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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나무 Mar 14. 2024

베토벤 코드

10번 교향곡






'김치찌개에서 돼지고기 누릿내가 나는데요?'

맞은 편에 앉은 지인이 맛을 보더니 이 정도는 냄새나는 것도 아니지요. 하며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돼지 냄새 얘길 하니까 생각나는 게 있네요.

나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 중학교에 다니다가 휴학을 한 적이 있어요.

엄마를 따라 타지의 임시 거처에서 형과 함께 벽돌공장에서 일을 했었지요.

어느날 저녁 상에 삶은 돼지고기가 푸짐하게 올려져 있는 거에요.

이게 웬 거냐고 어머니께 여쭈었지요.

동네에서 어린 돼지가 죽었다고 해서 얻어왔는데 푹 삶아서 괜찮으니 실컫 먹으라고 하셨지요.

그때 먹었던 돼지고기에서도 이런 냄새가 났어요. 그것도 아주 심하게요.

고기를 먹을 기회가 좀처럼 없던 때라 냄새가 나든 말든 허겁지겁 배불리 먹었답니다.

그날은 바로 형의 입대 전날이었거든요.

다음 날, 입대를 위해 버스를 타고 떠나는 형이 탄 버스를 따라가며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어린 시절의 짧은 회상이 가슴 아픈  그의 눈가가 촉촉해졌더군요.

그는 1년 후 복학하여 한살 어린 동생들과 중학교를 마쳤다고 합니다


지인은 어려운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이어간 결과  서기관까지 이르렀고 얼마전에 퇴직하셨지요.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모차르트 효과 때문입니다.


1997년, 돈 켐벨이라는 미국 음악 이론가가 <모차르트 이펙트>란 책을 출간했습니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소리와 음악을 통해 인간이 타고난 청각능력을 개발해 인간의 건강, 생복, 창조성을 북돋우고 학습효과를 높힌다는 것입니다.

특히 모차르트 음악은 유아들의 뇌신경을 적절하게 자극하여 아이큐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하니 태교가 필요한 예비 엄마들이나 영유아를 둔 집에선 솔깃한 내용이 아닐 수 없었지요.

그러므로 <모차르트 이펙트>라는 타이틀을을 따서 만든 컴필레이션 음반은 이미 스테디 셀러입니다.

제목에 의하면 그 음반들은 아기들을 모두 천재로 만들어줄 수 있을 것 같으니까요.

경제의 발전은 모성애를 이런 식으로 변화시켰지만 50년 전의 흑백필름 같은 그 모정이 더 진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요?


18세기 빈에서 벌어진 유명한 음악 경연대회에서 베토벤에게 참패한 피아니스트 '조셉 젤리네크' 라는 음악가가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 조셉 젤리네크를 필명으로 사용하는 작가가 쓴 소설 <10번 교향곡>은 일종의 추리소설입니다.


1844년, 한때 베토벤의 비서이기도 했던 신들러가 베토벤에게는 끝내지 못한 열번 째 교향곡의 스케치가 있다는 주장했습니다.

그후 오랜 시간이 지난 1983년, 스코틀랜드의 음악 이론가인 베리 쿠퍼가 베를린의 국립 프라시아 문화재단 도서관에서 미완성 교향곡의 악보를 발견했지요.

악보는 순서도 엉망이고 베토베만이 알아볼 수 있는 기호나 표식이 가득하여 음악화하기에는 거의 불가능해보였습니다.

하지만 5년간의 피나는 재구성 작업 끝에 악보를 완성했지요.

1988년 10월 18일 런던 로열 리버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의해 런던에서 초연되었습니다.

초연의 지휘를 맡은 발터 벨러는 베토벤 후기의 조용함과 아름다움이 풍기는 전형적인 베토벤 스타일이라고 평했지요.

특히 이 곡은 교향곡에 흔치 않은 6/8박자를 사용한 점은 음악사적으로도 연구 가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음악은 무의식적인 수학연습이다. 음악을 하면서 우리가 무엇을 계산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이라는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의 말처럼 이 소설은 음표를 숫자와 문자, 즉 코드로 해석하는 것과 같과 프리메이슨이 등장합니다.

그런 점이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를 연상시켜 씁쓸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470페이지나 되는 장편 소설 <10번 교향곡>은 손에서 뗄 수 없이 흥미진진한 팩션(fact+fiction)이었습니다.


 <9번 교향곡의 저주?>라는 말은 베토벤부터 시작되었지요.

9번 교향곡을 완성한 후에 사망한 작곡가들이 많아서 생겨난 말입니다.

슈베르트, 드보르작, 브루크너, 슈니트케, 본 윌리암스가 그랬으니까요.

그 저주가 두려웠던 말러는 8번 교향곡을 작곡한 후 다음 교향곡에 9번 대신 <대지의 노래>라는 제목을 붙였지만 10번 교향곡을 작곡하던 중 사망했습니다.

우연치고는 고약한 일이지요.

만일 베토벤의 10번 교향곡이 완성되었다면 9번 교향곡의 저주는 일어나지 않았을까 궁금합니다.


로맹롤랑은 만일 신이 인류에게 저지른 죄가 있다면 그것은 베토벤의 귀를 빼앗은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베토벤은 신을 원망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의 음악은 이미 최고니까요.

아울러 견강부회(牽强附會)가 아니길 바라는 맘으로 베토벤의 10번 교향곡을 듣습니다.   (2008년 11월)



베토벤 코드

 

*자크 오펜바흐의 곡 중에 '하늘 아래 두 영혼'이라는 곡이 있습니다.

베르네 토마스 미푸네의 첼로와 오케스트라 버전입니다.


Deux ames au ciel, elegie, Op. 25  출처-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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