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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나무 Feb 01. 2024

생투앙 벼룩시장 보물찾기

37. Saint Ouen Flea Market






여행을 떠나기 전 난데없이 파리의 빈대 출몰 뉴스가 심상치 않게 들려왔지요.

벌레는 계피향을 싫어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서 시나몬 가루와 분무기, 벌레 물린데 바르는 약까지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실상 파리는 너무도 평온했습니다.

지하철은 빈 좌석이 없었고 시민들의 표정 역시 편안했지요.

한 달 동안 셀 수 없이 여러 번 지하철과 기차를 타고 다녔지만 빈대는커녕 어떤 벌레에도 물리지 않았습니다.

부풀려진 뉴스로 인해 불편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확실한 근거에 의한 사실을 전달하는 게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벼룩시장 이야기를 하려다 빈대 사건으로 시작했네요.


전 세계 어딜 가나 시장 구경만큼 재미있는 것도 없습니다.

특히 벼룩시장은 빈티지 장신구부터 흑백사진, 가구까지 없는 것 빼고 다 있습니다.

그동안 다녀본 벼룩시장이 수십 곳이지만 파리의 벼룩시장은 당연히 명불허전입니다.

대체 그 많은 옛날 물건들이 어디서 쏟아져 나오는 걸까 늘 궁금합니다.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허접하고 망가진 물건들을 버젓이 진열대에 올려놓은 것도 있습니다.  

심지어 호러 영화에 나올법한 비주얼의 눈알 빠진 인형도 있지요.

유럽 사람들은 물건을 정말 아껴 쓰고 오래도록 안 버리는 것만은 확신합니다.

 

'플레아 마켓(Frea Market)'이라는 용어는 프랑스 파리의 야외 바자회인 프랑스 마르세 오 푸스(Marché aux puce)를 문자 그대로 번역한 것으로, 오래된 가구에서 들끓었던  벌레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고 합니다.


파리의 3대 벼룩시장은 생투앙, 방브, 몽트뢰유가 대표적인데요.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몇 년 전에 갔었던 방브입니다.

무엇을 사겠다는  아니라 구경에 의미가 더 큽니다.

거리 곳곳에 가판대 또는 바닥에 물건을 뒤죽박죽 늘어놓고 판매하는 방브는 전형적인 벼룩시장의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일본 여행자들이 유독 많더군요.

그러나 본격적인 쇼핑을 위해 커다란 가방을 들고 다니는 현지인들도 많았습니다.


사람들의 옷차림은 겨울인데 나뭇잎은 아직도 푸른 옷을 입고 있습니다.

기온이 15도를 웃도는데 벌써 패딩과 코트, 목도리까지 두른 사람도 많았지요.




전형적인 형태의 방브 벼룩시장








생투앙 벼룩시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었고 규모 또한 최고였습니다.

그 크기가 웬만한 마을보다 더 넓어 보여요.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 영업을 하는 생 투앙은 주말마다 180,000명의 방문객이 찾는다고 합니다.

1870년대 파리의 거리에서 잡동사니를 팔던 넝마주이들이 쫓겨나 파리 외곽의 황무지 같던 땅에 시장을 열어 탄생한 생투앙이 오늘날의 명소가 된 것입니다.


생 투앙은 길거리 가판대에서 판매를 하는 일반적인 벼룩시장의 모습이 아닌 곳이 많았습니다.

각각의 이름이 붙은 시장은 대부분 상점 형태였고 판매하는 종류도 구분이 되어 있는 편이었습니다.

크게 14개의 이름을 가진 시장으로 나뉘는데 Antica. Biron, Cambo, Dauphine, Jules Valles, L'Entrepot, L'Usine, Passage, Malassis, Malik, Paul Bert, Serpette, Vernaison 이들은 각각 고유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더군요.

열네 곳을 다 방문하지는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폴 베르와 베르네종이 맘에 들었습니다.


 

베르네종 점포 지도
폴 베르 시장
비롱 시장
비롱 시장
도핀 시장



이곳은 1885년부터 도시 경계 밖의 낡은 판자촌으로 시작되었는데 상점과 길거리 상인들로 구성된 시장이 여러 개의 개별 상점으로 구성되어 있어 하루 종일 구경해도 못다 볼 정도입니다.

벼룩시장이라기보다는 박물관에 가까운 고가의 제품들을 판매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필자가 벼룩시장에 갈 때마다 가장 탐나는 건 엔틱 가구와 액자, 은식기와 접시들인데요.

오래 사용한 윤이 반질반질 나는 나무의 질감과 컬러의 탁자와 의자, 옛날 풍경이 그려진 빛바랜 그림들, 반짝이는 은식기나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 등은 여행자에겐 늘 그림의 떡입니다. 

어느 골목에 한글이 버젓이 쓰여있는 한국 전문 배송 업체 사무실이 있더군요.

그래도 선뜻 구입하긴 쉽지 않았습니다.


누군가에게 보낸 엽서, 일기장, 장부책, 오래된 흑백 사진 등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인 물건들도 판매를 하고 구입하는 게 흥미롭습니다.

누구네 집 거실 한 조각을 그대로 재연해 놓은 것 같은 따뜻한 불빛의 스탠드와 작은 탁자는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벼룩시장의 상인들은 대부분 노인이 많은데요.

그들이 판매하는 앤티크 물건처럼 고상한 품위가 느껴집니다.

따지고 보면 노인도 앤티크니까요.   















생투앙 벼룩시장 중 도핀(Dauphine) 마켓은 주로 골동품과 장신구를 판매하는 가장 큰 시장입니다.

1층에는 미술품, 오리지널 빈티지 가구, 18세기와 19세기의 그림과 조각품은 물론 20세기 이전 골동품, 악기, 50~70년 전에 디자인된 아르데코 스타일의 클래식 아이템들이 있고 2층은 주로 오래된 책과 고대 서적을, 도핀 마켓의 중심에는 핀란드 건축가 마티 수로넨의 놀라운 비행접시가 있더군요.

또한 레코드, 오래된 사진, 엽서 및 인쇄물, 빈티지 비디오 게임과 레트로 장난감도 찾을 수 있습니다.     







폴 베레(Paul Bert) 마켓은 골동품 무기 상인이었던 폴 베레가 시장 옛날 차고를 구입하면서 시작되었는데요.

현재는 파리의 가장 중요한 벼룩시장 중 하나로, 7개의 야외 골목을 따라 200개의 상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1950년대 가구를 포함하여 나폴레옹 3세 스타일의 가구, 장난감, 빈티지 카메라 및 가구를 판매하는 말라시스 시장(Marché Malassis)과 고가의 조명, 가구 및 오브제를 판매하는 비롱(Marché Biron) 베르네종 (Marché Vernaison) 등이 있습니다.

벼룩시장에 갈 때마다 작은 무쇠 다리미를 사는 친구가 있습니다.

크기가 작아도 2~3킬로그램은 거뜬히 넘는 무게지만 아랑곳하지 않지요.

다리미가 눈에 보일 때마다 그 친구가 생각났습니다.






















한 골목에 들어서니 빈티지한 거울과 화려한 샹들리에를 판매하는 점포들이 늘어서 있더군요.

심심풀이 셀카놀이를 하는데 지나가던 사람이 쳐다보는 겁니다.

민망함에 당황한 나는 왔던 길로 다시 가기도 했지요. 

사진에 보이는 필자의 코트는 파리의 빈티지 샵에서 구입한 남성용 코트인데 거의 교복처럼 입고 다녔습니다.


각각의 이름이 붙은 마켓은 미로 같이 복잡한 곳이 많습니다.

하지만 입구가 여러 곳이라 돌아다니다 보면 밖으로 나가는 길을 발견하지만 들어온 곳과 다른 곳으로 나가게 되면 방향 감각을 잃게 되어 왔던 곳으로 또 가는 불상사도 있었습니다.


 










'느와르'라는 이름의 간이 카페로 들어갔습니다.

줄을 선 사람은 대여섯, 청년 혼자 운영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커피 맛은 아주 훌륭했습니다.

간식으로 준비해 간 바게트 샌드위치와 함께 먹으니 아주 맛납니다.

7개의 뱅글(10유로)과 손바닥만 한 그림 액자 두 개(10유로)가 그날 생 투앙에서 찾은 보물입니다.

가격마저 가벼운 생투앙 나들이도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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