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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휘웅 Jan 20. 2024

Leviathan, 블렌딩의 예술

캘리포니아 와인의 놀라운 잠재력과 맛

91년 당시, 정외과를 입학하고 난 뒤 정치학을 공부하는데 가장 중요한 과목은 3학년에 배우는 국가론이다. 국가가 어디에서 기인하였으며, 국가 발전 단계 등에 대해서 공부하는 과정이다. 국가론을 배울 때 꼭 빼먹지 않고 언급되는 책이 있었는데 토마스 홉스가 1651년 발간한 책, "Leviathan or The Matter, Forme, and Power of a Commonwealth Ecclesiasticall and Civil'(리바이어던, 혹은 교회 및 세속적 공동체의 질료와 형상 및 권력)"이다. 레비아탄은 구약에 나오는 바다의 괴물이자 용이다. 책에서 레비아탄은 일종에 어떤 절대적인 권한을 부여받은 절대 권력자를 의미한다. 이 것이 왕이 될 수도 있으나, 이 책에서 주장한 것은 사회 계약 관계에서 나온(일종의 선거) 절대 권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대적인 정치구조의 출발점이 되기도 하는 이 책은 현대 국가체계가 시작되는 시발점이 된다. 여전히 레비아탄은 어떤 절대적인 힘을 구사하는 명징한 존재를 뜻하는데 한 편으로는 그 힘의 경외심, 또 한 편으로는 알 수 없는 권력이기에 이에 대한 불안한 대중의 심리 등 여러가지 복잡한 내면을 표상한다. 어쩌면 이런 절대적인 느낌을 갖고 있는 와인이 얼마전부터 내 귀에 많이 들렸는데 바로 이 와인 "레비아탄"이다.


수십 년간의 와인 양조 경험과 포도밭 지식을 바탕으로 유명한 와인메이커 앤디 에릭슨은 2004년에 캘리포니아 전역의 유명한 포도밭에서 생산되는 아펠라시옹의 제약을 받지 않고 매 빈티지마다 레드 와인을 만들겠다는 단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리바이어던을 설립하였다. 그는 매년 엄선된 품종, 지역, 포도밭에서 가장 좋은 것을 골라 독특하고 뛰어난 레드 와인을 만들어내는데, 그의 나파, 캘리포니아에 대한 이해와 함께 진중한 접근은 이 유일무이하고 독특한 와인을 만들어내었다.


수입사 동원와인플러스의 초청으로 그가 한국에 방문하였고 마스터 코스를 열었다.(WSA 와인아카데미) 좋은 기회가 되어 행사에 참석할 수 있었고 와인들을 테이스팅할 수 있었다. 그는 블렌딩을 전담하고, 그의 아내는 포도밭에 대한 사항을 전담한다고 한다.


이 날에는 총 다섯가지의 와인을 테이스팅 할 수 있었으며 놀라운 숙성 잠재력과 힘을 경험할 수 있었다. 화이트 생산에 대한 의견을 물었더니 소비뇽 블랑을 매우 좋아하고, 조만간 생산할 예정이라 한다. 이전에도 생산은 했었으나 포도밭이 팔려서 생산을 못했다고 한다. 무조건 사야 할 와인이 늘어나는 셈이다.



이 날 시음한 총 다섯가지 와인에 대한 시음노트는 다음과 같다.


Favia Cabernet Sauvignon Coombsville 2020

매우 진한 루비색을 띠고 있다. 칠흙같은 느낌이 더 많이 든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입 안에 대단히 힘이 있는 질감을 전해지며, 여전히 깨지 않았다. 카시스 계열 보다는 체리 계열의 터치가 많이 전달되며, 섬세하면서도 깊이 있는 밸런스를 보여주고 있다. 어려운 해였음에도 불구하고 명징하며 뚜렷한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다. 아직 타닌의 느낌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앞으로 많은 기간 숙성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 같다. 퍼퓸, 꽃향기 계열의 톤이 좀 더 많이 올라오며 바닐라 톤의 질감도 많이 전해진다. 약간의 단 느낌도 함께 느껴볼 수 있으며 긴 피니시는 이 와인의 장점이라 하겠다.


Favia Cabernet Sauvignon Coombsville 2015

응집력이 대단히 좋은 와인이다. 블랙체리, 블랙베리 계열의 터치, 그리고 카시스 계열의 터치도 명징하게 전해진다. 블랙커런트, 카시스 계열의 터치가 명징하여 교과서적인 와인이다. 나파밸리 특유의 붉은 체리 계열 보다는 응집력 부분을 더 강조하는 것 같다. 산미감이 대단히 좋으나 아직 제대로 그 응집력을 드러내지 않는다. 브리딩과 숙성을 통해서만 드러날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특징이 좀 더 보르도의 그랑크뤼에서 나오는 카베르네 소비뇽의 특징이 많이 전달된다.


Favia Coombsville Cerro Sur 2014

매우 진한 루비색을띠고 있으며, 풍성하면서도 폭발적인 과실의 터치가 잘 전달된다. 체리, 매우 진한 딸기 계열의 터치가 아로마로 전해진다. 입 안에는 샤워 같이 확연하게 전달되는 보디감과 풍성한 과실의 터치가 잘 전달된다. 산미감은 낮으며 질감은 대단히 부드럽다. 재미있는 것은 2014년 빈티지로서 나파밸리 지역의 가장 좋은 연도중 하나인데 아직도 마치 2021년 정도 밖에 안된 것 같이 느껴진다는 점이다. 매우 어리지만 힘과 역동감이 넘치며, 입 안의 오크 터치가 빠지는 데에도 시간이 걸릴 것이다. 적어도 1분 정도의 피니시는 보장한다. 시음한다면 디켄터 1시간 가량 브리딩이 필수적이다. 85% CF 15% CS


Leviathan California 2021

여성적인 풀보디 와인이라는 다소 모순적인 커멘트를 하고 싶다. 아주 단단하고 옹골차며 응집력이 좋은 체리, 딸기 계열의 톤, 그리고 부가적으로 타닌감이 있는 정향, 그리고 동물적 캐릭터의 아로마도 잘 전해진다. 수작이며, 입 안에서는 아직 타닌의 톤이 많아서 지금 마시기에는 좀 어린 느낌이 드나 큰 무리는 따르지 않는다. 매우 진한 루비색, 그리고 알코올을 느끼기 어려운 부드러운 터치와 섬세함을 보여주고 있다. 다각적이고 복합적인 재미있는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다.


Leviathan California 2019

CS, Merlot, Petite Sirah, Syrah, PV, CF 각각 블렌딩. 섬세하게 다듬어져 있으며, 딸기, 카시스, 블랙베리, 섬세하면서도 부드러운 터치를 보여주고 있다. 은은하면서도 매우 강인한 보디감을 느껴볼 수 있는데, 중후하면서도 은은하다. 피니시는 좀 더 여성적이고 부드러운데, 블렌딩 사이사이의 구분이 명징하게 드러난다. 메를로의 역할이 상당히 많이 잘 드러나고 있으며, 처음에 그러한 느낌을 잘 보여주고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 그러한 것이 보디감에 잘 스며들어 멋진 느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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