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골댕'이라 부르던 코듀로이 소재는 참 별로였다고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유의 무게와 뻑뻑한 느낌은 활동성에 제약이 됐죠.
한창 먹성 좋은 성장기 아기들은 식사 후 답답함을 느꼈을 겁니다. 신발 끈을 묶을 때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하이틴을 꿈꾸는 초등학생 땐 애 같아 보여서 싫어하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마른 필자도 어릴 땐 통통했는데 이게 무척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체격이 작다 보니 더 애처럼 보였죠. 장점은 따뜻한 거 하나, 그리고 입었을 때 귀엽다는 부모님들의 만족감이었을 겁니다.
어른이 된 지금도 이 코듀로이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듯하다 아저씨 패션의 상징입니다.신기하죠 애같이 보여서 싫었는데 나이 들어서 입으면 아저씨 패션이란 게요.
게다가 요즘은 이처럼 무겁지 않으면서도 따뜻한 기능성 소재가 많으니까 상대적으로코듀로이가 선호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한편으론 잘 소화하면 격이 달라 보이는 패션 아이템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성수동에 가 보면 은근 이 코듀로이 소재 팬츠가 겨울 스트리트 패션의 핫 아이템이라고 하더군요. 품격있고 여유로운 레트로 스타일의 핵심이라는 게 패션 관계자들의 이야깁니다.
제가 상상하는 코듀로이의 이상적 장면은 이렇습니다. 키가 크고 마른 체형의 여성이-이 체형에 안 어울리는 게 드물지요-베이지나 화이트 와이드 코듀로이 팬츠를 입고 차에서 내리는 모습이죠.
코듀로이 팬츠 하면 개인적으로 가장 떠오르는 차가레인지로버입니다. 아무래도 코듀로이의 존재감을 산업적으로 확장시킨 나라가 영국이니까요. 흰 코듀로이 팬츠를 입은 채 베이지 시트에서 내려오는 여성의 모습은, 오전의 자연광 순광 혹은 오후의 역광과 인공 키 라이트 조합 어떻게 담아내도 편안해보일 것 같습니다.
레인지로버와 모델은 제가 섭외 가능한데, 혹시 코듀로이 소재 와이드 팬츠를 판매하시는 여성 의류 브랜드가 있다면 함께 작업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