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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맡기고 다녀온 브런치 팝업 전시 <작가의 꿈>

by 안나

지난주, 2025.10.16(목) - 10.19(일) 서촌 유스퀘이크에서 열린 브런치 팝업 전시 <작가의 꿈>에 다녀왔다.


올해 봄. 출산을 하고 정신없이 아기를 키우며 브런치 작가라는 부캐 (부 캐릭터)를 잠시 잊고 살았다. 육아를 하며 틈틈이 수입을 위한 작업도 하는 중이다 보니 사색하며 감정을 표현하는 시간을 소홀히 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글을 쓰는 것이 더 어렵게 느껴졌던 것이다.


글을 잘 써지든, 안 써지든 무조건 매일 조금씩이라도 써야 하는데 생존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욕구 중 하나인 수면욕이 제대로 채워지지 않다 보니 글을 쓰는 걸 자꾸 미뤘다.


정신없이 신생아 육아를 하다 보니 여름이 되었고 아기가 눈을 마주치고, 뒤집고, 옹알이를 하고, 웃는 모습을 보다 보니 선선한 가을이 다가왔다. 분명 벅차게 행복하지만 가끔씩 형언할 수 없는 허전함에 눈물이 차오르기도 했다.


아기가 이유식을 시작하 하루 종일 먹이고, 씻기고의 강도가 더 세졌다. 더불어 엄마 껌딱지 시기가 되어 저녁이면 꼭 붙어있으려 하다 보니 잠시라도 내 시간을 갖는 게 쉽지 않았다. 나만 찾는 아기를 바라보며 내심 뿌듯했지만 체력은 바닥났고, 출산 후 손목을 자주 사용한 탓에 손목 건초염의 고통에 두워졌다.


그러던 중 브런치 앱 알림을 통해 브런치 10주년 팝업 전시 <작가의 꿈> 이 서촌에서 열린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아, 이건 꼭 가야겠다.' 싶었다.


엄마라는 자아에서 잠시 벗어나 또 다른 자아 속에서 잠시라도 콧바람을 쐬야 할 것 같았다.


마침 팝업 전시가 열리는 주말은 결혼기념일이었고 엄마께 아기를 맡기고 남편과 함께 서촌 데이트 겸 브런치 팝업 전시에 들리기로 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가겠어라는 생각으로 사전 방문 예약을 했다.




2025.10.17(토)


제법 쌀쌀해진 가을 날씨에 놀라 제법 도톰한 브라운 컬러 니트를 거친 뒤 서촌으로 향했다. 아기를 맡기고 가야 하기 때문에 아침부터 정신이 없었다. 분명 차갑게 느껴지던 날씨였는데 한가득 짐과 제법 하얗게 통통해진 아기를 맡기고 나오니 콧등에 땀이 맺혔다.


서촌의 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마친 뒤 고요한 골목들을 걸었다. 작은 서점들, 알록달록 양말 가게,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밝은 햇살과 선선한 바람. 모든 게 적당했다.





서촌 유스퀘이크 브런치 팝업 전시 <작가의 꿈> 은 브런치의 꿈과 작가의 꿈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사실 글을 쓰는, 또 타인의 글을 읽는 플랫폼이라는 단편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10년간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운영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고민과 노력들이 쌓이고 쌓였겠구나 싶었다. 쓰고 싶을 때마다, 마음껏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함에 감사했다.





브런치를 통해 발행된 다양한 책들, 그리고 창밖으로 보이는 고즈넉한 풍경의 조화로움은 바쁜 현실과 자극적이고 빠르기만 한 콘텐츠들 속에서 피로함을 느끼던 내게 평온함을 주기에 충분했다.


지우개 자국이 그대로 남아버린 아무 글이지만 오랜만에 연필을 잡고 종이에 무언갈 쓴다는 행위 자체가 행복했던 순간



브런치 팝업 전시에서 준비된 공간에서 오랜만에 연필을 잡아 생각 나는 대로 아무 말이나 써봤다.


두서없이 정리되지 않은 감정들이 쌓여있음을 부담스러워하지 말고, 조금씩이라도 풀어내며 또 다른 자아를 단단하게 지켜보고 싶어졌다.


쓰고 읽는 것에 몰두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순간은 따듯했다. 누군가에게 평가받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볼 수 있다는 것이 글쓰기의 매력 아닐까.


전시를 운영하고 즐기는 사람들로 꽉 차 있던 공간이었지만 기분 좋은 북적임이었고 사색하는 고요가 느껴지던 순간이었다.




좋아하던 걸 계속 좋아하고 즐겨도 된다고. 충분히 그래도 된다는 스스로를 향한 응원. 그렇게 행복함을 안고 아기에게 돌아오니 따듯한 말을 들려주고 더 많이 안아줄 수 있는 힘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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