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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민 Feb 19. 2016

#1. 탐라식당

상수동에서 찾은 제주도

당신의 미각은 기억력이 뛰어나다.


상수역 4번 출구에서 약 150m. 그리고 우측 2시 방향으로 접어들면, 발걸음이 느려진다.
와우산로 3길. 프랜차이즈에 중독된 사람들에게는 디톡스 되는 골목이다. 골목 양측으로 특색 있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이번에는 이 골목의 가운데서 제주도를 찾았다.


탐라식당 전경


근래에 생긴 가게 답지 않게, 노포의 향이 물씬 풍기는 외관이다. 특히 겨울에는 외풍을 막아주는 비닐막에 김까지 서려 영락없는 90년대 노포의 느낌이다. 평일 저녁 7시에도 이미 만석인 식당. 입구에서 전화번호와 이름을 적으면, 친절하게 연락을 준다. 


와우산로 3길은 웨이팅 하기 썩 적합한 곳이다. 탐라식당 반경 100미터 이내로 있는 식당들만 둘러봐도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만약 추위를 많이 타는 여자친구와 함께라면, 당인리 발전소 방면으로 50미터만 걷자. 작은 꽃집이 하나 보인다. 몸도 녹일 겸 들어가서, 연보라색 스토크 한 다발 선물로 센스도 챙기자. 


탐라식당 내부. 제주도 모양을 띈 메뉴판.


제주도 토속식당은 메뉴판부터 제주제주 하다. 제주도 섬 모양을 그대로 옮겨놨다. 모든 식자재는 제주도에서 공수한다. 몸국과 고기국수 한 그릇을 준문 했다.


몸국


돼지고기 육수가 진하다. 국물은 후추 간을 조금 해서 나오니, 따로 간을 더 맞출 필요는 없었다. 간혹 몸국에서는 씁쓸한 맛이 나곤 한다. 그건 모자반의 염분 때문인데, 몸국 잘 끓이는 곳에선 걱정할 것 없다. 몸국의 첫인상이 씁쓸하였다면 이곳에서 리셋하길 바란다. 메밀가루가 조금 들어갔는지 국물이 조금 걸쭉하다. 돼지육수가 조금 느끼하다고 생각되는 분들은 고춧가루를 따로 가져다 달라고 요청하도록 하자. 함께 나오는 부추와 고춧가루를 넣으면 감기 걸렸을 때, 생각나는 얼큰한 맛이 난다.


고기국수


처음 고기국수를 접하는 사람들은 일본의 돈코츠라멘을 떠올리기 쉽다. 느끼한 돼지육수 때문인데, 고기국수는 그에 비해 더 담백한 맛을 가지고 있어 거부감이 덜하다. 제주도 사람들은 배지근하다(담백하다)는 말을 쓴다. 여기 고기국수 역시 배지근하다는 말이 나온다. 군더더기가 없다. 고기양도 많다. 새우젓이 함께 나온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저가항공의 영향으로 최근 제주도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십중 팔구는 제주앓이를 하는데, 탐라식당에서 좀 달래 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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