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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사원H Apr 04. 2024

네? 하네다가 아니라 나고야로 간다고요?

연초부터 항공사고에 휘말렸다 (1)

(세 달이나 늦게 올리는 항공사고 경험기 갑니다. 현장감을 위해 당시 메모 거의 그대로 올리니 음슴체 양해 부탁드려요)


2024년 1월 2일 오후 16:20 김포 출발 18:36 하네다 도착 KE2103편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집에서 밥 먹고 순조롭게 체크인하고 라운지에서 소고기뭇국 먹고 기내식으로 한국식 채식 신청해서 버섯불고기에 곤드레밥 먹고 배 뚜들기고 있자니 착륙태세에 들어감.


이제 곧 착륙하나보다~ 하고 기다리는데 10분 넘게 고도가 안 변하는 것 같아서 운항 정보 보니까 이즈반도 남쪽 한바퀴 돌고 있더라. 이후 두바퀴째 돌입. 무슨 일 있었나 싶음.

* 두바퀴째 거의 다 돌았을 쯤에 기내 안내방송. 하네다공항 활주로 폐쇄돼서 나리타공항으로 간다고 함. 이유는 아직 모른다고 새로운 소식 들어오면 알려준다고 함.

* 18:23 바로 갈 줄 알았는데 세바퀴째 돌고 있음. 하네다공항 가야할 비행기가 나리타로 몰려서 그런 것 같음. 국내선은 출발지로 회항하나? 국제선만 나리타로 갈 것 같은데.

* 뭔 일이 난거지? 지진은 아니라고 하고. 후지산 폭발이면 이즈반도 밑에서 빙글빙글 도는 미친짓은 못할테니 후지산 폭발도 아닐 것 같고. 기상악화? 딱히 오늘 날씨 나쁘지 않았는데?

* 18:28 나고야로 바뀜. 미친. 역시 나리타에서 다 수용 못해서 그런 것 같음. > 역시 맞았음. 근데 나고야도 확정된거 아니고 계속 관제탑이랑 연락중이라고 함. 후... 보상 이런 것도 아직 모른다고.

* 그나저나 나고야에 내리면 어쩌란거임ㅋㅋㅋㅋㅋㅋㅋ 도쿄 가는 신칸센은 탈 수 있는거? 일단 나고야 시내까지 한시간은 족히 걸릴텐데.. 간 김에 야키토리나 먹을까.

* 18:35 나고야행 확정... 하아...

* 센트레아 공항 > 나고야역 > 1박 > 시나가와까지 신칸센 > 신주쿠에서 전철 갈아타기 > 経堂でタクシー?

* 나리타공항에 내리지 못하는 이유가 나리타공항 활주로 폐쇄가 아니라 비행기가 많아서. 그러면 후지산 폭발은 절대 아닐거고. 만약 하네다공항 못 쓰게 될 정도의 강진이면 나리타공항이나 나고야공항 둘중 하나는 못쓰게 될 것 같은데 그건 아니니까 대지진도 아닐 것 같음. 대체 뭐지? 공항에 테러라도 일어났나?

* 19:01 착륙. 그리고 옆에 앉은 가족이 알려줌. JAL 착륙하면서 어디 부딪혀서 불에 활활 타버렸다고...


30분 정도 되는 시간동안 이런저런 상상을 했고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일본에 재해가 일어나서 착륙 못하는건가 나 이제 어떡하지 싶기도 했다. 회사동료 중에 승무원 출신이 있는데 동일본대지진 때 오사카에 착륙해야 하는데 지진 때문에 착륙 못하고 상공 선회했던게 무서워수 승무원 관뒀다고 했던게 생각나서 더 무서웠다.


나고야 착륙하고서고 거의 1시간반 동안 기내에서 상륙허가 나길 기다렸다. 비행기 한대씩 순차적으로 처리한건지 아니면 국제선이라 오래 걸린 건지.. 뉴스 찾아보니 국내선 국제선 합쳐서 13편이 센트레아로 갔다고 하더라. https://news.yahoo.co.jp/articles/61d367836cada0bdd05a4ab521467a937b83470c

나리타로 변경한 항공편은 총 18편

https://www.sankei.com/article/20240102-LDHLWZ26ARLJDG7VTK5RRWBXKA/

내가 탄 비행기만 낙오됐으면 슬플 뻔 했는데 그래듀 13편이나 나고야로 왔다니 그나마 마음의 위안이 되더라는. 근데 짐 찾는 곳에는 우리 비행기 사람들 밖에 없어서 나머지 12편은 다 국내선이었나 싶기도 했다. 암튼 내가 탄 비행기는 일본인 일본거주외국인 도쿄에 놀러가려던 한국인과 외국인들이 한데 섞여서 혼돈의 카오스.


승객들도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지만 하네다공항 사고난 후에 급하게 근처 공항으로 회항한거라 공항 직원들 항공사 직원들도 우왕좌왕 할 수 있는데 거기다 대고 쒸익쒸익 거리며 목청 높여 따지던 몇몇 사람들... 대한항공 나고야공항지점 직원들과 지상직 직원들 무뢰배들 상대하느라 진짜 힘들겠다 싶었다. 실비보상신청방법이랑 한도 등등 확인할 것만 확인하고 빠지고 싶었는데 짐이 하도 안 나와서 결국 그 몇몇 무뢰배들 하는 꼬라지 보면서 마음만 더 심란해짐. 거기다 다 합쳐서 35킬로에 육박하는 짐을 끌고 집까지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던 상황.......(신년 절망편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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