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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hyun Lee Sep 17. 2018

[Product Review#1] 26주 적금

26주 적금이 진작 있었다면 부자가 되었을 텐데

*이 글은 카카오뱅크와 무관하며 현재 재직 중인 곳과 관계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은행의 개념을 알게 된 것은 초등학생 때 학교에서 단체로 한일 은행(현재 우리은행)에 계좌를 개설하면서 였다. 담임선생님께 통장과 저금할 돈을 전달하고 나중에 금액이 찍힌 통장을 다시 받았던 기억이 희미하게 떠오른다. 부모님이 자녀 재테크에 관심이 많다면 아마 초등학생 입학 전부터 돈과 은행의 개념을 알려줄 수도 있겠다. 어쨌건, 90년대 아이들은 스스로 은행을 고르기보다는 주변 어른(부모님, 학교)의 영향을 받아 은행을 고르게 된다.


보통 중, 고등학생 때 받은 용돈을 저축하는 소소한 용도로 은행을 이용하다가 본격적인 주거래 은행을 갖게 되는 시점은 대학생 때라 생각한다. 기억은 나질 않지만 등록금 납부 은행을 학교에서 지정해 주었고, 자연스럽게 그 은행의 계좌를 만들었다. 아무래도 학교에 납부할 일도 많고 친구들도 그 은행계좌를 가지고 있다 보니 수수료 때문인지 그 은행을 자주 사용했다.


주거래 은행이 바뀌었던 시점은 월급 통장을 만들게 되는 시점이다. 월급이 들어오는 통장 사용량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주거래 우대 혜택이 제공되고 그 은행 사용 빈도가 높아진다. 비대면 은행에 이직하고 나서도 비대면 은행이 주거래 은행이 되긴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월급이 들어오니 자연스럽게 주거래 통장이 되어버렸다.


개인적인 경험을 돌이켜보면, 예전 아이들의 은행 선택은 주변 어른, 환경에 의해 수동적인 선택이 이루어졌다. 요즘(?) 10대 후반 ~ 20대는 어렸을 때부터 인터넷을 접하고 스스로 정보를 탐색하는 것이 뛰어나다. 정보 습득도 그렇지만 이전 세대에 비해 적극적인 사고를 한다고 생각한다.

돈을 보관할 은행을 고르는 것도 주변 어른이 아니라 친구들,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고 고를 수 있다. 지점에 가지 않아도 다른 앱보다 약간 복잡한 실명인증을 추가하여 가입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카카오 뱅크가 최근 출시한 '26주 적금'은 주도적인 선택을 하는 10-20대를 위한 상품이다. 카카오 뱅크 26주 적금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매일, 매주, 매달마다 1~3천 원을 6개월 동안 저금하는 서비스이다.


이번 글에서는 카카오 뱅크가 26주 적금을 통해 10-20대를 사로잡기 위한 깨알 요소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26주 적금을 아는 방법


26주 적금은 '26주 동안 목표 달성'이라는 챌린지 요소를 두어 적금도 하나의 이벤트로 여기게 한다. 카카오 캐릭터 인형 지급, 공유하면 아이스크림 기프티콘 제공 등의 이벤트로 적금 상품을 가입할 수 있지만 친구들이 올린 SNS 피드를 보고 가입할 수도 있다.

'은행 잔고'는 늘 비밀스럽고 프라이빗한 영역이라 여겨져 왔다. 금융 쪽 인터뷰를 진행하면 '금액'에 민감한 사용자가 많다. 주식앱을 기획할 때 사람들이 잔고에 민감한 부분에 영감을 얻어 잔고를 확인하는 인터랙션을 기획했으니, 실제로 잔고, 금액은 좀 비밀스럽고 프라이빗하게 느껴진다.

26주 적금은 그런 고정관념을 깨고 적금에 '공유' 기능을 제공했다. 다른 예, 적금과 다르게 26주 적금은 납입할 수 있는 금액이 천 원 단위의 소액이고 총금액도 정해져 있어 이 적금을 통해 내 은행 잔고를 예측하기 어렵다. 오히려 소액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거리낌 없이 공유할 수 있다.


귀여운 캐릭터와 함께 현재 적금 현황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공유 이미지


재도전은 없나요?ㅠ.ㅠ


타깃층의 '짠내', '짠 테크', '소확행' 트렌드, 풍부한 카카오 캐릭터의 활용, 타깃층의 행동 패턴을 고려한 깨알 기능들의 디테일도 뛰어나지만 26주 동안 적금을 지속하게 하는 요소가 부족한 점이 살짝 아쉽다.

이번 주에 납입될 금액 리마인더 이루어지지 않아 이번 주 적금 금액을 종종 까먹게 된다. 저번 주 납입 금액 + 설정 금액을 입금해야 하는데 금액이 불어날수록 입금될 금액을 정확히 몰라 이번 주에 얼마를 입금해야 하는지 계산을 해야 한다.

적금을 실패하게 되면 내역에 '실패'가 뜨고 상단에 26개로 이루어진 캐릭터 자리를 채울 수 없다. 적금 실패를 다시 성공으로 돌이킬 방법이 없고 금액 달성시 리워드가 없다 보니 적금 납입에 점점 소홀해진다.


제 때 금액을 입금하지 못한 내 탓이지만 적금 챌린지는 실패해도 저 자리는 메꿔주고 싶다...


카카오 뱅크를 계속 사용하게 되는 요인


26주 적금이 다른 적금과 다른 점은 이전 입금액에 + 첫 입금액을 납입해야 하는 점이다. 1주마다 입금해야 해서 주기가 짧은 점도 있지만 매주 입금액이 늘어나 금액 계산이 어려워 목표 달성을 실패하기 쉽다. 아마 1천 ~3천 원이란 금액을 26주 모아봤자 금액이 너무 소소해서 이런 증액 개념을 둔 걸 수도 있고, 다른 요소 때문에 이런 개념을 도입한 걸 수도 있다.

이 독특한 증액 개념을 경험하며 카카오페이의 송금 경험이 떠올랐다. 카카오 페이 송금 기능을 통해 4천 원을 보내려면, 카카오 페이 잔고에 만 원을 충전하고 4천 원을 보낸다. 은행 이체 수수료 때문에 이런 정책을 둔 것이라 알고 있다. 처음엔 6천 원을 써도 만 원 소비한 느낌이 들어 카카오페이 사용에 거부감이 들었으나, 채팅방에서 돈을 송금하는 편리함이 거부감을 이겼다. 카카오 페이에 잔고가 계속 있으니까, 급할 때 카카오 페이로 송금하던 버릇이 결국 카카오 페이를 계속 쓰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다.


돈이 부족하면 자동으로 충전되는 카카오페이, 매주 금액이 달라지는 26주 적금


가입, 혜택 좋은 상품을 통해 가입해도 실제 주거래 은행처럼 쓰게 하려면 돈이 들어와야 한다. 입출금 통장의 잔고를 계속 유치해야 하는데, 월급 통장으로 지정하지 않은 이상 입출금 계좌의 잔고를 유치하는 것은 쉽지 않다.

26주 적금 입금 후 남은 소소한 금액들이 입출금 통장에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그 돈을 사용하기 위해 카카오 뱅크를 사용하게 될 것이다.



26주 적금 상품을 보며 한창 돈 모으기 + 돈 불리기에 관심이 많았던 작년이 떠올랐다. 재테크에 관심은 너무 많은데 자본금이 없어 재테크를 할 수 없었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떠오른 아이디어가 한창 SNS에서 유행한 30일 만원 달력(생활비 달력)을 응용해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을 정해놓고 그 안에서 남은 돈을 모아 주식을 1주씩 사는 것이었다. 진작 하루에 쓸 수 있는 돈을 규제할 수 있었더라면 이미 이런 아이디어 없이 재테크할 돈이 있었을 것이다... 의지가 약해 돈을 남기기는커녕 다음날 써야 하는 돈을 땡겨쓰기 바빴다. 만약 작년에 카카오 뱅크 26주 적금이 있었다면, 최소 적금이 매일, 매주 납입할 수 있는 걸 알았더라면 '매주 1주씩 주식 모으기' 목표를 달성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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