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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하루 Mar 16. 2020

원고 없이 계약된 책

『로또는 꽝이고 내일은 월요일』출간, 비하인드 스토리

  세 번째 책이 출간됐습니다. 제목은 『로또는 꽝이고 내일은 월요일』입니다. 책은 지난해 5월 말에 계약하고 초고는 9월 말에 끝냈습니다. 대략 4개월간 원고를 쓴 셈이죠. 그리고 아는 분들은 알겠지만, 이 시기에 저는 『내 하루도 에세이가 될까요』란 책도 쓰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동시에 2권의 책을 작업하고 있던 겁니다. 그것도 직장을 다니면서요. 지금 와 돌이켜보니 정말 대책 없는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로또는 꽝이고 내일은 월요일』이란 책은 『내 하루도 에세이가 될까요』와 달리 원고가 없었거든요.     


  『로또는 꽝이고 내일은 월요일』은 사연이 있는 책입니다. 2018년에 목차와 프롤로그를 써두었고, 이를 출판사 두 곳에서 보시고 원고 50~70%를 써서 보여주면 검토 후 계약하겠다고 했거든요. 근데 원고를 못 썼어요. 책 내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노동 권태기를 극복하는 직장인 이야기인데…. 그때가 직장생활 전체를 두고 봤을 때 가장 힘든 시기였거든요. 몸 아프기도 했고요. 그래서 더더욱 쓰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1년이 지났어요. 당연히 계약 얘기를 주고받던 출판사들과는 연락마저 끊어졌죠. 근데 시간이 흐르니까 갑자기 글이 쓰고 싶더라고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체력이 더욱 좋아져서인지. ‘노동 권태기 극복 이야기’를 유쾌하게 쓸 자신감까지 생겼습니다. 그리고 그때 만난 게 홍익출판사였어요. 브런치를 통해서 편집자님이 연락을 주셨는데, 미팅하는 날 수정한 목차와 프롤로그를 드렸습니다. 긍정적인 답변을 주면 두 번째 책을 끝내고 원고를 써서 보내봐야지 싶었죠. 그런데 다음날 이런 답변이 오더라고요.     


  “작님과 계약하고 싶습니다.”     


  다른 출판사처럼 원고를 달라고 할 줄 알았는데… 계약이라니. 좀 놀랬습니다. 게다가 미팅할 당시 편집자님과 많은 대화를 못 했거든요. 목차와 프롤로그만 잠깐 읽어보시더니 “회사에 들어가서 이걸로 회의해 볼게요.”하고 헤어졌습니다. 그런 탓에 다시 연락 올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했어요.     


  “직장인들이 출퇴근할 때 웃으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을 써주세요.”     


  계약할 때도 출판사에선 써둔 원고는 얼마나 있냐. 언제까지 쓸 수 있냐. 이런 얘기는 거의 없었어요. 그저 ‘재밌게 써달라’란 얘기를 가장 많이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원고 대부분을 출퇴근 시간에 썼습니다. 직장인들을 관찰하고, 회사에서 있던 일을 다시 곱씹고, 내일 해야 할 업무를 정리하면서요. 버스와 지하철에서 초고 70%가 완성됐습니다. 솔직히 이 원고를 쓰는 기간 동안 정말 즐거웠습니다. 다만 스마트폰으로 쓰는 탓에 손목과 손가락에 무리가 온 것 같아요. 그때부터 지금껏 비가 오면 욱신욱신하네요.      


  게다가 이번 책은 계약부터 출간까지 과정 중에, 직장생활도 큰 변화를 맞이했죠. 초고를 완성할 때쯤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게 됐고, 책이 나올 때쯤 다른 회사들로부터 이직 제안을 받았습니다. 두 번째 책이 나오고 강연과 칼럼 요청이 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취소되고 연기됐어요. 그래서 냅다 백수로 더 놀아야지 마음먹고 있었는데…. 『로또는 꽝이고 내일은 월요일』 출간과 함께 전에 다니던 회사보다 좋은 조건으로 이직 제안들이 왔습니다. 그중 한 곳과 이야기가 잘되면 조만간 직장인으로 돌아갈지도 모르겠습니다.     


  고백하면 전 평범해서 글을 쓰게 된 것 같습니다. 남편과 아웅다웅하며 살고, 직장에선 아등바등하며 돈을 벌고, 쉬는 날에는 여행보다 늦잠 자는 걸 선택해 왔던…. 이런 뻔한 삶 덕분에 글 쓰는 재미를 알게 됐어요. 특별하지 않기 때문에 안 특별한 일상을 깊이 관찰하게 됐거든요.      


  안 특별한 일상을 사는, 안 유명한 작가가 쓴 책이지만, 그렇기에 드릴 수 있는 웃음과 위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디 이번 책도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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