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4. 16.의 하루 뒤에 부쳐
만 3세 아들을 키우다 보니, 아이가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을 불가피하게 같이 보게 된다. 주로 넷플릭스 키즈에 있는 것들을 함께 보는데, 그 중에 눈에 띄는 애니메이션이 있었다. 제목은 "우당탕탕 은하안전단".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데, 컴퓨터 그래픽 수준이나 이야기 구성도 준수하고, 그 기획의도나 주제의식이 특히 마음에 든다.
이야기 개요는 우주의 안전을 지키는 은하안전단의 철수 팀이 '박살 행성'으로 출동해서 행성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활약한다는 것인데, 각 화마다 안전 테마가 다르다. 어떤 화는 지나가는 차를 조심하라는 교통안전, 어떤 화는 함부로 음식을 먹지 말라는 위생안전, 어떤 화는 모르는 어른이 도움을 요청할 때는 절대 다가가지 말라는 취지의 유괴안전까지. 의외로 실용적이고 정확한 정보들을 전달해주어, 학부모 입장에서도 안심하게 보게 된달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사실 이거다. 오프닝 송. 이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듣다보면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용기? 아니 안전!"
나도 어릴때 애니메이션 많이 봤었다. 대부분 은하안전단 철수팀 같은 로봇 군단과 주인공(철수)이 거대한 괴물 내지 악당을 물리친다는 내용이었다. 근데 이제 세상이 변했다. 이제 어린이 애니메이션에서도 악당을 강조하지 않는다. 중요한건 악당을 물리치는 "용기"나 "정의"가 아니라, "안전"이다.
이 가사를 듣자마자 나는 '세월호 참사'를 생각했다. 맞아. 자라나는 어린이에게 필요한 것은 안전이다. 그 안전을 우리는 지켜주지 못했다. 안전이 있고 나서야 용기든 정의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은하안전단' 애니메이션은,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기획된 걸지도 모르겠다고, 혼자서 생각한다.
그리고 어제는 세월호 참사 10주기였다. 야근으로 치이던 차에 하루 늦게나마 그 일을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