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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녕 Nov 26. 2023

돌 I

사직 통보를 했습니다. 드디어 봇다리를 싸고 이사 가거든요. 아직 이틀의 근무가 남은 상태입니다. 각각 데이와 나이트이지요. 헬이어도 헬같지 않아 보입니다. 고작 48시간 로동이면 호스피스에서의 경험은 끝이니까요. 같이 졸업한 친구들 중 저만큼 죽는 환자를 본 사람은 드물 겁니다. 적어도 40분은 거치신 거 같아요. 모두 좋은 곳으로 가셨길 빕니다. 


그간 또 무슨 변화가 있었을까요. 일단 11월 30일 이후에는 제가 사는 도에선 간호사 자격을 잃습니다. 자격증 갱신을 일부러 안 했거든요. 다른 도로 이사를 가기에 그 도에 자격증을 취득하면 되는데요, 설레발치는 바람에 이미 온타리오도의 자격증이 있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12월에 갱신을 해야 1년간 간호일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12월 1일부터 저는 백수가 되는... 걸까요?


땡. 또 취직했어요. 제가 끔찍이도 사랑하는 러쉬에서요. 앞으로도 러쉬에서는 이사 가는 곳에서도 계속 일을 할 참입니다. 그러니까... 투잡러가 되는 것이겠네요. 12시간 근무를 하는 게 익숙해서, 8시간 근무가 귀여워 보입니다. 러쉬는 seasonal 파트타임이라 아마도 근무 일정이 빡세지 않을 예정입니다. 빡세도 재밌게 할 수 있을 거 같긴 해요. 정식 근무는 12월 4일입니다. 이미 면접에서 면접관이 러쉬에는 가격표 바코트가 없기에 자주 냄새를 맡으면서 익히는 게 팁이라고 하더군요. 그 이후로 배스밤, 비누, 마사지바, 샴푸바 등등을 출력해 틈틈이 외우고 있어요. 저는 막내라, 이렇게 시키지 않고 자발적으로 하는 일에 큰 흥미를 느낍니다. 남이 시키면 그 순간부터 징징댑니다. 


12월 4일, 저는 친구들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직원 할인 찬스를 통해 잔뜩 살 생각입니다. 십 대 조카들도 덩달아 신나 있어서 나름 뿌듯한 숙모입니다. 사실... 말이지요... 제가 제일 신났어요. 전 샴푸바를 무척 좋아해요. 물론, 바디 스프레이도, 향수도, 비누도, 배스밤도 다 좋습니다. 그냥 러쉬가 좋아요. 


어제는 블랙 프라이데이였어요. 절친과 8시 45분에 만나서 오후 4시까지 윈도우 쇼핑을 했어요. 물론, 제 친구는 벼루고 벼루다 산 것들이 많았고요. 전, 온라인으로 직장에서 입을 스크럽 한 벌과, 러쉬에서 뽐내며 입을 수트바지와 조끼를 샀어요. 앞으로 러쉬에서는 영국 집사 너낌의 복장으로 일 할 생각이거든요. 빨리 일하고 싶어 안달이 났어요. 유후!


쇼핑을 끝내고 나선, 버섯죽을 했어요. 근데 맛이... 또 부족해요. 그런데 뭐가 부족한지 모르겠어요. 먹을만하긴 한데 감동이 없어요. 이미 소분해서 냉동고에 뒀어요. 일할 때 도시락으로 챙겨가려고요. 내일은 김치콩나물죽을 해볼 참입니다. 이건 좀 맛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발.


오늘은 장을 보러 월마트에 다녀왔어요. 오는 길에 즐겨 마시는 와인도 사 왔고요. 저녁을 먹고, 이미 2잔을 한 지라 살짝 알딸딸합니다. 마신 지가 꽤 되거든요. 한국처럼 동네슈퍼에 술이 팔지 않고, 지정된 곳에 술이 팔기에 상대적으로 근접성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까먹고 못 갈 때가 많아요. 오늘은 1.5리터 와인을 일부러 샀어요. 20대였으면 이미 운명을 다했을 와인이나... 불쌍한 제 간을 위해 2잔에서 오늘은 멈추겠습니다. 하지만 내일도, 내일모레도 야금야금 조금씩 마실 예정이라 신납니다. 


지금은 내일 김치를 할 생각으로 배추 두 포기를 절이고 있어요. 아침이면 적당히 절여져 있을 거 같아요. 굵은소금이 있는 줄 알았는데, 맛소금만 있네요?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푸하하. 이번 김치는 특별히 진열마감 세일하는 쪽파와 함께할 거라 아마도 5배는 더 맛있어질 예정입니다. 


이틀간은 나돌아 다니느라 바빴는데요, 내일은 집에서 작업하고 있던 드레스를 재봉질할 생각입니다. 여름 드레스인데 겨울에 완성하게 되는 마법 같은 일이지요. 하지만 일터는 어차피 더울 거니까, 예쁘게 차려입고 배스밤을 팔고 있겠습니다. 혹시 시간 되시면 샾에 들러주세요. 


전 이만 자러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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