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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민 Oct 23. 2016

#5. TiERIS(티에리스)

방배동 등잔 밑에 숨어있는 정통 애프터눈티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은 방배동에 써야하겠다.

방배경찰서 뒷골목. 작은 공구상과 기사식당이 어울리는 이 골목에 정통 애프터눈티를 파는 재야고수가 있다.

티에리스 전경. 상반되는 느낌의 가게들 속에서 눈에 띈다.


망원동이 붐업되기 전 군계일학 처럼 눈에띄는 가게의 모습이라 호기심이 당긴다. 달달한 케이크와 따듯한 홍차는 여행자의 피로를 풀어주는 대표 아이템이다. 이 때문에 이름난 애프터눈티 명소들은 대부분 호텔에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장충동 신라호텔을 비롯한 고급 호텔들이 애프터눈티 맛집으로 알려져있기도 하다. 그만큼 이런 작은 가게에서 내거는 애프터눈티는 특별하다.


Tuseday는 의도적이었을까??


만에 하나의 혼잡함을 피하기 위해, 오픈시간에 맞춰 예약을 했다. 사실 애프터눈티를 즐기기에 약간 이른 시간일지 모르겠다.


19세기 초. 영국의 베드포드 공작부인의 간식에서 유래되었다는 애프터눈티. 그녀는 저녁먹기 전 출출한 시간(3시~5시)에 하녀에게 홍차와 간식거리를 내오도록 시켰다. 그리고 이것은 그녀의 저택을 찾는 다른 부인들에게 유행처럼 퍼져나갔다. 훗날 이것이 영국의 대표적인 문화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가볍게 브런치를 즐기기에도 좋으니 12시 반을 선택함에 정당화는 어렵지 않다.


선반을 가득메운 홍차캔
이런 예쁜 캔은 집에 한 두개쯤 있어도 되겠다


입구에 들어서면  홍차전문점 답게 정말 다양한 차들이 놓인 진열장이 보인다. 나무로된 수납공간을 가득메운 홍차 캔이 보는 동시에 따듯한 느낌을 준다. 반대편을 차지한 예쁜 찻잔들도 애프터눈티가 준비되기 전 여유롭게 즐길만한 것들이다.

 

찻 잔을 데워주는 따듯한 물


차를 내어주기 전에 먼저 찻잔을 데워준다. 찻잔이 따듯하면 그 만큼 차의 따듯함이 오래간다. 차를 즐기는 여유를 더해주기 위해서다. 따듯한 물을 따라주시며 어떤 차를 마실지 물어봐주신다. 준비되는 차는 총 4가지다. 아쌈 / 다즐링 / 느루아띠 / 얼그레이.

지난 주 밀크티의 기억을 더듬으며 아쌈을 주문했다.


아쌈 둠니 다원 봄차


티에리스의 차는 모두 직접 현지에가서 들여오신다고 한다. 와인에 포도농장 이름이 붙는 것과 마찬가지로 홍차에도 원산지역 농장의 이름이 붙는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아쌈 둠니지역 봄차를 내어주셨다. 기존 아쌈 차의 씁스름함이 적어 훨씬 부드러웠다. 기대했던 아쌈차의 맛은 아니었는데, 오히려 이 차가 내 입맛에 더 잘 맞았다. 홍차 사진을 찍고 한 모금 마실 시간이 지나면, 3단 플레이트에 담긴 간식이 나온다.



1층 - 샌드위치, 2층 스콘, 3층 마카롱 및 달달한 케잌


정통 애프터눈티세트의 구성은 이렇다.
적당한 포만감을 주는 1층 - 오이, 햄, 치즈가 들어간 샌드위치.
단맛이 덜한 베이커리 2층 - 스콘.

달달한 마무리 3층 - 케이크, 마카롱와 같은 달달한 디저트류.


티에리스의 구성도 이와 같다. 다만 1층 샌드위치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오이는 제외된다. 치즈는 브리치즈가 들어간다. 깊고 부드러운 맛이 특징인 브리치즈는 까망베르와 구분하기가 힘들다. 나는 설명을 들었음에도 까망베르라고 생각했다. 전문가가 아니면 구분하기 힘들다고하니 괜한 안도감이 든다.


2층의 스콘은 플레인과 대추야자와 호두가 들어간 2종류가 나왔다. 카타르에 사는 지인이 직접 보내준 대추야자가 들어갔다고 한다. 미리 설명을 들으니 맛이 더 정겹다. 스콘은 사장님께서 직접 베이킹하신다고 한다. 이 집에서 가장 놀랐던 것이 사실 이 스콘이다. 가장 기본적인 베이커리인 만큼 특별히 맛있는 집 찾기가 힘들다. 그런데 파티시에의 느낌이 1도 안느껴졌던 인상좋은 사장님께서 직접 구우셨다니 반전이다. 크렉을 따라 잘라먹은 스콘의 맛은 잊을 수가 없다. 클로티드 크림과 딸기잼이 함께나오니 스탠다드한 기대감은 모두 충족시켜준다. 


3층의 마카롱과, 말차치즈케잌, 브라우니는 스콘때문에 감동이 약했다.


3개 층을 모두 클리어하는 동안, 차는 평균적으로 2~3번 내려 마신다. 시간을 보니 2시가 가깝다.
애프터눈티의 여유는 수다를 제공하고, 수다는 시간을 먹는다. 흘러간 시간은 이 시간이 얼마나 여유가 있었는지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맛있는 집에 가성비를 따지는 것은 실례지만, 이렇게 둘이서 애프터눈티를 즐기는 가격은 겨우 2만 6천원이다. 이정도 퀄리티에 비해 정말 싼 가격이다. 보통 고급호텔에서 즐긴다면 둘이서 5만원은 훌쩍 넘긴다.


'방배동 맛집 = in 서래마을' 공식 덕에 서래마을이라는 등잔 밑에 다른 곳들을 못찾았었다. 방배동에 티에리스 같은 집들이 얼마나 더 있을지 기대된다.


이번 주말, 특별한 여유를 즐기고 싶다면 방배동 티에리스를 찾아봐도 좋을 것 같다.


애프터눈티세트는 예약을 통해서만 즐길 수 있다.
http://www.tier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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