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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봄 Jan 06. 2019

2016년 여름으로부터 2년이 남긴 것

'티셔츠 사태' 후 2년간의 기록

 2016년 여름은 정말 무시무시하게 더웠다. 2016년 8월은 역대 가장 많은 폭염일수와 가장 적은 강수량을 보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 더위를 무색하게 하는 2018년의 여름이 지나고 있다. 지난 2년간, 정말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일단 우리는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대통령을 탄핵시켰고,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타격을 받을 만큼 뉴스가 흥미진진한 시기를 지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2년은 웹툰계에도 굉장한 변화의 시기였다. 2014-15년의 해외진출 플로우가 한풀 꺾이는 한편, 페미니즘의 파도가 불어온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2016년 여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소위 ‘티셔츠 사태’ 때문이다. 이 ‘사태’는 웹툰계를 포함한 서브컬쳐계에 큰 상처를 남겼다. 그리고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상처는 현재진행형이다. 아래 글을 통해 웹툰계를 중심으로 지난 2년간 있었던 일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l  ‘메갈리아 티셔츠 사태’


 먼저 이 모든 일이 있었던 원인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페이스북 페이지 ‘메갈리아 4’는 성소수자 비하용어 사용 등으로 인한 갈등으로 워마드와 분리된 이후, 비교적 온건한 방식으로 페미니즘 이슈를 다루는 페이지였다. 그러나 계속해서 관리자의 페이스북 계정과 페이지가 정지당했고, 그 때마다 뒤에 숫자를 붙여가며 페이지를 4번이나 바꿔야 했다. 이에 항의하고자 소송을 준비하며 그 유명한 “GIRLS DO NOT NEED A PRINCE” 티셔츠를 펀딩했고, 2016년 6월 21일 마무리된 프로젝트는 1448%, 총액 1억 3천만원으로 당시 최대 프로젝트가 된다. 펀딩에 모인 금액은 1) 페이스북과의 민사소송 진행을 위한 변호사 수임료 2) 가정폭력, 성폭력등으로 피해를 입은 여성 3) ‘메갈리아’ 활동 중 법적 분쟁에 휘말린 자 등을 지원하는데 쓰인다고 공지됐다. 여기서 ‘메갈리아 활동중 법적 분쟁에 휘말린 자’란, 강남역 10번출구 시위 발언대에서 사진이 찍힌 사람, 신상털이에 피해를 입은 사람 등을 의미한다. 변호사 수임료를 제외한 금액은 성폭력 피해자와 혐오범죄 피해자를 지원하는데 사용된다고 공지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우선순위는 가정폭력, 성폭력 생존자로 둔다고 밝히고 있다.


‘티셔츠 사태’의 티셔츠란 바로 이 티셔츠를 말한다. 이 사태는 펀딩이 종료되고 티셔츠가 배송되기 시작한 7월 중순부터 시작됐다. 2016년 7월 18일 오전 3시, 한 성우가 티셔츠 인증 사진을 개인 SNS에 올렸다. 이에 SNS상에서 메갈리아의 티셔츠를 구매했다며 성우와 계약을 해지해달라는 청원을 해당 게임사측에 보내기 시작했다.


다음날인 7월 19일, 게임사는 해당 성우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향후 업데이트에서 성우의 목소리를 제외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부당해고 논란이 일었고, 성우는 곧 자신은 대가를 지불받았으며 부당해고는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타 게임에서도 성우의 목소리가 교체되자 노동권 침해라는 논란이 일었다. 이 당시 성우들 중에서 공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은 30년차 성우 한명 뿐이었다. 진보정당은 성명을 발표했다가 철회했고, 표현의 자유는 그들이 휘두르는 전가의 보도였다.


l  살생부 리스트와 논쟁


이 사실이 알려지자 트위터에서 해시태그 운동이 일어났다. 많은 프리랜서들이 이에 동참했고, 같은 서브컬쳐계에서 일하는 웹툰 작가들이 참여하기 시작했다. 7월 21일 밤까지 이틀간 해시태그 운동에 많은 작가들이 동참했다. 이에 나무위키, 디씨인사이드, 개인 블로그 등을 중심으로 여기에 동참한 작가들을 모아 소위 ‘살생부’ 리스트를 만들었다. 이 살생부 리스트가 만들어지는 동안, 작가 개인에 대한 사이버불링이 이어졌다. 여기에 강경한 대응을 보인 작가들은 독자들과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토론이 아닌 조롱과 괴롭힘이 이어지는 상황이었다. 자신을 ‘4의 일족’이라고 부르는 계정들이 등장해 괴롭히기도 했다.


이때 자칭 ‘독자’들의 주된 논리는 작가들이 독자를 무시했다는 것이었다. 작가들에게 조롱이 쏟아지자 한 작가가 “야이~ㅎㅎㅎ 그래서 만화 안 볼거야?”라는 말을 했고, “그래서 안볼거야?” 라는 말이 독자들을 무시한 발언이라며 ‘독자를 개돼지 취급했다’는 말로 와전됐다. 2018년 7월 발간된 <YES CUT>에서 확인할 수 있다시피 쏟아지는 조롱에 반박하던 한 작가가 “웹툰작가들이 너희 생각보다 똑똑하고 할말 다 할 줄 알아서 놀랬니…”라고 묻는 말을 “웹툰 작가들은 너희보다 똑똑하다”고 오독하고, “너희”는 독자들이 되어 “독자를 무시한 작가들(종이새, <YES CUT – 검열을 찬성하는 사람들>, (팀 내일, 2018), pp20-22)” 서사를 완성시킨다.이 서사는 후에 “이퀄리즘”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이퀄리즘의 망령은 지금도 활약중이다.


이 서사로 무장한 ‘독자’ 또는 ‘4의 일족’을 자처하는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작가들, 그 중에서도 젊은 여성 작가들을 타겟으로 사상검증에 들어간다. 작가들에게 개인 메시지를 보내 “메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고, 별점테러와 악플을 쏟아냈다. 그러는 한편, 웹툰 플랫폼들에 악성 민원을 넣기 시작했다. 이때 공격은 성우에서 시작해 일러스트레이터와 웹툰 작가에게 집중되었다. 플랫폼들의 반응은 대체로 작가들에게 SNS 사용 자제를 요청하는 일이었다. 작가가 집단적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플랫폼이 취한 대응들 중에는 “사업영역에 피해를 줄 경우 누구를 막론하고 예외없이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곳도 있었다. 물론, 개중에는 플랫폼 자체의 댓글을 이용한 괴롭힘에는 작가의 요청이 있으면 법적 대응을 돕겠다는 반응도 있었다.


그러나 한 작가는 피해작가들의 작품을 구매하자는 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신상털이를 당했고, 동시에 “오직! 독자기쁨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한 플랫폼은 이 작가를 해고하고, 작품을 연재종료시킨 다음 모든 코인을 환불해주기에 이른다. 해당 작가는 A 에이전시 소속으로, 이후 감봉과 단순 사무직으로 이동되는 중징계를 받았다. 이 사태는 작가들을 조롱하고 지속적인 괴롭힘을 가하는 상황에서 이들에게 승리의 기억이 되었을 것이다.


l  YES CUT & NO SHIELD


 2016년 7월 21일을 기점으로 각종 커뮤니티에서 “예스 컷” 운동을 진행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다. 예스컷 운동이란 적극적인 검열에 찬성하는 움직임으로 정리할 수 있다. 각종 단체들과 민원창구를 활용해 전방위적인 민원과 협조 요청을 했지만 별 반응은 없었다. 각종 보수단체와 국회의원실과 접촉하는 한편 종교단체에도 요청을 했다고 하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애초에 “검열”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일 단체가 있을리 만무하고, 그건 결과로 나타났다.


때문에 “독자들이 이렇게 화가 나 있다는걸 알려야 한다”고 시작한 예스컷 운동은 곧 동력을 잃고 “노 쉴드(No Shield)” 운동으로 전환된다. <YES CUT> 45페이지에 기록된 글을 확인하면, 이틀만인 2016년 7월 23일부터는 노쉴드 로고를 단 게시물이 늘어났다. 적극적 검열과 규제 요구를 하던 예스컷에서 “작가를 지키는 독자는 없다”는 의미의 “노 쉴드”로 변경했지만 마찬가지로 별 효과는 거두지 못한다. 이렇게 예스컷과 노쉴드가 별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자, 이들은 2차창작과 동인행사를 타겟으로 잡고 집중적인 민원을 넣기 시작한다. 이 민원은 그나마 언론에 보도가 되는 등 효과를 보는 것 같았으나, 창작자들이 스스로 신분증 확인 강화 등을 약속하며 마찬가지로 힘을 잃었다.


그러나 온라인 상에서의 공격은 계속됐다. 인터넷 브라우저 크롬의 플러그인으로 “메갈컷”을 만들기에 이른다. 소위 살생부에 오른 작가들의 작품 썸네일 위로 “NO SHIELD”라는 문구가 겹쳐 보이도록 만들었다. 심지어 한 교수가 의견을 개진했다는 이유로 모 대학 출신 작가들에게는 빨간 딱지로 해당 대학의 이름을 붙여 놓기도 했다. 독자를 무시했다는 이유로 작가들을 공격하던 사람들의 명분이 어느새 자신들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는 이유로, 그리고 자신들의 기분을 상하게 한 사람과 관련이 있다는 이유, 자신들이 낙인찍은 사람들의 트윗을 리트윗했다는 이유로 쪼그라드는데는 그리 긴 시간이 들지 않았다.


l  만화계 협단체들의 대응


 온라인 상의 불링이 이어지는 동안, 주로 피해를 받은 작가들은 젊은 여성 작가들이었다. 물론 남성 작가들 중에도 싸웠던 작가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주요 타겟은 젊은 여성 작가였다. 그 중에는 암치료를 위해 휴재를 했던 작가도 있었고, 앞서 말했다시피 연재 중단을 당한 작가도 있었다. 그들은 조롱과 인신공격을 멈추지 않았고, 작가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개별적 법적 대응, 플랫폼에 달리는 댓글에 대한 삭제와 법적 대응 요구와 SNS에서 맞서 싸우는 것 정도밖에 없었다. 철저히 개인적으로 파편화되어 대응하는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심지어는 ‘동료’로 분류할 수 있는 남성 작가들의 반응 역시 싸늘했다. 괜한 분란 만들지 말라고 말하는 ‘동료’ 작가들도 있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만화계 협단체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당시 웹툰산업협회 회장이던 A씨는 자신의 SNS에 게시물을 올렸다. 당시 A씨는 “개인적으로 일베나 메갈 유저와 같이 일할 수 없다. 만약 이들이 용인되는 조직이라면 내가 떠나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해당 발언은 한 일간지의 인터넷 기사를 통해 기사화 되기도 했다. 당시 플랫폼 대표를 겸하고 있던 A씨의 발언은, 작가들에게는 실재하는 위협이 될 수 있는 말이었다.


 만화가협회에서는 이사회에서 이 사안을 다루기는 했지만 별다른 성명을 내놓지는 않았다. 당시 출범을 준비중이던 웹툰협회(웹툰작가협회와 다른 별개의 사단법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찾아보기 힘들었던 작가와 독자의 충돌이라는 지점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이 당시의 피해는 기억으로 남았지만, 작가들끼리 서로 위로하는 것 밖에는 호소할 곳이 없었던 상황이었다. 작가들의 입장에서, 연대의 구심점이 자신들을 외면하는 상황에 고립되었다고 느끼기에 충분했다.


l  고립된 작가들, 연대를 만들다.


2016년 당시 작가활동을 하던 이들과 그들을 지켜보던 사람들에게는 훈장처럼 상처가 남았다. 작가들에게는 ‘살생부 등록’이라는 훈장 아닌 훈장과 자칭 독자들과 싸우며 얻은 상처가 남았고, 그들과 함께 싸우던 독자들에게는 무기력함과 분노가 남았다. 그러나, 당시 싸웠던 젊은 작가들 사이에는 무언의 연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2016년 여름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트라우마가 남았을 것이다. 그정도로 괴롭힘은 집요했고, 악랄했다. 파편화된 작가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모아 이야기할 창구가 부족함을 느꼈다. 당사자의 입장에서 내는 목소리를 제대로 전할 창구가 부족했다.


 2016년 당시 작가들 사이에 맺어진 무언의 연대가 형체를 가지고 구체화되기 시작한 것은 1년이 지난 2017년 여름부터다. 2017년 8월, 레진코믹스의 웹소설을 9월 30일부로 종료한다는 공지가 올라온다. 작가들은 공지보다 5일가량 앞서서 웹소설 서비스의 종료를 일방적으로 통보받았고, 작가들은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그러던 와중, 이번에는 레진코믹스에서 작가들의 해외정산금을 제때 정산해주지 않았다는 이슈와 함께 블랙리스트 사태가 연이어 터졌다.


 피해당사자인 웹툰과 웹소설 작가들의 대부분은 젊은 여성들이었다. 웹소설 작가진에서 전면에 나섰던 작가들은 모두 젊은 여성 작가들이다. 앞서 <레진코믹스 연대기>를 통해 살펴본 바와 같이, 국가의 검열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의 부당행위와 싸운 최초의 시위를 조직하고 이슈화에 성공한 사례들은 모두 2016년 당시에도 활동을 하던 젊은 여성 작가들이다. 이들은 “레진코믹스 불공정행위 규탄연대(레규연)”을 조직하고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2016년 여름의 사태는 작가들이 고립되어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때문에 젊은 작가들 사이에 만들어진 무언의 연대는, 레진코믹스 사태를 헤쳐나가는 원동력의 일부가 되었을 것이다. 레진코믹스 피해작가의 법률적 지원을 위한 모금이 2시간만에 2천만원 이상을 모금한 것을 보면 단순히 작가들만의 연대에서 멈추지 않고 더 큰 연대를 만들어냈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2016년 여름의 사태가 동력이 된 만큼 반작용도 있었다. 바로 만화계 협단체들이 작가들에게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2018년 7월, 레진코믹스의 사과가 있기까지 만화가협회는 비교적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회에는 항상 날카로운 비판 의견이 줄을 이었다. 이런 비판은 2016년 미온적인 태도가 가져온 반향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더 빠른 대응, 더 선명한 대응을 원하는 작가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당시에 개별적으로 “독자”들의 집단적 괴롭힘에 대응해야 했던 작가들은 플랫폼과 에이전시의 방관을 견뎌야 했기 때문일 것이다. 만화 관련 단체들의 미온적 대응은 분명 상처로 남았다.


l  지난 2년이 남긴 것


레진코믹스에 맞선 작가들의 투쟁이 작가들이 불공정행위에 맞서 연대한 것이라고만 생각한다면, 그건 사건을 너무 단순화한 주장이다. 실제로 레규연의 공식 연표에는 레진코믹스의 불공정행위와 관련된 행동뿐 아니라 미투운동 지지 선언(2018. 3. 2)과 케이툰 피해작가 지지선언 (2018. 6. 11)등 타 플랫폼은 물론 여성들의 목소리에도 힘을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연대는 단순히 이익집단으로서 활동하기보다 젊은 여성이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웹툰업계에서 여성 작가들이 연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지금도 레진코믹스 한희성 전 대표, 현 의장의 레진코믹스 오픈 초기에 벌어진 미성년자 작가에 대한 소위 '갑질'이 드러나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2015년 메갈리아로부터 촉발된 페미니즘 논쟁은 다양한 갈래로 뻗어나갔고, 2016년 티셔츠 사태를 통해 웹툰, 웹소설, 게임등을 포함한 서브컬쳐 전반에도 영향을 미쳤다. 2017-18년의 레진코믹스 투쟁의 기록은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2년전 여름이 만들어낸 무언의 연대는 2년이 지난 지금 구체화된 연대체를 만들어냈다. 때문에 이 투쟁의 기록은 2016년 여름의 사이버불링과 작가들의 연대라는 맥락 안에서 기록해야 한다.


지난 2년간 웹툰계는 많은 갈등을 겪었다. 그러나 젊은 작가들은 연대했고, 스스로의 커리어를 지키기로 결심했다. 만화계 전체는 그들의 연대에 큰 빚을 졌다. 작은 승리의 기억이 모여 마침내 플랫폼 대표의 사과를 받아냈다. 본격적으로 제도와 정책의 시각에서 제2의 레진코믹스 사태, 그리고 나아가 제2의 사상검증과 사이버불링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아니, 고민만이 아니라 실질적인 결과를 내놓아야 할 때다.


현재로서는 작가가 독자들의 지속적인 괴롭힘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지금으로서는 SNS 사용을 줄이는 것, 댓글창을 보지 않는 것 정도밖에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에 대한 법률구제와 심리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은 해묵은 말이 됐다. 이제는 늘어나고 있는 에이전시와 제작사들이 보다 전문화된 매니지먼트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플랫폼에서는 유통상에 벌어지는 악성댓글에 대해서 만이라도 먼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협단체는 작가 권익보호를 위한 활동을 할 안정적인 자금원 확보가 중요하다. 결국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협회원들에게 진행중인 사항이나 회의록 열람등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이것 또한 돈이 들어가는 일이다. 작가들 또한 회비를 내고,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옳지만 이것은 당위의 문제다. 실질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는 추후에 자세하게 이야기 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요점은, 더 이상 작가 개인, 또는 한곳에 책임을 떠넘기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비단 만화계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그건 너의 일"이라고 말하는 태도가 세상을 뒤로 끌어당기고 있다. 공론장 밖에서의 지루한 소모성 비난보다, 공론장 안에서의 담론이 더 활발해지길 바란다. 그걸 통해 이제는, 2016년의 여름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를 맞기 위한 움직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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