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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지 Nov 16. 2023

엄마, 회사 다니니까 장난감 좀 사줘

  퇴근 후 아이와 함께 저녁밥을 부랴부랴 먹고, 잠깐의 한숨을 돌리려 텔레비전의 어린이 채널을 틀어주었다. 만화가 끝난 뒤 나오는 모든 장난감 광고에 첫째 딸은 항상 '이거 사줘'라는 말을 붙인다. 늘 하는 얘기로 평소에는 '응 알겠어'라며 맞장구를 쳐주고는 하지만, 그날따라 아이에게 모든 장난감을 다 살 수는 없다는 말을 해볼까 하고 반기를 들었다. "아니 안돼. 다 살 수는 없어. 하나만 사줄게." 그랬더니 돌아오는 네 살 아이의 말에 기가 막힌다.


"엄마, 회사 다니잖아."




똑부러지는 4살 꼬맹이



  올해 10월부터 나는 다시 회사에 나가는 워킹맘이 되었다. 엄마와의 느긋한 등원도 힘들어졌고, 엄마 대신에 아빠, 할머니와 등하원하는 날 들이 많아지는 등 여러 변화가 있었다. 아이가 혼란스러울까 봐 사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엄마의 입사소식을 알렸는데 그게 화근이었던 것이다. 회사를 가야 하는 이유를 묻는 아이의 질문에 '돈 벌러 가. 돈 벌어서 서빈이 장난감도 많이 사주고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려고'라며 대답했던 날이 떠오른다. 아이는 엄마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이렇게 이해한 것이다.


  돈이라는 게 뭔지 그녀는 알까? 그저 돼지저금통에 들어있는 땡그랑 동전, 결혼식에 가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쥐어주는 네모난 종이, 마트에 들고 가면 과자와 바꿔주는 좋은 것 정도로 알고 있겠지.


  게다가 회사에 가면- 돈을 번다, 돈을 벌면 - 장난감을 산다. 고로 회사에 가면- 장난감을 살 수 있다. 이렇게 삼단논법을 이해하는 꼴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4살 우리 딸은 알까? 아이가 그것은 모르겠지만 확실히 아는 것은 아마도 회사에 가는 사람은 장난감을 사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일 것이다. 그래. 뭐가 중요하겠니. 그 사실이 가장 중요한 게 맞지. 나는 그저 엄마가 따로 가야 할 곳이 있다는 것에 아이가 속상해하지 않고 좋은 쪽(?)으로 승화시켰다는 점에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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