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항공사고에 휘말렸다 (1)
(세 달이나 늦게 올리는 항공사고 경험기 갑니다. 현장감을 위해 당시 메모 거의 그대로 올리니 음슴체 양해 부탁드려요)
2024년 1월 2일 오후 16:20 김포 출발 18:36 하네다 도착 KE2103편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집에서 밥 먹고 순조롭게 체크인하고 라운지에서 소고기뭇국 먹고 기내식으로 한국식 채식 신청해서 버섯불고기에 곤드레밥 먹고 배 뚜들기고 있자니 착륙태세에 들어감.
이제 곧 착륙하나보다~ 하고 기다리는데 10분 넘게 고도가 안 변하는 것 같아서 운항 정보 보니까 이즈반도 남쪽 한바퀴 돌고 있더라. 이후 두바퀴째 돌입. 무슨 일 있었나 싶음.
* 두바퀴째 거의 다 돌았을 쯤에 기내 안내방송. 하네다공항 활주로 폐쇄돼서 나리타공항으로 간다고 함. 이유는 아직 모른다고 새로운 소식 들어오면 알려준다고 함.
* 18:23 바로 갈 줄 알았는데 세바퀴째 돌고 있음. 하네다공항 가야할 비행기가 나리타로 몰려서 그런 것 같음. 국내선은 출발지로 회항하나? 국제선만 나리타로 갈 것 같은데.
* 뭔 일이 난거지? 지진은 아니라고 하고. 후지산 폭발이면 이즈반도 밑에서 빙글빙글 도는 미친짓은 못할테니 후지산 폭발도 아닐 것 같고. 기상악화? 딱히 오늘 날씨 나쁘지 않았는데?
* 18:28 나고야로 바뀜. 미친. 역시 나리타에서 다 수용 못해서 그런 것 같음. > 역시 맞았음. 근데 나고야도 확정된거 아니고 계속 관제탑이랑 연락중이라고 함. 후... 보상 이런 것도 아직 모른다고.
* 그나저나 나고야에 내리면 어쩌란거임ㅋㅋㅋㅋㅋㅋㅋ 도쿄 가는 신칸센은 탈 수 있는거? 일단 나고야 시내까지 한시간은 족히 걸릴텐데.. 간 김에 야키토리나 먹을까.
* 18:35 나고야행 확정... 하아...
* 센트레아 공항 > 나고야역 > 1박 > 시나가와까지 신칸센 > 신주쿠에서 전철 갈아타기 > 経堂でタクシー?
* 나리타공항에 내리지 못하는 이유가 나리타공항 활주로 폐쇄가 아니라 비행기가 많아서. 그러면 후지산 폭발은 절대 아닐거고. 만약 하네다공항 못 쓰게 될 정도의 강진이면 나리타공항이나 나고야공항 둘중 하나는 못쓰게 될 것 같은데 그건 아니니까 대지진도 아닐 것 같음. 대체 뭐지? 공항에 테러라도 일어났나?
* 19:01 착륙. 그리고 옆에 앉은 가족이 알려줌. JAL 착륙하면서 어디 부딪혀서 불에 활활 타버렸다고...
30분 정도 되는 시간동안 이런저런 상상을 했고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일본에 재해가 일어나서 착륙 못하는건가 나 이제 어떡하지 싶기도 했다. 회사동료 중에 승무원 출신이 있는데 동일본대지진 때 오사카에 착륙해야 하는데 지진 때문에 착륙 못하고 상공 선회했던게 무서워수 승무원 관뒀다고 했던게 생각나서 더 무서웠다.
나고야 착륙하고서고 거의 1시간반 동안 기내에서 상륙허가 나길 기다렸다. 비행기 한대씩 순차적으로 처리한건지 아니면 국제선이라 오래 걸린 건지.. 뉴스 찾아보니 국내선 국제선 합쳐서 13편이 센트레아로 갔다고 하더라. https://news.yahoo.co.jp/articles/61d367836cada0bdd05a4ab521467a937b83470c
나리타로 변경한 항공편은 총 18편
https://www.sankei.com/article/20240102-LDHLWZ26ARLJDG7VTK5RRWBXKA/
내가 탄 비행기만 낙오됐으면 슬플 뻔 했는데 그래듀 13편이나 나고야로 왔다니 그나마 마음의 위안이 되더라는. 근데 짐 찾는 곳에는 우리 비행기 사람들 밖에 없어서 나머지 12편은 다 국내선이었나 싶기도 했다. 암튼 내가 탄 비행기는 일본인 일본거주외국인 도쿄에 놀러가려던 한국인과 외국인들이 한데 섞여서 혼돈의 카오스.
승객들도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지만 하네다공항 사고난 후에 급하게 근처 공항으로 회항한거라 공항 직원들 항공사 직원들도 우왕좌왕 할 수 있는데 거기다 대고 쒸익쒸익 거리며 목청 높여 따지던 몇몇 사람들... 대한항공 나고야공항지점 직원들과 지상직 직원들 무뢰배들 상대하느라 진짜 힘들겠다 싶었다. 실비보상신청방법이랑 한도 등등 확인할 것만 확인하고 빠지고 싶었는데 짐이 하도 안 나와서 결국 그 몇몇 무뢰배들 하는 꼬라지 보면서 마음만 더 심란해짐. 거기다 다 합쳐서 35킬로에 육박하는 짐을 끌고 집까지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던 상황.......(신년 절망편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