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에 대한 걱정과 자아실현의 충돌
처음 회사에서 일하기 시작할 때부터 나는 개발자로서의 커리어보다 내가 직접 창업을 해서 처음부터 조직에 크게 영향을 끼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처음 상상했을 때는 정말 쉬워 보였다. 하지만 알면 알 수록 창업과는 멀어졌다. 해가 지나고 연봉과 내가 가지고 있는 기술, 채워져 나가는 이력서에 줄을 쌓을수록 창업은 더욱 두려워졌다. 내가 직접 조직을 처음부터 키워나가고 싶은 마음은 규모가 작은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오히려 더 줄어들었다. 주니어였던 나에게 한 명이 여러 역할과 책임을 맡는 일이 부담스러웠던 탓이다. 나의 배움과 능력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은 덤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는 연차에 비해서 이직을 자주 했다. 처음 이직을 할 때 지인이 조언해준 적이 있다. "네가 가려던 아주 먼 목표를 세워놓고 이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그 목표에 다가가는 데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 보면 도움이 된다"라고 말이다. 그 조언에 동의했고 이직할 때도 매번 한 직무의 역량을 끌어내는 직무보다 여러 직무를 경험할 수 있는 상황에 자꾸 나를 던져 넣었다.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제는 주니어 시기를 끝내고 한 분야에 전문성을 가져야겠다는 욕심이 커져가기 시작했다. 이런 고민을 한창 채우던 차에, 사이드 프로젝트로 참여하고 있던 내일의쓰임에서 드디어 재정적인 문제가 해결되어서 본업으로 합류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지구를 조금 더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일에 온통 관심 있는 나에겐 정말 큰 골칫거리였다. 지금 회사에서도 정말 많이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새로운 기준을 도입했다. 바로 '어디서 일하는 것이 더욱 행복할까?'라는 질문이다. 포지션만 해도 지금은 프론트엔드 위주의 서비스 개발, 다른 하나는 초기 단계의 회사를 만들어 나가는 일로 확연히 다르다. 초기 단계의 회사에 합류하게 되면 고민하던 한 분야의 전문성을 갈고닦는 일과는 멀어질 수도 있다. 나에게 질문한 결과, 내일의쓰임에서 일하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사실은 두려움이 더 앞선다. 나를 끌어줄 시니어 개발자도 없고 여러 분야의 개발을 해보았다지만 내일의쓰임에 필요한 도메인의 지식도 부족하다. 지금 회사를 떠난다고 공유를 하자 팀장님이 심플하게 '결정을 할 일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태까지 기능의 구현에 집중해 왔다면 이제는 구현도 잘 하면서 전체 회사의 방향과 기술이 조화롭게 사용되는 그림까지 그려야 한다. 사용할 기술의 종류를 결정하는 일부터 내가 기술로 회사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 지도 결정해야 한다. 회사가 작으니 어려워질 수 있는 가능성도 더 크다. 어쩌면, 월급을 정말 못 가져갈지도 모른다.
내가 더 기술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책임이라는 것은 받아들일 때는 무겁지만, 책임을 잘 진다면 그것이 나에게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제품, 백오피스, 인프라 어느 하나 쉬운 분야가 없지만 전부 조금씩은 아 이런 느낌으로 돌아갔는지 어렴풋이 보고 배운 걸 실현할 수 있다니 정말 설렌다.
합류한 지 이제 한 달 남짓 되었다.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자는 마음으로 조그만 제품을 만들었다. 이름은 스테핑. 이전 내일의쓰임에서 '가치소비' 라는 키워드를 밀었다면 이번엔 환경 쪽으로 좁혀서 탄소중립을 위한 쇼핑 검색 서비스를 만들었다. 탄소를 줄이는 데 기여하는 시도를 '솔루션' 이라고 정의하고 예를 들어서 뽁뽁이가 아닌 포장재를 사용한다던지, 비건 소재, 업사이클링 시스템을 솔루션이라고 부른다. 우선 탄소중립을 위해 이미 노력하고 있는 제품들을 찾기 쉽게 하고, 추후에는 우리 서비스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의 탄소발자국을 계산해 그만큼 상쇄할 수 있게 해주려고 한다. 이런 과정이 많아지면 최종적으로는 어떤 브랜드에서 탄소배출 절감을 위한 솔루션을 적용하려고 할 때, 스테핑이 솔루션 적용을 도와주는 역할까지 해보려고 한다. 먼저 우리부터 스테핑 제품 내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상쇄해 보려고도 한다. 탄소중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이 함께해 주셨으면 좋겠다 :)
서비스 링크 : https://www.steppi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