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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선 Jan 04. 2024

모든 순간의 너를 위해서

 '세상에. 어제부터 물을 안 갈아줬네.' 감자칩을 먹으며 멍 타임을 즐기던 찰나, 시선이 눈앞의 꽃에 닿았다. 과자 먹을 시간은 내면서 이틀 동안이나 꽃을 돌보지 않았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러웠다. 꽃을 사던 날에는 매일 물을 갈아주고 줄기를 다듬어 줄 생각이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난 뒤부터는 매일 꽃에 물을 주는 일을 빼먹지 않았다. 꽃의 생명력과 자태가 변화할 때마다 내 마음도 따라 움직였다. 꽃잎이 쭈글거리고 말라가는 걸 보면 마음이 알싸해졌다. 시든 꽃들을 여럿 버려야 할 때는 먹먹하고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꽃을 사 오는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꽃을 산다는 건 한 순간이 아니라 꽃의 삶을 함께 살게 된다는 뜻이라는걸. 모든 시절을 나누며 진정한 관계를 알아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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