깃쫄깃한 편이고. 게다가 더운 나라의 요리는 대체로 간이 센 편이지만, 쏨땀누아의 까이텃은 교촌치킨 등 한국서 유명한 간장 치킨과 비교하면 그다지 간이 센 편도 아니라 편하게 먹기 좋다. 닭이 워낙 작고 날개와 봉 위주로 나오는지라 발라 먹는 것을 귀찮아하는 사람이라면 딱히 좋아할 만한 요리는 아니지만, 나는 닭을 발라 먹는 것도 좋아하고 날개와 봉은 더 좋아하므로 까이텃을 맛있게 냠냠 해치웠다.


씨암센터의 쏨땀누아 내부 전경. Copyright 2015, 최언니. All Rights Reserved.


쏨땀누아에 혼자 가면 대체로 까이텃에 쏨땀, 찰밥 정도를 시킨다. 내 옆에 홀로 앉은 여성 분도 이렇게 시켜서 먹고 있었다. 우리는 이미 갈비 국수를 먹고 왔고 디저트도 먹으러 갈 생각이었으므로 여기에 돼지고기 볶음 하나만 추가해서 가볍게 식사를 끝냈다. 같은 층에 있는 쁘띠 오드리에서 크레페 케익을 비롯한 디저트를 먹을 심산이었다. 오드리는 통로에 있는 디저트 샵으로 방콕의 디저트 붐에 힘입어 현지인들과 관광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가게다. 본점은 통로 쏘이 11에 있고 얼마 전 씨암 센터에도 쁘띠 오드리라는 이름으로 분점을 냈다. 우리는 효율적인 동선을 위해 통로의 본점 대신 쁘띠 오드리로 가기로 했다. 적당히 배가 차 기분이 좋아진 우리는 즐겁게 다음 장소로 향했다.




잠깐 딴소리를 하자면, 나는 안전제일주의자다. 최대한 위험이 없고 단조로운 삶을 사는 것이 내 목표다(매우 진지하게 하는 말이다). 어쩌다 보니 여태까지는 정반대의 선택이 내 삶을 이뤄왔지만 가능하면 앞으로는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확률에 승패를 거는 종류의 선택에는 운이 없기 때문이다. 도박 같은 건 하지도 않지만, 이런 불운이 실생활에서라고 좋을 리 없다. 


특히 식사나 음료를 고를 때 그렇다. 메뉴를 골라도 뭔가 독특해보이거나 먹어보지 못한 종류의 음식을 고르면 백전백패다. 어쩐지 이름이나 설명이 괜찮아 보인다고 생각하고 자의대로 시키면 기괴한 음식이 나오기 일쑤고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조합의 실험적 음식도 꽤 자주 봤다. 가장 괴상한 조합은 홍콩 마카오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치킨 수프로 꼭 미지근한 자판기 율무차에 닭을 빠뜨린 듯한 맛이었다. 나는 그 일을 계기로 더 이상 내 음식 운을 시험하지 않기로 깊게 결심했다.


하지만 그런 지도 어언 4년, 슬슬 나태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여행을 가면 그렇다. 어차피 생소한 음식 천지니 여기에 모르는 음식 하나를 추가한다고 일을 크게 그르칠 것 같지도 않고, 이런 메뉴를 먹어볼 수 있는 것도 이곳 뿐인데 뭐 어떠랴 싶다. 그렇다, 난 어리석은 인간이었고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몹시 기고만장해진 나는 이번엔 모험을 하겠다고 호언장담하며 처음 보는 메뉴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무엇을 시켰느냐고? 별것 아니다. ‘페퍼민트 티 플롯’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의, 차가운 페퍼민트 티 위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띄운 음료였다.


문제의 페퍼민트 티 플롯. Copyright 2015, 라이카. All Rights Reserved.


미리 당부하건대 혹시라도 오드리에서 이 음료를 시키실 분이 있다면 깊게 재고하시길! 지금 생각해도 대체 내가 왜 이 음료를 시켰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물론 나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좋아하고, 페퍼민트 티는 사랑한다. 


하지만 내가 늘 소리 높여 주장하듯이 음식은 어울리는 조합이 있는 법이다. 초콜릿 케이크도 맛있고 삼겹살도 맛있지만 초콜릿 삼겹살 케이크 같은 것이 나오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궁합이 맞는 음식을 골라 즐기는 현명함을 잊지 말았어야 하는데, 어리석은 중생은 메뉴 설명을 꼼꼼히 읽고도 독특하고 기이한 이 음료를 주문했다. 


나는 페퍼민트 티 플롯을 한 입 꿀꺽 마시고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최언니와 하언니는 내 표정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대체 무슨 맛이길래 그래? 궁금한 얼굴이 된 언니들에게 나는 내 잔을 조용히 내밀었다. 궁금하면 먹어 봐. 언니들은 참담한 내 표정을 보고 다소 겁을 먹은 듯했다. 나는 계속해서 권했다. 일단 먹어 봐. 언니들은 주저하며 내 컵에 빨대를 꽂아 한 입 들이켰다. 잠깐의 정적 이후, 푸흐흐흐흐…, 언니들이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는 듯한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침묵이 가장 탁월한 비판임을 아는 사람답게 입을 다물었다. 언니들은 애써 나를 위로하려고 했다. 진짜 오묘하다. 아이스크림이 좀 녹으면 더 괜찮을 것도 같은데….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절대 아니야. 더 좋아질 리 없어. 이미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페퍼민트 티에 올라간 걸로 이런 맛이 나는데 녹으면 더 이상해질 걸. 그리고 참고로, 내 말이 맞았다.


그날 SNS에 나는 이 음료의 사진과 간략한 감상을 남겼다. 침착하고 냉정하게. <페퍼민트 티 플롯. 오늘의 교훈 1. 도전은 언제나 실패의 위험을 담보한다. 2. 페퍼민트 티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은 이상한 조합이다.> 나는 성질이 매우 급한 사람이므로 이 정도면 꽤 차분한 감상이었다고 생각한다. 이후 방콕에서 음료와 관련해 여러 번 소소한 불운을 겪었는데 이게 시작일 줄 알았다면 아마 이 정도로 침착하진 않았겠지만, 여하간.


혹시나 오해할까 하는 말이지만 나는 오드리에 아무런 유감이 없다. 좋은 디저트 까페라고 생각하고, 다른 음식들은 매우 맛있었다. 방콕의 레스토랑답게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는데다 특히 크레페 케이크 등의 베이커리는 꽤 훌륭하다고 느낀다. 다만 아무리 낮은 확률이라도 내가 걸리면 100%인 것처럼 내가 운이 없어 다소 괴이한 음료를 골랐을 뿐이다. 부디 이 글을 보는 분들이 오드리에 간다면 나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 여러분, 페퍼민트 티와 바닐라 아이스크림의 조합은 미식적, 아니 도의적으로 금지시켜야 합니다, 반드시!


페퍼민트 티 플롯을 시야 바깥으로 멀찍이 밀어두고 셋이서 즐겁게 잡담을 나누다 나오니 대략 두 시 정도였다. 다른 쇼핑몰이 아니라 특히 씨암 센터로 온 이유에는 관광도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씨암 센터부터 칫롬 역 근처의 센트럴 월드까지 천천히 걸어 아이쇼핑을 즐기기로 했다. 다행히도 하언니는 쇼핑몰부터 마트까지 타국의 상점을 구경하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고 했다. 우리는 만장일치로 몰링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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