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이라 오해받아도 좋았다면 화가 안 났을까?
내가 프랑스, 핀란드 사람을 좋아하고 선호한다 치자.
누군가 내게 프랑스어, 핀란드어로 말을 걸어왔다면,
나는 미소 짓지 않았을까?
어이없는 일을 겪었다.
헬스장 입구에 도착. 막 들어가려는데 한 20대쯤 돼 보이는 백인 남성이 밖으로 나오려는 참이었다. 나는 (영국에 산다) 문을 열고 그가 먼저 나가게 배려했다. 그러자 그놈이 "謝謝xiexie"라고 답하는 것이다.
순간 기분이 팍 상했다.
난 바로 “쎼셰? 씨..(발이라고 하진 않음)”하면서 바로 째려봤다.
하지만 그놈의 뒤통수는 이미 자취를 감췄다.
謝謝, xiexie 자체는 죄가 없다.
그냥 고마움을 표하는 '쎼쎼'는 왜 그토록 덜 고맙고 더 빡치게만 하는 민감함 단어가 됐을까?
xiexie는 흑인에게 말하면 안 되는 (that word) 수준의 금기어도 아니다. 그런데 동아시아계 인종을 차별할 때 자주 쓰이는 말이다.
화를 좀 가라앉고 곰곰이 생각해 봤다. 근데 나는 왜 그의 쎼쎼에 기분이 상했을까?
1) 내가 베푼 호의에 전혀 기대치 못한 반응을 얻어서
2) 중국인으로 오해받아서
1) '기대 밖 반응' 분석
아무리 영어를 못할 것처럼 보여도 Thank you는 전 세계 거의 모든 사람이 알아듣는 말이다. 왜 Thank you라고 답하고 지 갈 길 쳐 가면 되지 그는 그렇게 대답했을까?
가족들은 그 녀석이 조금 오바해서 친절하게 대답하려다 빚은 해프닝 같다고 코멘트했다. 동의한다, 그리고 너 같은 놈은 영국에서 나고 자라서, 여기 살고 있다는 사실 말고는 그 어떤 우위도 없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2) '중국인으로 오해' 분석
사실 영국의 소도시에 한국인이 얼마나 있을까? 오히려 이곳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다섯 손가락을 채울 정도라고 하면 그 사실이 더 놀랍다.
GX를 할 때도 20명의 회원 중 나 혼자 아시아계였다. 영국에서는 '아시아인'이라고 하면 주로 서아시계(유럽과 근접한 파키스탄, 카자흐스탄) 사람을 연상한다.
그래도 내가 사는 도시의 대학가에는 검은 머리, 동아시아계 학생들이 좀 있다. (나는 중국어를 할 줄 안다) 대부분 중국인이다. 그래서 '동아시계 사람이라면 높은 확률로 중국인일 것이다'라고 추측한 것도 틀린 가설이 아니다.
그래도 나는 기분이 나빴다.
나는 내가 중국인이든 일본인이든 한국인이든 크게 상관없음이,
그게 나한테나 중요하지 xiexie를 지껄이고 난 후엔 내가 구별되지 않아도 괜찮음이 기분 나빴다.
게다가 고백한다. 내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중국인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은데, 나를 그 그룹에 속한다고 여긴 것도 빡침 포인트의 하나였다. 너무 솔직한 발언이지만 난 그랬다.
내가 만약 프랑스, 핀란드 사람을 좋아하고 선호한다 치자. 그리고 누군가 내게 프랑스어, 핀란드어로 말을 걸어온다면, 이번처럼 화냈을까? 오히려 미소를 짓지는 않았을지.
백인에게 인종 차별을 당하고, 내 안의 국적 차별을 돌아보게 됐다.
�아아, 이제 노란 얼굴이면 중국인일 거라고 추측하는 영국인들에게 고한다.
그냥 다른 사람에게 말 걸듯 똑같이 영어로 말해달라.
내가 못 알아먹으면 다시 말해달라고 부탁하기 전까지 xiexie는 사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