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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태웅 Apr 06. 2016

가장 '가벼운' 독서법에 대해서(2)

한국산 미니멀리스트의 한국판 독서법 - 책 없이 책 읽기

책 없이 책을 간직하는 것은 가능한가?

    '책 읽기'가 취미라고 뻔뻔하게 말하는 필자는 위 고민에 상당히 민감하다. 이 모순적인 문장은 과연 미니멀리스트의 일상에서 어떻게 실현되는가? 책을 읽을 때마다 저자에게로부터 받는 여러 가지 느낌과 배움, 더 나아가 책 내용에 대한 나의 비판까지. 다양한 독서의 경험이 쪽수를 넘길 때마다 머릿속에 쏟아진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경험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휘발되기 마련.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책 귀퉁이에 메모도 하고, 포스트잇도 붙이고, 독서 기록장을 만들어 적기도 한다. 나 역시 이런 액티브한 독서를 더 좋아한다.


    하지만 나는 그 책들마저도 무거워 버리기로 했다. 메모를 아무리 열심히 해놔도 그 수많은 책들을 늘 가지고 다닐 수도 없으며, 필요한 정보를 원하는 때와 장소에서 찾아내기는 더더욱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24시간 나와 함께할 수 있는 독서 데이터 베이스가 필요함을 느꼈다. 페이퍼리스(paperless) 독서 기록장. 미니멀리스트에겐 이상적인 시스템이다.


    이 글에서는 내가 택한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겠다. 시중에 나와있는 많은 프로그램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나의 방법을 참고만 하고, 스스로가 고민을 거듭하면서 자기에게 최적화된 방법을 찾아 나서길 바란다.



기억하고 싶은 내용은 무조건 메모한다.

    필자는 평소에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시간이 가장 많다. 소설책을 읽든, 교양서적을 읽든, 정보서를 읽든 중요하거나 간직하고 싶은 내용이 눈에 들어온다. 그때 사용하는 방법은 일단 그 책의 내용을 촬영하는 것이다.(지하철에서 받아 적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많은 사람들이 그 책의 쪽수를 기억해 두었다가 나중에 다시 펴보곤 하는데, 나는 대부분의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보기 때문에 반납을 해야 하고, 시간을 내 책을 챙겨두었다가 또 찾아야 하는 두 번의 번거로운 절차도 싫어한다. 그래서 이미지로 저장해버린다.


쿨하게 지하철에서 사진을 찍어버리자!


사진을 찍었으면 방법은 두 가지다.


1) 에버노트(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뒷부분에서 자세히 설명하겠다)에 사진 채로 저장해버린다.
2) 글자를 찍은 사진을 텍스트로 옮겨 입력한다.


필자는 2번을 통해 저장하는 사람이지만, 1번을 선호하는 분들도 많기에 1번 방법도 설명해보겠다.

에버노트는 OCR 기능을 지원하는데, OCR이란 쉽게 말해 컴퓨터가 사진 속 글자를(영어든 한국어든) 인식하고 컴퓨터의 글자로 바꿔 입력하거나 인식하는 기능이다.


에버노트에서 <사진>으로 노트를 만들 때, 모바일 상에서의 구동 모습이다.


    이때 사진 촬영은 스캔처럼 배경을 모두 제거한 채로 글자만 남기게 하는 저장 기능과 그냥 사진을 통째로 저장하는 기능이 각자 다양하니 알아서 선택하도록 하자. 아래는 전자의 저장 사례로, OCR 기능을 지원하는 에버노트에서 '어쩌란'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하자 이미지 속의 글자 '어쩌란 말이냐'를 찾아준 모습이다. 단, 이 기능은 에버노트 프리미엄 서비스 이용자만 가능하니 참고하도록.


'어쩌란 말이냐'는 사진 속 글자이지만, 컴퓨터는 이를 정말 글자로 인식했다.


    이 기능이 직접 타이핑을 할 필요가 없어 편리하긴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공지능 수준이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검색의 한계가 있다. 사진을 예쁘게 안 찍거나 폰트가 이색적인 경우라면 컴퓨터가 인식을 잘 하질 못한다. 또한, 검색은 해주는데 위의 '어쩌란 말이냐'를 컴퓨터가 친절하게 어쩌란 말이냐.txt로 바꿔주지는 않는다. 이는 캠스캐너와 같은 어플리케이션을 또 이용해야 하는데(관심있는사람은검색해보길), 이 역시 유료일 뿐만 아니라 실험해봤는데 인식의 오류가 잦아 필자는 쓰지 않기로 했다.


    그렇다면 역시 2번이 좋다. 일일이 받아 손으로 입력하는 것이다. 일면 무식해 보일 수도 있겠으나, 필자는 그런 과정을 통해 책을 두 번, 세 번 읽는다. 처음에 한 번, 받아 적을 때 두 번, 다 입력하고 강조하고 싶은 부분 밑줄 및 오타 체크하며 세 번. 그런 과정 속에서 책의 내용을 반복적으로 곱씹는 것이다. 이미지를 화면 한쪽에 띄워두고 화면의 또 다른 한쪽에서 받아 적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다만시간이조금걸릴 뿐...?


대충 어떤 작업인지 감이 오시는지?


이렇게 메모한 독서 내용은, 에버노트 프로그램을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검색하며 나의 데이터베이스로 삼는다. 그 방법은 아래와 같다.


에버노트, whenever&wherever



    에버노트는 세계적인 데이터베이스 구축 프로그램이다. 모바일과 컴퓨터, 온라인 클라우드(웹드라이브) 저장 시스템 간의 빠른 동기화가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이다. 필자는 에버노트를 처음에는 독서기록만으로 사용하다가, 현재는 개인 공부 및 업무 등의 모든 면에서 데이터베이스로 활용하고 있다. 협업 툴 등의 많은 기능이 있지만 이 글에서는 독서에 관한 것만 소개하겠다.


일단 나의 에버노트 사용 환경은 다음과 같다.

에버노트 프리미엄 프로그램 사용(사용료 약 월 6천 원)
애플 아이폰6
개인용 애플 맥북 에어(OS X)
사무실 윈도우 데스크톱 컴퓨터
온라인 에버노트 프로그램(인터넷)


주로 사용하는 기기는 맥북 노트북과 아이폰이며, 윈도우 데스크톱에서도 프로그램을 설치해 잘 사용하고 있다. 프리미엄 프로그램은 무료 100.Mb 데이터베이스에 비해 100Gb의 방대한 용량과 다양한 검색 기능을 지원하기 때문에 이용한다. 에버노트는 모바일 데이터를 이용해 핸드폰 기기에서도 100Gb의 노트 데이터들을 그때 그때 검색해서 볼 수 있게 해준다.


에버노트는 잡다한 기능보다는, 워드와 이미지 저장 및 검색에 특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인터페이스 역시 직관적이다. 구경해보시라.


1. 애플 컴퓨터에서 구동되는 에버노트 인터페이스 :

애플 컴퓨터에서의 전반적인 에버노트 구동 모습


이미지 역시 삽입 가능하고, 모바일에서 역시 연동되어 검색 가능하다.



2. 윈도우 컴퓨터에서 구동되는 에버노트 인터페이스 :

exe 프로그램을 설치해 사용하는 버전이다.


3. 인터넷에서 구동되는 에버노트 인터페이스 :

인터넷에서 로그인을 통해 이용하는 에버노트의 구동 모습.


노트북 : 노트들의 폴더 개념. 노트북 안에 노트북을 세분화하는 등의 다중 노트북 기능을 지원한다.
노트: 메모장의 개념으로, 데이터의 단위가 된다.
태그: 노트북으로 정리하는 것과 별도의 정리체계로, [ 한 개의 이름 = 한 개의 태그 ] 식이다.


필자는 에버노트를 처음 사용할 때는 체계 없이 저장해오다가, 노트가 2000개를 넘어가자 정리의 필요성을 느끼며 노트북(폴더) 시스템을 정비하고 태그 시스템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현재도 꾸준히 정리 중인데 자세히 보면 아직도 몇 백개나 남아있다;;




1차 정리하기 : 습득한 정보의 '형식'을 바탕으로


    수많은 독서의 데이터들을 정리하는 것도 일이다. 처음에야 그냥 창고처럼 쌓아두었지만 막상 천 여개의 단위로 쌓이다 보면 메모사항을 바탕으로 글을 써야 하거나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 검색하기가 힘들어진다. 그래서 이중의 정리 체계를 만들었는데, 1차는 바로 정보의 형식에 따른 분류다. 필자는 소설책도 자주 읽고 그림에 대한 교양서적도 굉장히 좋아한다. 자연스럽게 소설책에서는 인상적인 장면들과 주인공의 대사들, 기가 막힌 소설가의 문장들을 자주 메모하게 된다. 교양서적에서는 기억하고 싶은 정보들이나 그림 공부를 한다면 해당 화가의 그림들을 구글에서 검색해 함께 저장한다.


    그래서 노트북에서는 다음과 같이 소설, 시, 에세이 등을 두었고, 지식/정보 노트북을 따로 두어 정보성 글들을 저장했다. 출처가 딱히 애매한 문장류의 메모는 잡문집으로 넣었고, 그 외에도 분류하기 힘든 것은 쿨하게 etc 란에 넣는다. 분류는 분류일 뿐이니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자. 검색 창에 찾고자 하는 내용을 검색하면 노트 분류를 안 해도 검색이 되니까 말이다.




2차 정리하기 : 습득한 정보의 '내용'을 바탕으로


    형식으로 노트북을 정리했으면, 이제 메모 속 내용을 기준으로 태그 분류를 한다. 필자 역시 에버노트를 처음 이용할 때는 태그가 귀찮아 작업하지 않았지만, 확실히 태그 작업 이후로 검색의 효율이 올라갔다. 만약 내가 사랑에 대한 글을 쓰고 싶으면 사랑을 검색해두고 포괄적인 데이터 서핑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글 안에 '사랑'이라는 단어가 없어도 그 소설 속 한 장면이 연인과 함께하는 장면이라면, 그 모습을 참고하며 글을 쓸 수 있다. 태그는 그 때문에 내용상 분류로 쓰기 적합하다. 검색이 기본적으로 텍스트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태그를 이용해 일정한 검색 풀pool을 만들어두고 서핑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두 검색 체계를 이용해 필자는 부족한 기억력을 보완하며 남들 앞에서 똑똑한 척을 한다. 읽어온 수백 권의 책이 모바일과 노트북, 데스크톱, 인터넷을 이용해 언제든 어디든, 누구의 컴퓨터로든 검색해 활용이 가능하다. 미니멀리스트에게 책의 무게로부터 자유롭되, 책의 내용은 모두 소유할 수 있다는 점은 얼마나 매력적인가! 에버노트 외에도 원노트, 애플 메모 어플, 안드로이드의 여타 수없이 많은 동기화 메모 어플을 이용한다면 페이퍼리스 독서법에 대한 다양한 길이 열릴 것이다. 프로그램을 구독하는 가격 면, 자신이 자주 접하는 정보의 형식면(이미지든 음악 파일이든)에 따라서 미니멀리스트 본인 스스로 택하고, 그 저장 방법 역시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맞춰가길 권한다.





독서에 대한 이야기를 했으니 다음에는 미니멀리스트의 여행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볼 계획이다. 사실은 이 글 또한 제주도 여행 중에 작성한 것이니 보다 생생한 이야기를 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그러니까구독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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