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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규 May 04. 2020

운전과 인생

비가역성, 속도, 방향, 상황, 목적지

운전과 인생


뻥 뚫린 새벽 도로의 고요 위에

무디(moody)한 멜로디를 얹어서

저 멀리 내 앞을 달려가는 소나타를 보고 있자니

어느새 전두엽이 희미한 가로등 불에 축축하게 젖었다.


운전이란 우리네 인생과 비유하기가 참 좋다.

운전하며 이래저래 느끼는 게 참 많다.




1. 비가역성


운전도. 우리네 인생도.

비가역적이다.


뒤로는 갈 수 없다.

지나온 길에 미련을 갖지 말자.


조금 돌아가면 된다.

조금 다르게 가면 된다.


미련이 남아, 다시 그 길로 돌아간다고 해도

그 길은 당신이 알던 이전의 그 길이 아니다.


그 길은 당신이 지나간 순간, 과거의 것이 되어버리며.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기억하던 이전의 그 길이 아니다.


놓쳐버린 과거에 미련이 남아서

현재의 새로운 가능성을 놓친다면

더 늦게 목적지에 도착할 뿐이다. 




2. 속도


쏜살 같이 내 옆을 앞질러간다.

내가 누군가를 앞질러갈 때도 있다.

추월당할 때도 있고. 추월할 때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는 게 중요하다

짧은 우리네 생애에서 큰 성과를 내고 싶다면.

그게 좋다면 위험하지만 그렇게 달려 나가면 된다.


누군가에게는

운전 자체가 재미가 있다.

멋진 야경도 구경하고. 좋아하는 노래도 듣고.

그게 좋다면 적당한 속도로 즐기면 된다. 


경쟁을 하든 말든. 본인의 자유다.


본인한테든. 남한테든.

사고를 내지 않는 

나의 속도로만 가면 된다. 




3. 방향


빨리 도착하고 싶다면

속도도 중요하지만.

방향이 중요할 때가 참 많다.


20킬로 더 열심히 가속하면, 5분이 줄어든다.

길을 한 번 잘못 들면, 20분이 늘어난다.


열심히 페달을 밟는 것도 좋지만

급한 마음에 출구를 놓치면

결과적으로 손해가 더 크다. 


물론 목적지까지 출구 하나 없이 직진이라면

부지런하게 페달을 밟는 게 제일 중요하다.


사고가 나지 않는다면 말이다.  




4. 상황


막히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마음을 내려놓고. 조금씩 기어갈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든. 민규든. 교통체증 앞에서 평등하다.


물론 민규는 텅텅 거리는 경유차의 페달을

부지런히 밟았다 놓을 것이고.


대통령은 리무진 상석에서 휴대폰을 보다가

멀미가 나면 한 숨 자겠지만. 


그래도 변함없는 건.


민규든. 대통령이든.

막히면 천천히 가야 한다.  




5. 목적지


가끔씩 목적지에 대해서 다시 고민해보는 게 좋다.


경부선을 탔다고 해서

꼭 부산에서 내릴 필요는 없지 않은가?


– 가는 길에 천안에서 호두과자도 좀 먹고.

– 대구에서 광석이 형한테 인사도 좀 할 수 있지.

– 휴게소에서 강릉 여자랑 눈이 맞으면, 

부산에 안 가고 강릉에서 살 수도 있는 거고. 


지키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변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중요한 건.

“지금 현재의 자신에게 솔직한가”이다.




그래도 결론


막히든. 뻥 뚫렸든.

출구를 놓쳤든. 2시간 계속 직진이든.

추월당하든. 추월하든.

노래를 듣든. 친구랑 수다를 떨든. 


계속 페달을 밟아야 한다.


내가 페달을 밟지 않는 순간은

사고가 나서 레커차에 끌려갈 때뿐이다. 


그리고 과정을 즐겨야 한다.


화난다고 해서. 우울하다고 해서.

페달을 밟는 걸, 그만 둘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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