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행보를 이어가는 칸예, 스스로를 고립시키다
카니예 웨스트의 위험한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 인종차별, 반유대주의 발언으로 주요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퇴출된 데 이어 오래도록 거래했던 사업 파트너들조차 칸예를 떠나고 있다. 스스로 주장을 굽히지 않는 칸예의 위험한 행보는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으며, 많은 이들이 그의 급진적인 사상에 우려와 분노를 표하고 있다. 오죽하면 그가 존경하는 도널드 트럼프조차 칸예가 지금 미친 짓을 벌이고 있으며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할 정도다.
한때 가장 혁신적이었던 대중음악의 실험가, 놀라운 아이디어로 패션계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온 디자이너이자 야심가는 왜 스스로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을 극우의 스피커로 자청하는 것일까? 롤링 스톤의 안드레 지(Andre Gee)가 작성한 칼럼 '칸예는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이다 (Kanye Is Never Coming Back From This)'를 번역하여 소개한다.
참고로 롤링 스톤은 카니예 웨스트 관련 뉴스에 '검고 뒤틀린 실체(Dark Twisted Reality)'라는 카테고리를 붙였다. 이는 2010년 카니예 웨스트의 정규 5집이자 대중음악의 명반으로 손꼽히는 '나의 아름다우며 검고 뒤틀린 판타지(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제목을 비튼 것이다.
"저는 반유대주의에 관련된 것들을 말할 수 있어요. 아디다스는 절 내쫓지 못합니다." 카니예 웨스트라고 알려진 예(Ye)라는 인물이 일주일 전 팟캐스트 드링크 챔프스(Drink Champs)에서 선언한 내용이다. "어쩔 건데요?" 지난 20년 동안 수백만 달러, 수백만 명의 팬, 그리고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인맥을 통해 수많은 대중의 반응을 이끌어냈던 한 남자가 대담하게 사람들을 비웃으며 던진 수사학적 질문이다. 하지만 이제 그의 시대는 끝났다.
칸예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유대 도당에 맞서 싸우고 있다고 주장한 지 한 달이 된 오늘, 아디다스는 칸예와의 관계 종료를 선언했다. 아디다스와의 이지(Yeezy) 파트너십은 칸예가 가진 20억 달러 순자산의 핵심적인 사업이었다. 그 거래가 끊기면 칸예는 더 이상 억만장자가 아니다.
카니예 웨스트는 음악과 사업 모두 한 단계 너머로 나아가기 위해 가상의, 혹은 실존하는 장벽을 전면에 내세우며 힘을 얻었다. 그 갈라 치기는 칸예의 음악적 재능을 의심하던 사람들과 MAGA(Make America Great Again)와의 관계를 비판하던 흑인, 지금 유대인까지 계속 가치를 인정받은 전략이었다. 그러나 끝없이 고조되던 이 흐름을 타고 등장한 칸예의 최근 반유대주의 발언은 마침내 카니예 웨스트의 영향 있는 동료들마저 그를 방사능 물질처럼 여기게 만들었다.
아디다스는 JP 모건 체이스, CAA, 발렌시아가, 보그 등 강력한 브랜드와 손을 잡고 카니예 웨스트와의 관계를 끊었다. MRC는 칸예의 다큐멘터리 배급을 거부했다. 윌리엄 모리스 인데버(William Morris Endeavor)의 CEO 아리 에마누엘(Ari Emanuel)은 기업들에게 칸예와의 관계 중단을 촉구하는 논평을 작성했다. 제레미 짐머(Jeremy Zimmer) UTA CEO도 파트너들에게 "증오를 설파하는 강력한 목소리가 사람들로 하여금 혐오스러운 일을 하게 부추겼다"며 "칸예 보이콧을 지지해달라"라고 당부했다.
이번 논란은 10월 초 이지의 아홉 번째 시즌을 알렸던 파리 패션쇼에서 카니예 웨스트가 보수 성향의 작가 캔디스 오웬스(Candace Owens)와 함께 '백인의 삶도 소중하다(White Lives Matter)' 티셔츠를 입고 등장하며 시작됐다. 칸예의 친구 디디(Diddy)는 처음에 "많은 경우 칸예의 뜻은 잘못 해석된다"며 공개적으로 그를 옹호했다. 그리고 디디가 칸예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을 취했을 때, 칸예는 이를 거부하며 둘 사이의 문자메시지를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며 이런 내용을 남겼다. '다시는 나를 그렇게 언급하지 마라. 그 티셔츠를 입은 사람은 나니까'. 그리고 칸예는 '백인의 삶도 소중하다' 티셔츠를 비판한 슈프림(Supreme)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트레메인 에모리(Tremaine Emory), 부지(Boosie), 믹 밀(Meek Mill)과의 SNS 관계를 정리했다. 처음에는 이 모든 일이 카니예 웨스트의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한 또 다른 사례 거나, 최근 사업을 홍보하기 위해 헤드라인에 오르고자 하는 그의 오랜 습관 같은 일로 여겨졌다.
그러나 그 후 칸예는 자신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이 단순히 그의 흑인 반대 철학에 화가 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유대인들이 보낸 요원'이라는 음모론을 펼쳤다. 10월 9일에 카니예 웨스트는 트위터에 '유대인들을 위한 데스콘 3 발동' 계획을 업로드하며 '웃긴 건 흑인은 실제로 유대인이기 때문에 나는 반유대주의적일 수가 없다', '너희들은 나를 가지고 놀았다. 너희 계획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모조리 소외하려 들었다'라 덧붙였다.
카니예 웨스트의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계정은 즉시 정지됐다. 며칠 후 그는 드링크 챔프스 팟캐스트와의 삭제된 인터뷰에서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대해 전 미네소타 경찰 데릭 쇼빈의 무릎이 '그렇게까지 조지 플로이드의 목에 닿지 않았다'라고 주장했으며 소위 '유대 언론'에 대한 공격을 이어나갔다. 이 인터뷰는 광범위한 반발 이후 취소되었고 조지 플로이드의 유족들은 2억 5천만 달러 이상의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 분노했다. 하지만 칸예는 이후 터커 칼슨, 피어스 모건 등 유명 토크쇼에 출연해 자신의 철학을 널리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카니예 웨스트의 태도는 여전히 혐오스러웠다. 피어스 모건 쇼에 출연해 '데스콘' 발언을 사과했지만, '유대 문화에 미투(#MeToo)'를 선언하겠다는 주장을 취소하지는 않았다.
* 조지 플로이드는 2020년 5월 25일 미국 미네소타 주 미네아폴리스에서 경찰관 데릭 쇼빈에게 7분 46초 간 무릎으로 목을 눌려 현장에서 사망했다. 데릭 쇼빈은 조지 플로이드와 나이트클럽에서 경비원으로 같이 근무한 경력이 있었다. 미니애폴리스 경찰관들은 조지 플로이드 살해 전부터 목을 누르는 체포 방식으로 44명을 의식 불명에 빠트린 바 있었다. 네 명의 경찰관들은 모두 파면당했고, 데릭 쇼빈은 21년 형을 선고받았다.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이후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이 전 세계로 번져나갔다.
카니예 웨스트의 진술은 그들이 고대 이스라엘인들의 원래 후손, 즉 '진정한 유대인'이라 믿는 가장 극단적인 흑인 히브리 이스라엘 종파의 견해와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완고한 보수주의 성향을 지니며 백인 유대인들이 '사탄의 회합'을 대표한다는 신념을 열렬히 지지한다. 래퍼 코닥 블랙(Kodak Black)이 스스로를 흑인 히브리 이스라엘인이라 선언했고,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역시 이 문제를 노래로 옮긴 바 있다. 하지만 두 아티스트 모두 유대인이 본질적으로 악하다거나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음모론을 펼치지는 않았다.
최근 몇 년 간 반유대주의 발언을 한 연예인이 카니예 웨스트 혼자인 것은 아니다. 래퍼 겸 배우 닉 캐넌(Nick Cannon)은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유대인, 백인, 유럽인들은 그들 스스로를 야만인으로 만든 결함을 지니고 있다"는 발언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래퍼 아이스 큐브(Ice Cube)는 1992년 발표한 노래 가사에 반유대주의적 성향을 담은 바 있다. 칸예는 Drink Champs 팟캐스트에서 아이스 큐브의 행보가 자신에게 영감을 주었다고 말했지만, 아이스 큐브 본인은 '나는 반유대주의자가 아니며 결코 그런 적이 없다'며 칸예와 거리를 두었다.
반유대주의 발언으로 질타받는 연예인들은 보통 논란 이후 사과를 하는 편이다. 그러나 카니예 웨스트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죽을 각오가 되어 있다고 거듭 밝히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칸예의 정신 건강을 의심하는 사람들은 그가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인터뷰를 통해 명료하고 침착한 증오 발언을 이어왔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전 TMZ 스태프 반 라단(Van Lathan)은 2018년 "노예제는 흑인들의 선택", "나는 히틀러를 사랑해" 등 발언을 '어떤 이유에서든' 인터뷰 클립에 담을 수 없었노라 주장하기도 했다.
카니예 웨스트의 히틀러 지지가 TMZ 방송을 타지 않았음에도 우리는 그가 지난 400년 간의 노예 제도를 하찮게 여기는 장면이 결국 사람들에게 알려졌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전히 흑인 혐오가 존재하는 현대 사회에서 그렇게 공격적이지 않아서 편집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많은 흑인들이 칸예의 말에 분노했지만 그것만으로는 그의 권력과 위상에 흠집을 낼 수 없었다. 불행하게도 많은 사람들의 그의 MAGA 발언을 지지했고, 집단 보이콧을 주장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소수였다.
소위 흑인 엘리트라 불리는 연예인, 기업가, 운동선수들이 카니예 웨스트의 동료들이다. 2018년 문제의 발언 이후에도 그들은 칸예를 비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공개적으로 협력을 선언했고, 리볼트(Revolt)라는 매체는 그의 유해한 생각을 설파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까지 했다. 팬들은 계속해서 이지 의류를 구매했고, 선데이 서비스 행사(Sunday Service) 예배에 참여하였으며 앨범 돈다(DONDA)의 리스닝 세션을 스트리밍 했다. 카니예 웨스트의 기업 친화적 관계와 문화적 영향력은 그를 너무 강력하게 만들어 흑인들을 버스 아래로 내던지고 말았다. 칸예의 무용담은 한 남자의 끝없는 자기 파괴 행위일 뿐 아니라 미국에서 흑인들의 불만이 얼마나 사소한 것으로 비치는지를 엿볼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디다스가 칸예와의 관계를 청산하기 전, 카니예 웨스트는 그가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흑인이라고 자랑스레 주장했다. 그러나 그의 순자산은 느슨한 포트폴리오 추정치에 불과하다. 칸예가 세계적인 브랜드로부터 자신을 소외시키고 일반 대중을 외면할수록 그의 비즈니스 가치는 줄어들고 평판은 곤두박질칠 것이다. 칸예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다면 더 많은 여행사, 매니지먼트 회사, 패션 업계 및 언론 매체와 관계를 맺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그를 지원하고 싶은 CEO가 있다면 칸예와의 거래를 끝내고 싶은 주위 파트너들의 눈치를 봐야 할 것이다. 칸예는 여전히 자신의 사업을 운영할 자금이 있다고 주장하는데, 바로 그것이 현재의 보이콧 물결 이후 칸예가 마련해야 할 돈이다.
지난 주말 악시오스(Axios)는 '미국은 최초의 진정한 평행 우주 대통령 선거 운동 직전에 있다 - 정당들이 별개의 미디어 생태계에서 별개의 유권자 집단과 이야기하며 별개의 현실을 밀어붙이는 곳'이라는 칼럼을 실었다. 미국은 오래도록 이념적으로 고립되어 왔고, 그 단절은 최근 카니예 웨스트가 구입하기로 한 팔러(Parler) 등 극우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칸예는 팔러에 약 4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데, 트위터 3,150만 명 이상 팔로워에 비하면 적은 수치지만 그는 팔러에서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있다. 이 소외된 공간이 다음 달부터는 칸예의 새로운 사고방식 표준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카니예 웨스트는 자존심에 너무 잠겨버린 나머지 흑인들을 애완견처럼 다루고자 하는 소수 보수주의자들에게 증오의 등대가 되어주고자 자신의 문화적 편재성을 본질적으로 바꾸려 결심하고 있다. 또한 칸예는 지난 주말 LA에서 반유대주의 운동을 펼친 이들처럼 나치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그 사람들이 칸예의 옷을 사거나, 음악을 듣거나, 콘서트에 방문하고 싶어 하는 이들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유대인을 살해하고자 하며, 칸예의 발언으로부터 그들의 증오심 넘치는 관점을 주류로 밀어붙이는 데 도움을 받고 있다.
2010년에 카니예 웨스트는 "어떤 개인도 모든 권력을 가져서는 안 된다"라 발언했고, 이후 10년 동안 그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제 칸예의 자기 파괴적인 행위는 자신의 상당수 권력을 앗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