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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제일 필요한 건 무엇일까?

학교 다닌다고 다 좋은 사람이 되지는 않아

-학교가 아니어도 사람을 차별하면 안 된다는 걸 알 수 있잖아. 

-그래. 학교가 아니어도 알 수 있어. 

-학교에 있는 선생님이나 학생들도 사람 차별할 때가 있잖아?

-그래, 네 말대로 학교에 다닌다고 모든 학생이나 교사가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아니 똑같이 대하지도 않아. 어떤 선생님들은 학생을 차별하기도 해. 특히 옛날에는 정말 심했었어.

-어땠는데?      

-아빠 중학교 2학년 때 선도부를 뽑더라고. 

-그때도 있었어?  

-응, 하고 싶은 사람 신청을 받았어.

-아빠도 신청한 거야? 

-했지. 신청하고 한 달 정도 3학년 선배들과 함께 아침 일찍 선도부 활동을 하고 4월에 임명장을 받을 때가 되었어. 

-근데 임명장을 안 준거야? 

-응, 선도부 신청을 하지도 않은 다른 친구를 주더라고. 

-왜?

-정확한 이유는 몰라. 다만 한 가지 아빠가 기억하는 것이 있어. 

-뭔데?

-아빠 대신에 선도부 임명장을 받은 친구는 어머니가 어머니회 회장이었다는 거야.

-우와... 사람 차별하네. 근데 가만히 있었어?

-응.

-왜?

-이미 임명장을 주었고, 그걸 말해봐야 할머니 할아버지가 상처 받으실 테니까.

-우와... 진짜 나빴다. 



-학교의 나쁜 점이 또 있었어.

-또?

-응, 체벌. 중고등학교 때는 참 많이 맞았어. 

-왜 때려?

-적금 낼 돈이 없다고 해서 맞은 적도 있고, 시험을 못 봐서 맞은 적도 있고, 지각해서 맞은 적도 있었어. 

-적금?

-옛날에는 은행원이 학교에 와서 학생들 통장을 만들어주고 매달 적금을 붓게 했거든. 근데 적금 낼 돈이 없다고 했더니 때리더라고.

-아니 어떻게 선생님이 그럴 수 있어?

-그때는 그랬어. 그런데 요즘은 학교에서 체벌을 하지는 않잖아. 

-맞아, 안 때려. 

-그렇지? 왜 안 할까? 체벌이 나쁘니까? 

-체벌은 인권 침해잖아.

-맞아. 그런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어. 

-더 중요한 거? 그게 뭔데?      

-체벌이 무서워서 공부한 아이는 체벌을 안 하면 스스로 공부를 할까? 

-안 하겠지. 근데 그래서 더 공부를 안 한다는 어른들도 있잖아.

-그래. 그 말도 맞아. 지금 당장 공부를 하지는 않지. 

-공부가 재미없어서가 아닐까? 


-재미있어야 한다고? 근데 잘 생각해봐. 너 줄넘기 처음 배울 때 한 번 보고 금방 따라 했어?

-아니, 잘 못했어. 

-왜 따라 하지 못했어? 

-처음 하니까.

-그래. 처음이니까. 재미있었어?

-아니, 재미없었어. 

-왜 재미없었어? 

-못하니까.

-그래, 못하니까. 근데 못한다고 포기했어? 아니면 연습했어?

-연습했어. 

-그래, 연습했어. 배우고 연습하고, 배우고 연습하고 그랬지. 지금은 처음보다 어때? 

-훨씬 잘하지.

           

-공부도 그래. 시간이 걸려. 네가 그때 포기했더라면 지금처럼 잘할 수 있었을까?

-아니. 지금도 줄넘기 못하겠지. 

-네가 못한다고 아빠가 너에게 벌을 주었다면 너는 줄넘기에 재미를 느꼈을까?

-아니! 더 싫어했을걸? 

-그래 싫어했을 거야. 그래서 학교에서 체벌을 하지 않아.

-왜?

-체벌한다고 공부에 재미를 느끼지 않으니까. 노력하도록 응원하고 격려하는 게 더 낫다는 걸 학교가 뒤늦게 알았어. 그래서 체벌을 금지했지. 

-아빠는 체벌 안 했어?

-아니. 아빠도 체벌했었어. 그때는 아빠도 체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라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되었어. 그래서 후회해. 정말 중요한 걸 몰랐더라고.

-그게 뭔데?


-체벌은 아무도 없을 때 하는 행동을 바꾸지 못한다는 걸.

-아무도 없을 때 하는 행동?

-무엇이 사람을 노력하게 만들까?

-글쎄? 

-아빠가 어떤 사람을 좋아한다고 했어? 

-노력하는 사람.

-그래, 노력하는 사람. 못해도 잘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좋아해. 아빠는 네가 어떤 사람이 되기를 바랄까?

-노력하는 사람.

-그래. 노력하는 사람은 무엇이든 잘하는 사람일까? 무엇이든 노력하는 사람일까? 

-무엇이든 노력하는 사람이겠지. 

-잘 못하거나, 잘 모르면 어떻게 하면 돼? 

-선생님한테 물어보면 되겠지?

-그래, 친구나 선생님한테 물어보거나 책을 찾아보면 되겠지. 그런데 누군가에게 물어봐도 못할 때가 있어.

노력해도 안 될 때가 있거든.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다른 걸 열심히 하면 되지 않을까.

-

그래 맞아. 다른 걸 열심히 하면 되겠지. 학교 밖의 사회에서는 체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아니. 필요하다고 생각한대. 

-진짜? 

-열 명 중에 7명이 필요하다고 했대. 

-애들을 때려야 한다는 어른이 그렇게 많아?

-응. 하지만 학교는 달라. 

-학교에도 있지 않을까?

-그래, 어쩌면 선생님들 중에도 체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몰라. 그래도 법으로 금지해서 체벌을 하지 않아.


-그래서 선생님한테 함부로 하는 애들이 있어.

-맞아. 그런 친구들이 있어. 그런데 그게 체벌이 없어서 생긴 문제야? 체벌을 하지 않으면 선생님을 함부로 대하는 아이들 문제야? 

-아이들 문제지.

-그럼, 아이들 문제지. 

-체벌하지 않는다고 선생님한테 함부로 대한다고 체벌을 하면 될까? 

-아니.

-그래, 안 되겠지. 그럼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도록 해야겠지. 

-그런데 잘못을 인정하지 않잖아. 아이들에게 무엇이 없는 걸까?

-죄책감? 


-그래. 죄책감. 그게 없는 거야. 학교가 없다면, 선생님이 없다면 잘못을 지적해 줄 사람이 있어? 

-있지 않을까?

-모르는 사람이 너의 잘못을 지적하면 잘 받아들일 수 있어?

-아니. 화가 날 것 같은데.

-그럼 누가 필요한 거야?

-선생님?

-그렇지. 친구들이 없다면 혼자서 잘못하고 죄책감을 느낄 수 있어?

-글쎄. 죄책감은 안 느낄 것 같은데. 근데 애초에 친구한테 잘못을 안 하면 되잖아. 

-처음부터 단 한 번도 실수하지 않는 친구가 있어? 

-없지.      

-거봐. 누구나 실수를 하거나 잘못을 해.

-그렇네.


-혼자 있으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넘어가. 그걸 알려주는 친구나 선생님이 있다면 미안한 마음이 들겠지. 그리고 다음에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할 거야. 이때 친구나 선생님은 실수한 친구를 어떻게 대한 거야? 

-믿어준 거야.

-그래, 믿어준 거야. 체벌이 바꾼 거야? 믿음이 바꾼 거야?

-믿음.

-그래, 체벌보다 강력한 게 바로 믿음이거든. 노력할 것이라는 믿음. 누군가가 너를 믿어준다는 걸 느끼면 아무도 없을 때 네가 함부로 행동하게 될까? 

-아니, 조심하게 될 것 같아.

-그럼, 그럼. 조심하게 되겠지. 

-따라서 학교에서 제일 필요한 건 체벌일까? 믿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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