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회사원H Apr 05. 2024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이 베푸는 호의

연초부터 항공사고에 휘말렸다 (2)

나고야 센트레아 공항 짐 찾는 곳, 몇몇 승객들이 분에 못 이겨서 비이성적으로 몇 안 되는 대한항공 나고야지점 직원들이나 공항 지상직 직원들 꽁무니 쫓아다니며 그 분들 일 수습도 제대로 못하게 언성 높이며 쫓아다녀서 그야말로 아수라장. 대한항공 항공기에 일본항공 코드쉐어라 더더욱 여러모로 승객들 태도가 대비되어서 사람구경 재밌다 싶기도 했지만.


그 난리통에 계속 신경쓰이던 4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여성분이 계셨다. 검정 코트에 걱정어린 표정으로 연신 누군가와 연락하고 있었고 혼자 여행을 즐기실 타입은 아닌 것 같은데 일본어도 못하시고 해서 더 신경 쓰였건 것 같다. 결국 오지랖부려서 대화를 시도했고 상황상+성격상 내버려두면 거기서 날밤 새실 것 같아서 결국 나고야까지 같이 가기로.


연말연시 연휴라 신칸센 자유석 표를 안팔아서 어차피 그날 당일 신칸센 타고 도쿄 갈 수 있는 건 일부 손 빠르고 발 빠른 사람들 뿐인 상황. 나도 예약어플 인증에러 때문에 당일껀 못 사고 담날 아침표로 구입한 상황. 그분이랑 같이 메이테츠 특급 타고 나고야역 가는 전철 안에서 호텔 예약 도와드리고 나고야역 도착해서는 발권기에서 신칸센 표 구입까지 도와드렸다. 소오오올직히 진짜 내 짐도 캐리어 2개에 봇짐에 무게도 겁나 무거워서 내 코가 석자인 상황이었는데 도저히 눈에 밟혀서 그냥 못 두겠는 그런거.


그 분은 연신 고맙다고 하셨고, 친절이 과하지 않게, 대화가 선을 넘지 않게 몇마디씩 대화를 주고받았더랬다. 시어머니를 모시면서 고등학생 중학생 자녀를 양육중인 워킹맘이신데 일본 거주경험 있는 남편이 가이드로 친구부부와 넷이서 도쿄여행을 하기로 했었다고. 일행들은 먼저 도쿄로 가고 이것저것 일처리를 하고 혼자 뒤늦게 도쿄로 향하던 상황이었는데 마지막까지 김포랑 인천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면세품 때문에 김포로 결정하셨다고. 김포공항에서 주차장도 딱 한자리 남아 있었고 비행기 시간도 맞춰서 운이 좋다 생각하셨는데 그렇게 탄 비행기가 나고야로 회항을... ㅎㅎ 그래서 몇마디 간단한 일본어는 할 줄 알지만 완전 낯선 곳에 떨어져서 도쿄까지 가야 하는 상황이셨던 것.


암튼 그분 호텔이랑 신칸센 예약 도와드리고 호텔도 그냥 내가 묵기로 한 호텔이 역 근처에서 가성비 좋은 곳이라 그곳으로. 그분은 호텔 근처 편의점에서 주전부리를 사주셨고 마지막으로 앞으로 하는 일 모두 잘 되라는 기도를 해주셨다. 생전 처음 만난 사람한테 진심을 담아 기도해준다는 말을 들으니 기분이 약간 요상하면서도 따뜻했던 연초의 기억.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키시멘 먹으려고 일찌감치 나서면서 그분은 신칸센 잘 타셨으려나 일행분들이랑은 잘 합류 하시려나 신경쓰였다. 그분에게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이 베푼 호의가 부담스럽진 않았을지. 그리고 도쿄여행에서 즐거운 추억 쌓고 돌아가셨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