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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w Nov 25. 2015

#5.2 미각의 구조는 사회의 구조

CHEW |우리는 오늘도 사회를 맛본다.



맛은 전적으로 개인에게 달려 있는 게 아니라 어떤 특정 사회의 사람들을 상당히 오랜 기간 지배하는 실체다. 역사가들은 이를 '미각의 구조'라 부른다. 한국 사회에는 그 나름의 특별한 미각의 구조가 있고, 타이에는 타이 나름의, 또 프랑스에는 역시그 나라 나름의 특이한 미각의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이런 것들은 장기간에 걸쳐 형성되어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구속하고 지배한다. 일단 그 구조 속에 살면서 특정한 맛에 길들여지고 나면 다른 미각의 구조를 가진 사회로 들어가는 것이 당황스럽거나 심지어 고통스러운 경험이 된다.

-18세기의 맛 中



브리야 사바랭

오죽하면, 브리야 사바랭(Anthelme Brillat Savarin)이 “당신이 먹는 것을 말해주면 내가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다고 했을까 싶지만, 사실 그가 오늘날의 삶을 산다면 카오스에 빠질지도 모를 일이다."저는 아침에 토스트, 달걀프라이에 커피로 잉글리시 블랙 퍼스트, 점심은 김밥이랑 컵라면으로 때우고~ 저녁엔 지인과 아메리칸 BTL스테이크 먹었거든요.. 아차, 근데 애피타이저는 이탈리안 시저 샐러드였어요! 저는 누구죠..?""뭐 이런 잡.."소리 날지도 모른다.


물론 특정 국가의 특별한 미각의 구조가 완전히 무너진 것은 아니지만, 무너져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미각의 구조라는 것은 단시간에 변하지 않고 강한 지속력을 지니는 것은 생리학적인 사실. 하지만, 그 기본 구조위에 미각의 범위가 확장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미각은 사회구조에 기반해 특정한 구조를 형성하는데, 그 사회가 급변한다면 미각 역시 이전과 같을 수 없다.


오늘날의 사회는  금기시되는 음식, 문화가 급격히 줄었다. 이전 폐쇄주의와 청교도적 사회의'오리지널', '클래식'에 비해 부정적으로 해석되던 '퓨전'이 창의성과 혁신을 앞세운 긍정적인 행위로 인식되어 외식분야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엄밀히 말하자면, 20세기 말 '포스트모더니즘'의 화두인 '장르의 파괴'는 식문화와도 무관하지 않았던 것인데, 새로운 맛을 즐기고 유행시키는 부르주아 층, 인텔리 층은 그들만이 독점하는 맛의 희소성과 창조활동에 기반하는 다이닝 문화를 통해 오늘날 마케팅 용어를 빌어'차별화'를 고수한 것이다.





우리는 대한민국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으며, 미각의 구조 역시 희소성에 근거해 왔다. 크게 2006년까지는 희소성에 근거해 주는 데로, 생기는 데로 유행했던 것 같다. 

하지만 2007년 이후, 카페 브런치 문화가 급격하게 퍼지며 프랜차이즈보다 핫플레이스 맛집이 주목을 받아왔고, 새로운 등장에도 어느 정도 가려 받는(?) 수준 있는 미각의 시장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분명 더 다양한 브랜드, 폭넓은 퀴진 카테고리가 찾아왔음에도, 먹는 맛은 예전만 못하다는 기분이다. 

SNS가 약인지 독인지는 몰라도, 어느새 우린 외식에 있어  메뉴뿐 아니라, 인테리어, 분위기, 메뉴의 스타일링이 모든 것을 고려하게 된다. 주목을 받는 메뉴는 얼마나 새로운 재료와 레시피로 획기적인 맛, 그리고 봐줄만한 비주얼을 자랑하느냐에 달려있다.


물론 SNS가 허영심만을 조장했다고 볼 수는 없다. 정보의 노출과 교환이 빠른만큼, 이전보 다각 레스토랑이 소비자와 1:1로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 자리 잡아 새로운 청년 셰프, 이국적인 메뉴의 노출이 빨라졌고, 스타 셰프와 파인 다이닝에 대한 문턱도 낮아진 것이 사실이다. 


너무 많은 정보에 이젠 맛집을 간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선택이다. 특히, 외식업에 있다는 이유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어디가 제일 핫해?', '나 지금 어딘데 어디가야되?'라는 말은 나로 하여금 '뭐 먹고 싶은데...?'라고 되묻게 만들 뿐이다.



네덜란드 팝업 레스토랑 EEN.


우리의 입맛은 진화하고 있는 걸까?

보시다시피, 요 근래 몇 년 외식시장은 가히 폭발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SNS의 환경에서 유행하는 음식은 더 빠르게 자극적으로 번지고 있는데, 국내에서만 한정된 흐름이 아닌, 전 세계적인 흐름이라 더 주목이 갈  수밖에…디저트 붐은 세계 불경기로 인한 전 세계적인 보상심리에 근거한 소비현상이다. 한식을 비롯한 아시안 식재료, 발효의 맛을 이용한 유러피안 퀴진의 발전은 유명 스타 셰프들을 통해 지속 진행되고 있다. 한편, 간편하고 건강한 단품의 컴포트 업스케일의 가정식 메뉴, 팝업스토어나 푸드트럭에서 빠르게 판매할만한 아메리칸, 멕시칸 음식 그리고 할랄푸드의 인기도 뜨겁다. 이렇게 보면, 전 세계적인 인기 메뉴가 통합되어가는 느낌인데,,


식량안보의  문제뿐 아니라, 음식 일편에서는 우리의 비슷해지는 입맛이 식량안보를 위협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세계인의 주요 소비 곡물이 농작물, 육류, 유제품에 집중되면서, 지난 50년간 주식으로 먹는 농작물의 다양성이 크게 줄어 소수의 주요 작물이 질병으로 멸종될 수 있다는 것. 2050년엔 현재 재배작물의 1/3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이것이 당장, 어떠한 퀴진의 동일성에 대한 문제는 아니지만 입맛이 글로벌화된다는 것이 과연 궁극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진지하게 생각해 볼만한 문제이다. 미각의 구조는 인간의 욕망에 기초한 사회를 닮게 되어있다. 우리의 다양한 욕구로 많은 메뉴와 브랜드를 불러오게 되었으나, 반대로 그 수많은 퀴진을 우리가 어떻게 감당해 낼 것인지 알 수 없다.


행간엔 패밀리 레스토랑이 지고, 뜬 , 등의 메스티지 레스토랑도 포화로 빛을 잃고, 이젠 한식뷔페가 트렌드라는 의견도 있다. 그다음에 대하여는 전 세계적 트렌드를 고려할 때, 푸드트럭에서도 취급이 간편한 할랄푸드가 뜨지 않을까 싶다. 저칼로리 고단백 건강식인 '후무스'를 길거리에서 지금의 버거 대신 찾는 일은 뉴욕에 실제 하는 흐름이다. 참고로, 이태원 을 비롯해 깔끔한 중동음식점도 인기를 얻고 있지.. 와. 델리 버거에서 후무스까지 한국다 살았네.



p.s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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